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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숯가마
게시물ID : panic_896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4
조회수 : 162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30 21:13:43
숯가마

아버지가 해준 이야기이다.

30년 정도 전, 아버지는 직접 숯을 만드셨다.
산 속에 만들어둔 숯가마로 상수리 나무나 삼나무 숯을 구웠다.
한 번 굽기 시작하면 한 나흘 정도 작업하는 동안,
가마가 있는 산장에서 지내셨다.

그 날은 해질녘부터 불을 넣었는데,
구운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가마 안에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았다.
이때 당황하면 본전도 안 되니 아버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나뭇가지, 장작을 지피며
풀무를 밟으면서 불을 지키셨다.

밤이 깊어지고, 주변은 고요해져서 장작 타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타닥... 타닥... 타닥...
바스락...
뒷 덤불에서 소리가 났다.
짐승인가 생각하며 돌아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바스락.... 바삭바삭바삭.....
덤불 안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버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구나 직감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바삭 바삭 바삭 바삭 바삭 바삭 바삭 바삭 바삭 바삭
숯가마 주변을 도는 소리가 났다. 예삿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불만 쳐다보셨다.
바삭...
"어이.. 뭐하시는가?"
소리가 그쳤다 싶었더니, 아버지 어깨 너머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친근해보이는 말투였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아무 대꾸도 없자, 그가 계속 말했다.
"혼자 있는가?" "왜 불 옆에 있는가?" "숯을 굽고 있구만?"
바로 뒤에서 소리가 났다. 숨결마저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아버지는 뒤돌아보고 싶은 본능과 필사적으로 싸우셨다.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여기 전화기 있는가?"
뭐? 전화기?? 이상한 질문을 받자, 아버지는 살짝 고민했다.
휴대전화가 없는 시대이니 이런 산속에 전화기가 있을리 만무했다.
멍청한 질문에 아버지는 살짝 긴장이 풀렸다.
"그런 게 있을 턱이 있나"
"그렇구만"
문득 뒤에서 기척이 사라졌다.
잠시 간격을 두고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적막하고 울창한 수풀이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해다보니 새삼 공포가 밀려들었다.
무서워서 어쩔 줄 몰랐지만, 그렇다고 불 곁에서 떨어질 수도 없었다.
염불을 외며 불을 계속 지키다보니 동쪽 하늘이 밝아지는 게 보였다.

주변이 식별될 만큼 밝아지자
할아버지가 도시락 두 개를 가지고 산에 올라오셨다.
"좀 어떠냐?"
"어젯밤부터 계속 지피고 있는데 가마 안에 열기가 돌지 않아요"
어제 있었던 이상한 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어디 한 번 보자"
할아버지가 가마 안을 도시며 굴뚝 연기에 손을 대며 말했다.
"머지 않아 열기가 돌겠네"
그대로 온도를 확인하려고 가마 위에 손을 대셨다.
"여긴 아직 차갑구먼..."
그러며 숯가마 천장에 올라타셨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가마 천장이 무너지고, 할아버지가 숯가마 안으로 떨어지셨다.
아버지는 서둘러 할아버지를 구하려고 했지만
발 디딜 곳이 없는데다 연기가 자욱하고 재가 타올라 잘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화상을 입으면서 할아버지를 구하려고 가마 위에 올라섰다.
가마 안은 지옥불처럼 새빨갰다.
진작부터 불이 가마 안에 다 돌았던 것이다.
악전고투하다가 겨우 겨우 할아버지를 끌어냈을 때는
얼굴과 가슴까지 새카맣게 타서 이미 숨을 쉬지 않으셨다.

눈 앞에서 벌어진 참극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아버지는 한동안 흐릿하게 계셨다.
하지만 곧 정신을 다부잡고 산을 내려가기로 결심하셨다.
할아버지 시체를 업고 경사진 산길을 내려가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아버지는 혼자서 한 시간 정도 할아버지 트럭을 세워둔 길가까지 내려왔다.

마을 사람을 데리고 숯가마까지 돌아와보니, 할아버지 시체가 이상했다.
새카맣게 탔던 상반신이 백골로 변해 있었다.
마치 빨아먹은 것처럼 뼈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하반신은 장기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곰이나 들개들은 사냥감의 장기부터 먹는다.
하지만 이 주변에는 그런 육식 동물 같은 건 살지 않았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시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굳이 그 말을 입에 담는 자는 없었다.
묵묵히 할아버지 시체를 옮겼다.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사람들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버지는 깨달았다. 이건 터부시 되는 일이구나 하고.

어젯밤 아버지를 찾아온 방문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할아버지 시체를 손상시킨 건 누구일까.
그 질문에는 아무도 답하지 못 한다. 아무도 입에 담을 수 없다.
"말해선 안 되는 게야"
라고 마을 노인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시체는 들개에게 먹힌 걸로 처리되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96227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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