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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흘러가는 인형
게시물ID : panic_89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30
조회수 : 16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31 21:23:29
흘러가는 인형

2008년 8월이 끝나던 어느 날,
일주일 정도 여름 휴가를 받아서 효코현에 있는 고향에 돌아갔습니다.

어느 날 작은 아버지(아빠의 동생)가 부탁하신 간단한 일을 도와드리고
둘이서 차를 타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해질녘쯤 되었던 때였고, 활짝 열어둔 창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이
아직은 약간 열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름이 끝자락에 왔다는 걸 알려주는 듯 했고
왠지 쓸쓸하기도 한 그런 마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향 집 근처에 있는 강변 쯤에 오자, 갑자기 작은 아버지가 "한 번 들러볼래?"라고 하셨습니다.
집에서 차를 타고 한 10분 정도 걸리는 강변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왔던 건 초등학생 때였습니다.
땀과 먼지를 씻어내리고 싶기도 했고, 그립디고 해서 두말않고 찬성했습니다.
그 강은 물도 좀 적은 편이고,
물 좋은 곳 100선에 뽑힐 정도로 투명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잠시 휴식하기에 정말 딱 좋은 강변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자율 학습 과제로 강 수위를 재려고 표준으로 표시해둔 바위도 그대로 있었고
꽤나 감개무량함을 느꼈습니다.

물로 세안하고, 돌을 주으며 있는데, 작은 아버지가 말하셨습니다.
"누가 오는데?"
작은 아버지가 말하던 쪽을 바라보니 정말 맞은 편에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리 멀지는 않지만 안개 같은 게 끼어서 실루엣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을 흔들던 그 실루엣이 조각배를 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실루엣은 두 사람이었는지, 그 중 한 사람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작은 아버지가 그 사람들을 볼 때부터 손을 흔들고 있었으니
아는 사람 아니면 무슨 용건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하고 저와 작은 아버지는 서로를 마주보았습니다.
작은 아버지도 짐작 가는 바가 없는지 이상한 표정으로 답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슬슬 저 안개를 지나오겠다 싶을 때,
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는 걸 보면서 대체 누군가 생각하며
저는 쭈그리고 앉아 이쪽으로 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와서
그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우리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조금 전까지 손을 흔들며 조각배를 타고 이쪽으로 오던 실루엣은
두 개의 인형이었던 겁니다.
작은 아버지와 저는 여자애들처럼 비명을 지르면서도 눈을 떼지 못 했습니다.

먼저 손을 흔들던 인형은 하늘색의 전통복 차림이었고, 소년 인형인 것 같았습니다.
얼굴은 원래는 흰 색이었겠지만, 오랫동안 비바람을 맞았는지 약간 지저분했고
입술에는 벗겨진 붉은 색이 칠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허리에는 흰 칼을 차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인형은 소녀 인형이었는데, 긴 머리와 핑크빛 기모노를 입은 것 외에는 소년 인형과 똑같아서
한 눈에 둘이 한 쌍이란 걸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공인지 도구함인지 모를 무언가를 안고 있었던 것 같은데, 분명치는 않습니다.
그리고 조각배라고 생각했던 건 직사각형 형태의 편평한 쟁반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덜덜 떨면서도 그 인형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하고 있었는데
작은 아버지가 이 이상한 인형들에게서 더욱 이상한 점을 하나 깨달았습니다.
"거꾸로 흘러가고 있잖아 이거!"
강은 우리쪽에서 봤을 때 오른쪽 위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인형은
강의 흐름을 역류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한걸음에 차까지 뛰어가서 강변을 뒤로 하고 떠났습니다.
제가 살짝 백미러를 통해 봤더니
두 인형은 본디 흘러가야 하는 방향으로 강물의 흐름을 타고 천천히 멀어져 갔습니다.
차 안에서 작은 아버지와 둘이서 서로
손 흔들던 인형을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확인하면서 서둘러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인형에 대한 꿈 같은 건 꾸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는 강이란 강은 가까이도 가지 않습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97566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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