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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가면
게시물ID : panic_898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0
조회수 : 149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8/05 22:14:30
가면

예전에 살던 맨션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11층 짜리의 비교적 새 맨션이었는데, 우리 집은 9층에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가 멀기도 해서, 보통 집에 오면 11시~12시였습니다.
시간대가 시간대인만큼, 역에서 맨션까지 걸어가는 밤길은 무섭긴 했지만
그 당시엔 들어간지 얼마 안 되는 집이라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지냈는데, 한 1년 정도 지났을 까요.
그날도 평소처럼 늦는 바람에, 맨션에 도착해보니 12시가 넘었습니다.
피로와 수면 부족 때문에 엘리베이터 앞에 멍하니 서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3층에 서 있었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내려오길 기다리는데, 3층에 있던 지라 금방 내려왔지요.
문이 열려서 타려던 순간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그 전통 가면극에서 쓰는 흰 가면이 있지 뭡니까.
그쪽 방면은 지식이 없어서 잘은 몰라도, 여자 가면이었습니다.
그게 엘리베이터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걸 그렇게 보니 너무 섬찟해서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뭐야 저거.. 누가 장난친 건가?"
괜히 기분이 나빴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해서 그날은 일단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하면서 머뭇머뭇 엘리베이터 안을 들여다봤는데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아아, 그럴 줄 알았어. 누가 장난친 거구나"
신경 쓰이긴 했지만, 서둘러 출근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보니 또 12시 넘어서 집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맨션에 도착한 것도 아닌데 어젯밤 일이 자꾸 떠올라서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안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맨션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위치를 보니, 어젯밤과 같았습니다. 3층에 서 있었습니다.
"또야..? 대체 뭐야"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제 집은 9층이니 당연히 엘리베이터로 가는 게 편하지요.
3층에 멈춰 있는 것도 그냥 우연일 수도 있는 거고요.
엘리베이터는 역시 금방 내려왔고, 문이 열렸습니다.
머뭇머뭇 안을 보니,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어제와 같은 광경이었습니다.
여자 가면이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바로 맨션을 뛰쳐나와, 친구 집으로 향했습니다.
관서 지방 출신이고,
젊은 시절 좀 날렸다던데 그 때문인지 왠만한 일에는 눈도 깜짝 않는 친구거든요.
엄마 쪽이 그런 류가 보이는 기센 사람이라, 그 친구도 엄마 피를 이어서인지
관서에서 살 때부터 그런 기괴한 체험을 수 차례 했다고 했습니다.
저로서는 그 친구가 제일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그 친구에게 상담하곤 했습니다.
그때는 밤중에 갑자기 와서 놀란 것 같았지만, 제 사정을 들어주었습니다.
"가면...?"
제가 말하는 가면 종류를 모르는 것 같아서, 제대로 전달되진 않은 것 같았는데
이야기 자체는 믿어주었습니다.
"거치적 거리니까 그냥 발로 차면 안 되나?"
"무서워서 건드릴 수가 없어!"
저는 너무 무서웠기 떄문에, 내일 퇴근하면 같이 집에 좀 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구는 "알았다, 알았다"라며 너무나 가볍게 그러겠노라 답해줬고
그날은 일단 친구 집에 자고, 내일 퇴근할 때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날, 역에서 만나 집으로 향했습니다.
"진짜로 있으면 우짤 건데? 내가 걷어차도 되나?
 내한테 한 번 차이면 절대 안 나타날 걸?!"
"없었으면 좋겠지만, 있어도 그러지 마! 무섭잖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면을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맨션에 다가가면서 점점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친구와 이야기한 덕분에 무서운 마음이 약간 가셨습니다.

머지 않아 맨션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더는 보고 싶지 않아서, 맨션 입구에서 기다렸습니다.
친구가 혼자 척척 걸어가더니, 엘리베이터 앞에 섰습니다.
조금 둘러보더니 뒤돌아서 저에게 묻는 겁니다.
"니가 3층에 서 있다 안 캤나?"
"응.. 어제, 그제 이틀 동안 3층에 있었어.."
"1층에 있는데?"
"뭐?!"
좀 가보니 정말 1층에 있었습니다. 가면도 없었고요.
"가면 없는데?"
열림 버튼을 누르며 친구가 안을 둘러봤습니다.
"나 거짓말한 거 아냐! 어제와 그제 정말 봤어!"
저는 저도 모르게 안절부절하며 소리쳤습니다.
"오늘 뭔 약속있었던 거 아니가~ 없으면 됐다. 니 방에나 가자"
라며 친구가 제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3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아, 앗!!"
저는 바로 나가려고 했는데 문이 닫혔고, 위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앗, 실수"
"우리 집은 9층이란 말이야!"
"미안 미안. 일부러 그캤지롱~"
저는 친구에게 소리질렀지만, 역시 주눅드는 기색 같은 건 눈꼽만치도 안 보입니다.
엘리베이터는 금세 3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습니다.
친구가 쑤욱 나가서 둘러보고, 저는 친구만 쳐다봤습니다.
"집에 들어간다!"
3층에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그때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뭐라고? 왜 왜??"
"훗"
이때 친구가 빙긋 웃던 그 미소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 가서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새벽 2시 쯤 슬슬 자기로 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긴 해도, 왠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거든요.
"잘 자리~"
"잘 자"
친구가 있어서인지 편안하게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문득 어떤 소리가 나서 눈이 떠졌습니다.
딩동 딩동
벨이 울리고 있었습니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새벽 3시 반.. 누가 찾아올 만한 시간이 아니잖아요.
"누가 왔나 봐.. 일어나 봐!"
저는 친구를 깨우려고 했는데, 친구는 깊이 곯아 떨어졌고 벨은 계속 울려퍼졌습니다.
어쩌지.. 공포에 떨면서 현관으로 다가가보았습니다.
바깥을 내다볼 만한 용기가 없어서
"누구세요?"하고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습니다.
벨소리가 그치더니,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3층에 사는 ○○라고 하는데요.."
전혀 모르는 사람 이름인데다가, 애당초 이 맨션에 아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아.. 혹시 잘 못 찾아오신 거 아닌가요?"
"3층에 사는 ○○라고 하는데요.."
"제 얼굴, 못 보셨어요?"
"제 얼굴, 못 보셨어요?"
"엘리베이터에 없던가요?"
기계 소리 같이 억양 없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머릿 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져서, 문고리를 꽉 잡고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저는 3층에 사는 ○○라고 하는데요.. 제 얼굴, 어딨는지 모르세요??
"제 얼굴, 못 보셨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못 보셨나요?"
"제 얼굴이 떨어져 있지 않던가요?"
계속 들려오는 소리에 정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몰라요! 제발 가세요!"
울먹이며 겨우 소리치고, 떨리는 몸을 가누며 웅크렸습니다.
"제 얼굴 못 보셨어요?"
몇 번이나 말하는 그 목소리의 억양이나 속도가 똑같았습니다.
"모른다니까요!!"
저는 미친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울며 벌벌 떨며 소리쳤습니다.
그때 친구가 깬 것 같았습니다. 동시에 갑자기 소리가 멎었습니다.
적막함이 공기를 감싸안았고, 저는 꼼짝도 하지 못 했습니다.
"뭐꼬.. 눈데..?"
친구가 눈을 부비며 다가왔습니다.
저는 어느 틈엔가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서 꽉 쥔 채로 현관 앞에 서 있었습니다.
혹시나 들어와서 해꼬지라도 할까봐 본능적으로 움직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야!!"라고 소리치며 절 붙잡는 겁니다.
그리고 칼을 빼앗더니 제 뺨을 세게 때렸습니다.
"어째서!! 왜 죽을라 카는데?!"
무슨 소리인지 이해도 안 가고, 몸을 막 흔들어대는데
"현관.. 현관 밖에..."라고 겨우 겨우 말을 쥐어짜냈습니다.
"현관 밖에 뭐?!"
친구가 일어나 현관 밖을 내다봤습니다.
"암것도 없는데?"
저는 도무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친구가 아침까지 옆에 같이 있어줬는데, 그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멍하니 아침 햇살을 받으며 회사에 오늘 일 못 하겠다고 연락하고
일단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점점 마음이 진정되어서 친구에게 어제 일을 말해주었습니다.
"대충 알겠다. 그때 사실은 현관 밖에 있었거든"
"뭐?"!
"그것보다 니 상태가 더 이상해서 일부러 말 안 했다.
 니 자살하는 줄 알았다"
"..뭐가 보였는데..?"
"니는 안 듣는 게 좋을낀데.. 하나만 말해줄게!
 니가 계속 들었다는 말은, 진짜 말 그대로 그 뜻이었다"

그 말 한 마디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친구가 본 것이 상상 갔습니다.
그 이상은 듣고 싶지도, 묻고 싶지도 않았고 친구도 침묵해주었습니다.

그후 한동안 그 친구 집에서 지내다가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지금도 엘리베이터는 안 타고, 계단만 사용합니다.
가면극도 이젠 안 봅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대던 이름을 가진 사람은 3층에 없었습니다.

다신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는데
이 친구와 이런 저런 일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친구 어머니와 얽힌 일도 있었고요.
다음에 만약 기회가 생기면 써볼 게요.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82525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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