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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계단에 대한 괴담
게시물ID : panic_899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9
조회수 : 220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8/08 21:21:17
계단에 대한 괴담

계단 괴담이라는 놀이 아는 사람 있어?
검색해봐도 안 보이는 걸로 봐서,
어쩌면 우리 동네에서만 하고 놀던 놀이일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 하나만 풀려고 한다.
내가 그 놀이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나는 5학년부터 같은 반이었던 A, B, C 이렇게 넷이서 뭉쳐 다니면서
반에서 꽤나 사고 치는 축에 속했다.
넷 다 좀 규칙이 많고 복잡한 놀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아지트 만들기나 분신사바는 물론이고, 공동 묘지에 담력 시험하러 간 적도 많다.
어쩌면 이건 일반적인 놀이겠지만.

"계단 괴담" 이야기는 출처 불명으로 온 학교에 퍼졌다.
우리는 당연히
"해볼래?"
"두 말하면 입 아프지!"
라는 반응으로, 당연히 해보기로 했다.
계단 괴담은 아래와 같은 놀이이다.

학교 계단 가장 위에 있는 난간, 그러니까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 곳에 앉아서
그 아래층 난간에서 계단 단수만큼 순서대로 괴담을 말한다.
한 괴담을 말할 때마다 "무언가"가 계단 하나를 올라온다.
"그것"이 우리가 있는 난간까지 다 올라오면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 중간에 멈춰선 안 된다.
* "그것"이 다 올라올 때까지 계단 아래를 내려다봐서는 안 된다.

그 외에도 규칙이 몇 가지 있는데, 너무 상세하니까 여기까지만.
백가지이야기라는 것과 분신사바를 섞은 것 같은 놀이다.
(※백가지이야기 : 초를 100개 켜놓고 참가자가 돌아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초 하나씩 불어 끄고 마지막 100개 초가 꺼지면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는 고전 이야기)

우리 사총사 말고, 우리가 이 놀이를 한다는 소문을 접한 D가 추가로 참가해서 총 다섯 명.
"계단 괴담" 소문이 커지다보니 선생님 귀에도 들어가는 바람에 학교에서 금지당한 차라,
일요일에 몰래 결행하기로 했다.

일요일 당일, 우리는 두 세 개 괴담을 모아서 학교에 모였다.
여자애 앞이니 좀 센 척하고 싶었던 나는
A, B, C를 질겁하게 만들 정도로 무서운 책을 찾아다닌 기억이 난다.

다섯 모두 모여서 바로 옥상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 옥상 난간까지 계단 수를 세어봤다.
총 12 계단이었다.

"너희 쫀 거 아니지?"
"당근"

뭐 이렇게 여유가 넘치던 우리들이었다.
D도 의외로 간이 큰 애였는지 무서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난간에 둥글게 앉아, 시작했다.
내가 앉은 곳은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계단을 등진 셈이 된다.
조금 싫었지만, 일단 센 척 해야 하니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단 괴담"이 시작되었다.
이야기 순서는 A, B, C, 나, D 순이었다.
날 포함해서 다들 준비해온 괴담이 꽤나 무서워서 한 번 돌았을 때
다들 어느 정도 등골이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때때로 "너네 쫄았지??"하고 농담을 했지만, 점차 그 기세도 수그러들었다.
D도 약간 불안해 보였다.

아무도 없는 학교는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든다.
기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우리들이 하는 "계단 괴담"은 두 번째로 돌기 시작했다.

A의 괴담이 끝났다. 규칙대로 세어보면 이제 6계단 째였다.
반 정도 남았다.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끼익……

하고 소리가 분명 들렸다.

저도 모르게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기분 탓이야"라고 말할 수 없었다.
솔직히 난 이때 집에 가고 싶었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규칙 중에 "도중에 멈춰선 안 된다"는 게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도중에 멈추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B가 괴담을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공기가 바뀐 게 느껴졌다.
숨막히는, 마치 어딘가에 갇힌 것 같은 분위기.
이거 위험해..라고 우리 모두 생각했다.

B의 괴담이 끝났다.

……삐걱…

내 뒤에서 또 소리가 났다.
이제 5단 남았다.
다 올라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제 센 척하는 사람은 없었다. D는 반울상이 되었다.

C의 괴담이 끝났다.

……삐걱…

기분 탓이 아니었다.
분명 들렸다.
등 뒤에 누군가 있다는 기척이 느껴졌다.
내 앞에 앉은 A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마 이제 얼굴을 보였을 "그것"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준비해온 괴담을 풀었다.
그때

"깨~닫고 있지~~?"
하고 바로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숨이 멎었다. 누가 힉하고 소리를 냈다.
옆에서 D가 흐느껴 울고 있었다.

한참 침묵했다.
어쩌면 좋을지 생각해봤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생각했다.
중간에 관둬선 안 된다는 규칙이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덜덜 떨리면서 몇 번이나 중간에 걸리며 내 괴담이 끝났다.

……끼익…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계단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많은 사람의 웃음소리가 났다.
뒤에서 여자가 손뼉을 짝짝 치는 소리도 들렸다.

다들 울고 있었다.

다음으로 D가 몇 번이나 멈춰가며 짧은 괴담을 10분이나 걸려서 했다.
이제 아무도 괴담은 듣지 않았다.

…끼익……

"이제 2단 남았~다"
여자 목소리였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구슬땀이 퐁퐁 솟아나는 것 같았다. 정말 바로 뒤까지 와 있다.
계단을 오를 때 나는 옷깃 스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A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그만하자!"
하고 C가 말했다.

"…뭐? 하.. 하지만…"하고 A가 말했다.

"아, 아니지. 그렇지. 그래선 안 된다고 했지…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미미미아미미미미미미미안미미미미아"

갑자기 C가 미친 듯이 미안이란 말을 되풀이 했다.
초점 없는 눈을 보니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이제 아무도 C에게 뭐라고 할 여유따윈 없었다.
D가 눈를 감고 귀를 막으며
"빨리 끝내고 말자…"라고 해서, A는 괴담을 시작했다.
여전히 C는 미안하다고 하고 있었다.
때때로 쇳소리가 나는 C때문에 멈칫하면서도 A의 괴담이 끝났다.

…삐걱……

"이제 한 단 남았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한 단.

다들 빨리 끝나기만을 빌었다.
그리고 B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영원처럼 긴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괴담이 끝났다.

…탁……

내 오른쪽에 "그것"이 도착한 게 느껴졌다.
날 포함해서 아마 우리 모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었다.
어느 틈엔가 C도 조용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러자 문득 분위기가 되돌아온 느낌이 났다.

어?
하고 머뭇머뭇 귀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재밌었어?"

어느 틈엔가 우리가 앉은 원형 중앙에 눈 앞에 있던 그 여자는
온 몸에 얼굴이 솟아나듯 붙어 있었다.
수수한 꽃무늬 원피스에서 뻗어나온 손, 약간 드러난 발
그리고 일반 사람들보다 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머리
꽉 차고, 마구잡이로 몇 개나 되는, 몇 개나 되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얼굴들이 일제히 웃어댔다.
그와 동시에 우리 모두 도망쳤다. C도 정신이 돌아온 것 같다.
학교 운동장까지 도망쳤을 때 멈춰섰다.

"진짜 무서웠어…"

다시 그 여자 모습이 떠오르는 바람에 또 우는데

"저거 봐!"

하고 D가 옥상을 가리켰다.
옥상을 보자, 그 여자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시 도망쳐서 A였나 B였나 암튼 쟤들 중 한 명 집에 도망쳤다.
그리고 그 후 그 여자는 다신 보지 못 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 다섯 명만 알고 있는 이야기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른 반 애들도 "계단 괴담"에 도전했다고 하던데 결과는 모르겠다.
우리들 사이에서도 언제부턴가 터부 시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계단 괴담"에 대한 소문의 출처는 결국 알아내지 못 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계속 신경이 쓰여서 오늘 큰 맘 먹고 찾아봤지만 아무 것도 검색되지 않았다.
그래서 혹 여기 글을 쓰면 아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한 번 써본다.
비슷한 이야기 있으신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287775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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