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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종이 인형
게시물ID : panic_89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8
조회수 : 185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8/09 21:40:51
종이 인형

처음으로 한 번 써봅니다.
"여름하면 담력 테스트 아니겠냐?!"
하고 번쩍 떠오른 제 생각으로 친구 H와 M 이렇게 셋이
얼마 전에 사고로 누가 죽은 터널에 놀러 갔습니다.

차를 타고 15분 정도 간 곳에 있는, 우리 지역에서 나오기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술도 살짝 들어간지라 한껏 흥겨웠습니다.
도착해보니 제일 먼저 꽃과 선향, 주스와 과자가 놓인 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망자는 20대 남자였다고 합니다.

우리도 지참했던 과일 탄산주와 안주거리를 공양하고,
"우리 저주하지 마세요~"
라며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터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한밤중에도 차가 엄청 지나가는 겁니다.
기대하던 거랑 정반대로, 도무지 나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야! 이런 데 귀신이 나올 리가 있냐!"
"이미 성불한 거 아냐?"
"재미없어"
라며 다시 차로 돌아갔더니, 세워둔 차 너머로 높은 잡초 사이에 난 길이 보였습니다.

이건 가 봐야지!!
우리 셋은 정말 멍청했거든요.
무서운 거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가득차셔,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을 걸어갔습니다.

꽤 걸어가보니 너덜너덜하게 낡은 폐허가 보였습니다.
멍청이들은 이걸 보고 흥이 겨워 죽습니다.
"여긴 나올 거야!"
"여기 뭐야! 절인가?"
"우와! 백 퍼 나온다에 건다! ㅋㅋ"
우리 중에 말리는 사람 따윈 없었으니, 폐허 탐색을 맘껏 했습니다.

뭐, 폐허..라고는 썼지만, 우리가 살던 시골에는 흔한 창고 같은 거라
여느 집에나 있는 농기구 같은 게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창문은 깨져 있고, 잠겨져 있는 것도 아니라서
우리 맘대로 폐허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길 뒤진 거죠.
그러다.. 쿵 소리를 내며 M이 넘어졌습니다.

저와 H 둘이서 "멍청이, 넘어졌냐" "그러다 부수면 니가 물어줘야 햌ㅋ"
이런 식으로 놀리고 있었는데, M이
"누가 발목을 잡았어!!"라고 소리치며 일어났습니다.

H는 "미친 X"하고 요상한 표정을 지었는데
귀신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저는 "진짜?! 잡혔다고? 어디서?!"하고
이것 저것 물어본 후, M이 가리키는 쪽을 휴대폰 불빛으로 비춰봤습니다.

..그리고 뻔한 게 놓여 있었지요.
부적이 붙어 있는 공예 상자였습니다.

그리고 보자마자 부적을 떼내어 안에 있는 걸 바닥에 쏟아붓는 우리의 H.
천하의 M도 살짝 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상자에서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니
지저분한 나무 인형 같은 것 외에는 다 귀여운 물품 같은 거였는데
유리구슬, BB탄, 공기놀이, 붓.. 그리고 사람 형태로 잘라낸 것 같은 종이.
휴대전화 불빛으로 비춰본 것 뿐이지만 그 종이는 보통 종이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M : 공기놀이라니.. 만약에 여기 봉인된 게 나타나도 하나도 안 무서울 듯 ㅋㅋ"
나 : 오늘 이불 안에 스윽 나오는 건 아무 해도 없는 여자애겠네 ㅋㅋ
멍청한 우리 둘이 이런 소릴 하며 꺄르륵 대는데, H가 한 마디했습니다.
"이상해"
나와 M은 얼굴을 마주보며 "쟤 뭐래"라고 했는데 이어서 H는

・공기나 인형은 꽤 낡았는데, 왜 사람 형태로 잘라낸 종이는 새 것인가. 막 만든 것 같다.
・아무 해도 없는 걸 이렇게 봉인할 리가 없다
・이 종이에 글자가 적혀 있는데, 이거 피 아니냐?

이런 이야길 듣고보니 우리 셋 다 비명을 지르며 차 있는 곳까지 달려갔습니다.
차에 올라타서 제 팔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종이 인형이 저한테 붙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서둘러 떼냈는데 그 종이에 써져 있던 피가 제 팔에도 묻어서 거의 정신이 나갔습니다.
미친 듯이 문질러서인지 집에 도착할 때는 눈에 띄지 않았고,
저와 M 둘 다 조용히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돌아간 후에 일어났습니다.
우리 집 개는 절 보고 짖질 않나,
욕실에 들어가서 씻고 있는데 문 밖에 실루엣이 보이질 않나.
나 진짜 귀신 씌였나봐 하고
반은 기대감에, 반은 불안감에 부풀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졸음이 몰려오던 그때였습니다.

나왔어요.

붉은 기모노를 입고 단발에 앞머리를 귀엽게 묶은 인형 같은 여자 아이가.

아니라.

수수한 옷차림에, 긴 머리,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우락부락한 남자가요.
그 놈이 제 베갯맡에서 절 내려다보는 겁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행히 가위 눌리는 일 따윈 없이 뛰쳐나왔는데, 그날 가족들이 다 집을 비웠더라고요..
너무 무서워서 집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맨발로 제일 가까운 친구 집에 쳐들어가서
나무아미타불..하고 염불을 외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서, 신관 일을 하는 지인에게 한달음에 갔스비다.

그 신관 님이, 절 보자마자 엄청난 표정을 짓더라고요.
"아침 댓바람부터 죄송한데요! 어제 남자가 서서는 그게.."
그때 제가 무슨 소릴 하는지 저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 이야기를 잠자코 듣던 신관님은,
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하자
"팔의 그 멍은 뭐야?" 라고 물었습니다.

나 : 멍??
신관 : 응, 거기 오른쪽 팔에

저는 팔을 봤지만 멍 같은 건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신관 : ..오른팔에 뭐 이상한 거 닿은 적은 없어?
당연히 짐작가는 바가 있지요!
어제 그 종이 인형이 제 오른팔에 붙었거든요.

울먹이며 어제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다 했더니
신관님이 깊이 생각한 후, 신사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 나무 끝에 종이가 가득 달린 먼지 털이 같은 거 있잖아요.
저는 "신관의 마법 지팡이"라고 부르는데, 그걸 가지고 왔어요.
그걸로 제 오른쪽 팔을 잡고 탁탁 치기도 하고, 주문도 외웠고,
술 같은 걸 막 붓기도 하면서 이것저것 잔뜩 하더니
신관 : …무리야
절망적인 한 마디를 내뱉는 겁니다.

신관 님 능력으로는 역부족이랍니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멍이 사라지지 않고,
제 수호령이 사라졌다며 수호령이 사라지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그런 소리를 계속 해댔던 것 같습니다.

신관 : …미안
신사를 나설 때 신관님이 울먹이며 저에게 온갖 부적을 건네주었습니다.

정말 이런 질문을 하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앞으로 제가 얼마나 더 살수 있는지 너무 불안했습니다.
"괜찮아! 이 부적들을 잘 가지고 다니면 3개월은 버틸 수 있어!"
정말 사람 섬뜩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말주변이 없어서 이해하시기 힘든 부분도 많았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03428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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