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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플룻 소리
게시물ID : panic_901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8
조회수 : 159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8/20 21:23:10
플룻 소리

내가 고1이던 작년, 대학생인 누나 친구 M에 대한 이야기이다.
M은 관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인데, 플룻을 그렇게 잘 분다고 했다.
도쿄에 있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누나와 M은
틈만 나면 둘이서 내가 사는 토치기의 집까지 와서 놀다 가곤 했다.
M은 꽤나 낯을 가리는 사람인지, 처음 만났을 때(내가 누나 집에 놀러갔었을 때)는
거의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나도 내가 연하라서 당시엔 존댓말을 쓰며 인사만 했는데
그 후 누가가 집에 올 때마다 M을 데리고 오는 바람에 자연히 둘 다 친해져서
존댓말도 어느 샌가 안 쓰게 되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딱 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M을 만나기 전부터 누나가 플룻을 잘 분다는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친해졌을 때 "한 번만 불어줘~"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다.
그런데 M은 거절했다.
자기는 잘 못 부니까 부끄럽다나.
그치만 M은 콩쿨 같은 데도 나갔고, 누나 말이 "M은 플룻 천재 같아~"라고 했으니
분명 잘 못 분다는 건 거짓말이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놀러올 때마다 연주해줬으면 좋겠다며 M에게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M이 결국에는 "다음에 올 때 플룻 가져 올게"라며 웃으며 답해줬다.
그때 그 장면은 잊혀지질 않는다.

그리고 이틀 뒤,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M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원에서 의식불명의 중태라고 했다.
나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불안해서 그 날 밤은 자지 못 했다.
그리고 아침에.. 그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불안과 수면부족 때문에 피곤해서
2층에 있는 내 방에서 멍하게 있었다.
새벽 5시 반 정도 된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1층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부모님은 아직 주무실 시각이고, 무엇보다 현관은 잠겨 있었다.
그런데 문을 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귀찮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보았다.
그리고 현관 앞에 가서 놀랐다. 여전히 잠겨 있었다.
집 안 문과 현관 문은 소리로 구분이 가능했다.
분명 2층 방에서 들은 소리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게도 전혀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의문을 품은 채로 현관에서 멀어지던 그때였다.

엄청난 이명이 들려왔다.
원래 미미하지만 영력이 있는지,
아무도 없는데도 인기척을 느끼면서 끼잉거리는 소리가 계속..
아니, 소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하는 그런 느낌으로 이명이 들릴 때가 있었다.
이따금은 그 소리를 내는 존재를 볼 때도 있었다.
그날도 이명과 동시에 현기증이 나서 비틀거리며 내 방에 돌아가려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때도 공포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는데 이명이 멎었다.
동시에 피리 같지만 피리보다 높고 가느다란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잘 들어보니 뭔가를 연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곡명까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마음이 씻겨내려가는 듯한 음색이라
나는 발을 멈추고 그 소리를 감상했다.
감동으로 눈물이 흘렀다.
연주가 끝났을 때, 현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이명은 전혀 울리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현관에서 소리가 들렸다. M의 목소리였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
모든 사실을 깨닫고 나도 마음으로 답했다.
"뭘 그런 소릴 해. 그보다, 고마워"
그러자 현관이 열리면서 후후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몸조심하라고 말하면서 눈물이 멎질 않았다.
열린 현관에서 상쾌한 봄바람이 흘러들어오는 4월의 어느 아침이었다.

현관이 닫힌 직후, 집 전화가 울렸다.
받아보니 누나였는데, 5시 조금 지나 M이 죽었다고 했다.
나는 알고 있었으면서 내 방에서 울었다.
창피할 정도로 오열했다.
낮 무렵에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일주일 후
누나가 M에 대해 자세히 말해줬다.
콩쿨을 앞둔 M이 대학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치였다는 것
100% 운전자 과실이었다는 것 등등

마지막으로 누나는
"사실은 M은 널 좋아했어.
 그래서 쉬는 날마다 집에 데려간 건데 왜 몰라준 거야"
라고 울면서 화를 냈다.

그리고 M이 죽은 날 아침, 부모님은 방에서 주무셨는데
현관문 소리나 플룻 소리도 듣지 못 했다고 하셨다.

오늘 학교도 쉬는 날이라 M 무덤에 가볼까 한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295432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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