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컬트학] 멍
게시물ID : panic_901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6
조회수 : 162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8/21 21:30:10

저는 고등학생 때 친구와 캠프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친구 중 하나가 좋은 곳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 가보니 강물은 예쁘고, 물고기가 가득 있는데다 바람도 잘 부는
정말 절호의 장소였습니다.

처음으로 해보는 캠프인데 이렇게 좋은 곳에 올 수 있다니하고 감격해서
기분이 좋아 어쩔줄 몰랐던 우리는
마치 초등학생처럼 여기저기 탐험하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참 걷고 있는데 좋은 향이 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잘 보니 눈 앞에 핑크색 꽃밭이 한가득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장엄하기까지 해서 한참을 넋놓고 바라봤습니다.
"이거 꺾어가도 되려나?"
"세 네 송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보는 꽃을 꺾는 건 해선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우리는 꺾어보고 싶은 마음에 그런 상식을 저버렸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았고, 그걸 꺾었다는 만족감에 부풀어 올라 캠프가 더욱 즐거웠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 램프에 불을 켜고 잡담을 나눴습니다.
최근 보고 있는 방송 이야기, 재수없는 선생 이야기, 남자애들 이야기, 그리고 괴담..
우리는 밤늦게까지 시끌벅적하게 놀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평소엔 시끄럽게 떠드는 걸 도맡아하다시피하던 M이 조용한 겁니다.
"M, 너 무슨 일 있니? 괜찮아? 몸 안 좋으면 이만 자"
"응, 괜찮아"
그렇게 답은 했지만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몸을 웅크려서 떨고 있잖습니까.
전혀 안 괜찮아보였거든요.
"안 되겠어, 지금 집에 돌아갈래?"
"아니야, 괜찮아"
다들 걱정되어서 M 주변에 모였습니다. 그런데도 M은 괜찮다고만 했습니다.

"시끄러워!!! 아프단 말이야!!"
M이 아픈 것 같다고 말할 때, 갑자기 M이 우리를 쥐어 뜯었습니다.
그때의 M의 표정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때 우리 귓가에서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런 때 장난을 치다니!
"하지 마!"
뒤돌아보니 어둠 뿐이었습니다.
M은 흰자를 드러내며 쓰러졌습니다.
잘 보니 찢어진 옷 구멍에서 보인 M의 배에 파란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정신 차린 M에게 물어보니
"갑자기 배가 아파서 배탈이 났나 했는데 뭔가 달랐어.
 그러다가 아파서 못 견딜 것 같더니, 찢어지는 것 같이 아픈 거야.
 그 후로는 기억 안 나"
라고 했습니다.
그냥 아픈 거면 괜찮겠지만, 우리에게 덤비던 M의 표정을 생각하면..
"무언가"에 홀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모두 했습니다.

"꺅!"
갑자기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귀 뒤를 눌렀습니다.
"왜 그래?"
친구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습니다.
"귀가 가렵다 생각했더니 뭐가 말하는 거야"
"..이제 그만 자자"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서 다들 동의했습니다.
텐트 안에서 저는 기분 전환삼아서 가져온 워크맨으로 음악을 틀었습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던 그때였습니다.
박자에 맞춰 무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까 제 귓가에서 속삭이던 그 "무언가"의 소리였습니다.
무서워서 몸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슨"
듣기 싫어 듣기 싫어.. 하고 중얼거려봤지만, 그래도 들려왔습니다.
점차 그 소리는 분명히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는....슨"
귀에 이어폰을 꽈악 눌러 넣고 침낭에 몸을 돌돌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들려왔습니다.
"아...는...슨"
눈물이 흘렀고, 귀를 아무리 막아도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말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습니다.

"아파는 무슨"

"꺄아아악!!"
도무지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귀를 막고 소리질렀습니다.
"왜 그래? 같은 텐트에서 자던 친구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대답해주려고 할 때, 갑자기 배가 아팠습니다.
그냥 아픈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아파 아파 아파 죽을 것 같아!
절규하던 그 순간 그 꽃 향기가 감돌았습니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습니다.
친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들어보니 저 외에도 "누가 귓가에서 속삭였다"고 하는 아이와
또 한 명 같은 증상을 보인 친구가 있다고 했습니다.
대체 그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며 옷을 갈아입는데 발치에 갈색의 뭔가 바스락거리는 게 채였습니다.
주워보니 어제 꺾어온 그 꽃이었습니다.
겨우 하룻밤만에 이렇게 시들다니..
그때 제 배에 시퍼런 멍이 하나 들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동시에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이 증상이 나온 건, 이 꽃을 꺾은 사람 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꺾어서는 안 되는 것을 꺾는 바람에 벌을 받은 걸까요..?

돌아가기 전에 저는 혼자서 그 꽃밭에 가보았스빈다. 여전히 향기로왔습니다.
하지만 그때 느낀 건 장엄함이 아닌, 원망..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멍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평생 남아있겠지요.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4740030.html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