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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가진자들의 공중전화 부스
게시물ID : panic_905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복날은간다
추천 : 75
조회수 : 16964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6/09/11 02: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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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하늘에서, '공중전화 부스'가 낙하했다!

' 쿵!! '

" 꺄아악! "
" 으아악?! "

그것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떨어지며, 인류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직사각형의 단단한 철제 구조물인 그것은, 한눈에도 공중전화 부스를 연상케 했다. 한데, 열려있는 문 안에는 전화기도,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사람들은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당황했고, 가끔 어떤 이들은 닥터라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전 세계에 골고루 1,000여 개가 떨어졌다 추정되는 부스들을, 각 국가가 몇 개씩 수거해 연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저 단단한 금속 구조물이라는 사실 밖에는 아무 특이점이 없었다.

한데 뜻밖에도, 부스의 비밀은 국가 연구소가 아닌, 아프리카 오지의 작은 마을에서 밝혀졌다. 
집 근처에 떨어진 부스를 그냥 사물함처럼 사용한 주민이, 그곳에 넣어두었던 고기가 상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그 소식이 퍼지며 급속도로 연구가 진행되었고, 한가지 결론을 얻게 되었다.

" 이 공중전화 부스 안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공간입니다! 이 부스 안에서는 늙지도 않고, 배고파지지도 않고, 영원히 '현재'를 유지 할 수 있습니다! "

이 놀라운 소식이 인류에게 가져온 충격은 컸다! 진시황이나 꿈꾸던 영원한 생명을 이룰 수 있다니?! 
당연히 인류는 부스를 고기나 담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신비한 공중전화 부스 이야기에 들떴다. 한데,

" 옘병! 어차피 다 있는 놈들만 사용하게 되는구만! " 

분명 전 세계적으로 1,000개가 있으리라 추정되던 부스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간 것이다!
국가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부스들이 출처 없이 사라지고,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부스들도 어느 순간 그들의 손을 떠났다.

결국, 부스의 신비한 능력은, 돈이든 권력이든 가진자들의 몫이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 왜 그들만 신비한 부스를 독식해야 하는가?! 왜 항상 가진자들만 더 가지는 것인가?! 이제는 모두에게 공평한 죽음까지도 차별받아야 한다니!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마저 주어진다면, 세상은 영원히 그들만의 세상이 될 것이다! "

그러나 사람들의 분노는, 그저 분노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힘이 없었다. 천 개의 부스를 소유한 가진자들은 힘이 있었다.

" 나는 정당히 돈을 주고 사들인 거라고! 항의를 하고 싶으면 내게 부스를 판 사람에게 하라고! "
" 내가 부스를 훔쳐갔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군?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인데? "
" 내가 대통령인데 당연히 부스를 사용해야지! "
" 내가 소유한 토지에 떨어진 걸 내가 가졌을 뿐이다! "

" ...... "

가진 자들은 일상의 대부분을 부스 안에서 보냈다. 식사, 업무, 잠, 심지어는 외출마저도 부스의 운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부스 밖에서 '늙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 아등바등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 저것들은 진짜 영원히 살기라도 할 생각인가? "
" 추하다 추해! 저렇게 살아서 뭐 한다고 참나! "
" 가진 게 많으니 아까운게지! 얼마나 좋겠어? 영원히 권력을 누릴 수 있는데! "

부스 안의 가진자들을 볼 때마다 사람들의 박탈감은 커져만 갔다. 사람들이 욕한다 해도, 그들은 상관도 하지 않을 것이고, 영원히 늙지도 않을 것이고, 영원히 가진 것을 더 늘려갈 것이었다.
사람들은 차라리, 그들을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어차피 가진 자들이 이득을 더 가져가는 건 늘 그래왔던 일이었으니까.

한데, 어느 날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꽝! 꽝! 꽝! 꽝!! '

" 뭐, 뭐야?! "
" 우왁! 뭐야? 문 열어! "

전 세계의 모든 부스 문이 저절로 닫혀버린 것이다!

안에 갇힌 사람들이 발버둥쳐도 절대 열리지 않는 부스는 곧,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사람들은 하늘 위로 날아가는 천 개의 공중전화 부스를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 부스들엔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가진자들이.

그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슬퍼하는 이들이, 그닥 많지는 않았다.

.
.
.

우주 어딘가, 누군가 중요한 거래를 하고 있었다.

[ 이번에 저희가 소개할 제품은, 지구라는 별의 '인간 통조림'입니다~! 저희 제품 유통기한이 무한한 거 아시죠? 집에 가져다 놓으시고 심심하실 때마다 꺼내드시면 됩니다! 아주 별미랍니다~! ]

출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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