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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당했던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906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ongwon
추천 : 13
조회수 : 217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9/16 08: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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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일을 하던 때라 항상 새벽에 퇴근할 적 얘기야.
새벽 세시쯤 가게에서 나와서 집을 향해 걷고 있었어.
택시타면 기본 요금이고, 퇴근하고 힘빠진 걸음으로 걸으면 25분쯤 걸리던 거리였지.



그때 당시 되게 안좋은 버릇이 있었는데 밤길에 적응됐단 이유로 항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걸었어.
그날도 그랬지. 게다가 풀 볼륨!

15분쯤 걸었나?
뭔가 이상해서 뒤를 돌아봤는데 웬 남자가 서있더라고.
그리고 내게 말을 걸길래 이어폰을 뺐어.
B역 3번 출구 쯤이었지.



나 : 저한테 말씀하신 거에요?
남자 : 혹시 외국인이세요?
나 : 아뇨... 무슨 일이신데요?
남자 : 아까 A역 1번 출구에서부터 불렀는데 그냥 가시길래 외국인인 줄 알았어요. 어디 가세요?
나 : 집이요. 무슨 일이신데요?
남자 : 걸으면서 얘기할까요?



이게 뭔 상황인가 그때는 살짝 어벙벙했지만 걷기 시작했어.
웬 외국인? 이태원 근처긴 했지만.

아무튼 별 얘기 없었어.

몇살이시냐. 생각보다 어리시네요.
제가 할말이 있는데 가면서 얘기할게요.
왜 지금 퇴근하시냐. 힘들겠다. 어디 사냐.

뭐 이런 대화들이었어. 대부분 무슨 일이신데요? 라는 답으로 끝났지만.
차라리 빨리 번호 묻고 가라! 는 생각이었지.

중간에 당시 남자친구한테 전화해달라고 해서,
친구한테 전화온 척 저 통화해야 되는데 할말 빨리 하고 가시라니까
친구 분 듣는데 얘기하냐고, 끊으라고 좀 강압적으로 나오더라고. 그때부터 쫄았어.

거기다 거의 집 앞까지 다와가니까 아 이거 사는데까지 알려줘버리겠다 싶어 초조해지더라고.



끝까지 데려다준다는 거 결국 할 얘기가 번호 알려달란 거라 냉큼 찍어주고 보내려니까, 진짜 번호 맞냐고 전화해서 진짜 내 번호인지 확인까지 하더라고.

아, 진짜 개진상이네. 생각하면서 가는 거 확인하고 집에 들어왔어. 그리고 씻으면서 찬찬히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아까 그 사람이랑 대화를 시작한 게 B역 3번 출구였잖아.

근데 그 사람은 A역 1번 출구부터 따라왔다고 그랬어.
그 두 역 사이는 걸어서 10~15분이라고.

상식적으로 이어폰 끼고 길가느라(설령 이어폰을 못봤다 하더라도) 답 없는 여자를 번호 따겠다고 저기요, 저기요, 하며 10분을 쫓아와?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무서워지더라.



연락? 왔었어. 시간 날때 산책이나 밥 한번 먹자고. 씹었지.

바쁘시냐고 오는 것도 씹고, 몰라 그냥 다 씹었어.

차라리 그때 무서워서 연락처 줬다고 솔직하게 얘기할까도 싶었지만 그런 뜻이 아니었으면 기분 나쁠 거란 생각에서 그랬지.



이거 되게 매너 아닌 거 아시죠?
제가 그쪽 예뻐서 번호 딴 거 아닌 거 아시죠? 착각하실까봐.
그냥 그 시간에 돌아다니는 게 신기하고 그래서.



-란 졸렬한 카톡을 끝으로 차단해버렸지만.

20대 초반이 30대 중반 아저씨랑 산책하고 밥 먹을 시간이 있겠냐고 하려다가 요즘 세상 무서운데 칼 맞을까봐 참았다.

그후로 밤엔 이어폰 안 끼고 다녀.
지금은 번호도 바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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