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빅킹오징어) 무인도. 1
게시물ID : panic_90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빅킹오징어
추천 : 11
조회수 : 98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9/21 22:12:00
나는 어딜 가든 인사를 받는 나이 먹은 여든의 노인이다.

꾀나 늦은 나이에 그녀를 만나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씨앗을 뿌려 수 천 번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손녀딸 크리스틴을 보는 낙에 산다.

자신의 몸에서 검은 것들 보다 흰 것들이 많아질 즈음 웃음도 같이 사라진 듯..
유일하게 크리스틴만이 날 미소 짓게 한다.

" 할아버지!! "

현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손녀딸이 내 품에 뛰어 안겼다.

" 할아버지 할아버지! 오늘 크리스틴 여기서 자고 갈 거예요! "

걱정과 미안함의 감정이 복잡하게 담긴 눈으로 문 밖에 서서 윙크하는 마이크를 보고 나 또한 윙크로 답했다.
매일매일 바쁜 일상에 그들도 둘만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 할아버지! 엄마가 할아버지 젊었을 때 이야기를 해줬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기억이 안 난다고 조금만
 들려주셨는데! 크리스틴 처음부터 다 듣고 싶어! "

안나 녀석.. 쓸데 없는 이야기를.. 수차례 동화나 다른 이야기를 해주면 안 될까 그녀를 설득했지만
 그만... 애교에 녺아내려 버렸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안고 2층.. 그녀의 엄마.. 그리고 내 사랑스러운 딸 안나가 쓰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히고 크리스틴을 보며 따라 누워 이야기를 시작했다.

----------
나는 젊었을 적 떠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방랑벽말기 환자였다.
진단을 받은건 아니지만 되돌아보니 내가 느끼기엔 그러했다.
정차 없이 무일푼으로 주 와 주 사이를 건너다 탈수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겨보기도 했고...
야생 동물에게 겁 없이 다가가 갈비뼈와 늑골이 4대나 부러진 적도 있었다.

나의 어머니 크리스틴 .. 그래 지금 손녀 딸에게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주었다.
어머니는 항상 나를 믿고 지원해주는 분이셨기에 이른 아침부터 냉장고에 있는 모든 것을 쓸어 담는
미치광이를 보시고도 다시 침실로 들어가셨다.

들어가시면서 빼놓지 않고 보여주시는 가운뎃손가락은... 정말이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격려이자 응원일 것이다.

냉장고를 털고 나니 우선 안심은 되지만..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호신용 무기가 필요했다.
야생 동물이야 급작스레 나를 공격할 일이 드물지만. 사람은 그러하지 않다.
나와 같이 방랑벽이 있는 옆 동네 베이론은 지나가던 틴에이저(10대)에게 느닷없이 칼침을 맞아
2달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받되 믿지는 말라. 이것은 내 오랜 방랑벽 끝에 얻은 교훈이자 삶의 철학이다.

얼마 전 오늘과 똑같이 어머니의 격려와 응원을 보고 너무 기운이 솟아 지갑에 손을 대어 장만한
아시아의 흉포한 무기... 목검과 2KG의 아령 두 개를 배낭에 잘 메어 놓으니 부족했던 2% 불안함이
씻은 듯 날아가는 것 같았다.

아령으로 걷는 중간중간에 나를 단련하여 우악스럽게 튀어나온 이두근과 삼두근으로 겁 없는 틴에이저들을
사전에 차단하리라.

이곳 코네티컷 주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쭉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인적이 확연히 드문 스트리트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더욱 깊이 들어가 걷다 보면 길을 잃는다는 소문도 돌고.. 웃기게도 외계인들의 부락이 나온다는
헛소문도 돌고 있다.

내 목표는 바로 외계인의 부락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외계인의 부락을 지나 프레데터의 본거지라고 말하는 게 더욱 확실하겠지.

확실하고도 명확하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이놈의 방랑벽은 내 두 발을 질질 끌고 그곳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출처 빅킹오징어 먹물 속 박테리아 손톱 안에서..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