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실화] 우리 아버지... (1)
게시물ID : panic_910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코스모스향기
추천 : 40
조회수 : 2913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10/03 22:47:00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먼저 글을 쓰기에 앞서
이 글에 대해 소설이라고 여기시는 마음으로
보실 분들께서는 미리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눈팅러로 혹은 간혹 남겨보는 댓글로
꾸준히(?) 오유를 즐겨보는 곧 30을 바라보는
늙은 청년입니다.
 
매번 유머게에서만 눈팅을 하다가
몇 달 전부터 공게를 즐겨보게 되면서
자기 전, 한 번씩 읽어보는 글에
지릴 뻔 한적도, 여성분들에 대한 범죄로 분노하기도 하며
눈팅러로 지내왔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도
사실 몇 번이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내일까지 제출할 보고서류만 하루종일 잡고 있다가
마침 텀이 나는 시간이 되서 생각나는 일화를 끄적여 봅니다.
 
글쓰기가 고민됐던 이유는 이 글의 주체의 대상이
바로 '아버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6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곳에
올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요.
 
왜냐하면 제가 경험한 아버지 이야기를 한 공포 카페에 올리고
한 분께서 '네가 뭔데 영혼을 운운하냐'는 악플 아닌 악플을 본 후로
일절 인터넷에 아버지와 관련된 '이' 이야기는 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용기가 안난 것도 있고, 관심 끌려 아버지 이야기 하는 거 아니냐는 분들이 계실까 하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오랜 고민이 앞섰네요.
 
서두가 너무 길었죠? 그럼 '우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합니다.
정말 100% 실화이고 1%의 허위나 과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오래된 기억 속에 있던 부분이라
대화체나 글의 설정은 조금 각색을 하여 소설의 형식으로 씀을 양해 바랍니다.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니 이해해 주시고, 제가 글을 쓰면 좀 길게 쓰는 편이라..^^; 이해해 주세요^^;]
 
 
==================================================================================================================
 
[편의상 반말로 하겠습니다.]
 
2010년 6월,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곁에 두고 세상과 이별했다.
 
8년 전, 시작된 '알콜 중독'으로 우리 가족의 삶은 눈물만 나는 생활이었다.
1년동안의 알콜 쓰나미로 고생을 하다 한 번 쓰러지신 후, 7년 간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우리 가족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10년 3월, 아버지의 간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
'간 이식 수술' 만이 제 2의 생명을 얻는 신호탄이었다.
별다른 큰 고민없이 나의 간을 아버지에게 드리리라..
생각하며 병원에 갔지만 평소 초고도비만인 115kg의 나는
'지방간' 판정으로 보류 대상이 되었다.
 
죽을 둥 살 둥, 20kg을 뺀 2010년 6월,
드디어 장기이식센터에서 승인이 떨어졌고,
아버지와 나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잠에 빠져들었다.
 
 
수술 이틀 후, 아버지는 50여년의 짧디 짧은 인생을 마감하시곤
마취에서 깨지 못하신 채,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
아니, 편안했을까?
 
그 이후로 어머니는 단기 우울증으로 고생하셨고,
나 또한 수술 후유증으로 매스꺼움과 복통으로 3개월을 고생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어머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오늘 어디 안 나가?"
"응. 왜? 아픈데 어딜 가?"
"아.. 음.. 아냐."
 
대장부 같던 어머니의 당혹스러운 모습에 어리둥절한 나는 꼬치꼬치 캐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사실.. 굿 하려고.."
 
굿?
귀신 이야기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는 내게 항상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나 하고 있는 텔레비전 그만 보고 잠이나 자!'
라며 콧방귀도 안 뀌던 울 어머님의 입에서 '굿'이라니..
 
말로만, TV로만 보던 그 '굿'을 엄마가 한다고 했다.
 
"뭐? 굿? 굿을 왜 해?"
"..."
 
한참을 말씀이 없으시던 어머니의 입에선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사실.."
 
 
수술 며칠 전, 가게를 운영하시는 어머니를 도와 일해주시는
'이모'가 알고 계시던 점쟁이가 가게에 찾아왔다.
 
가게에 들어온 점쟁이가 대뜸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 누구 아픈 사람 있어?"
 
"?"
 
의아스런 질문에 당황한 건 우리 어머니였다.
 
"우리 남편이 아픈데요.."
 
"으이그, 혹시 누가 남편한테 뭐 줘?"
 
"..."
 
"누가 주는구만, 근데.."
 
"..?"
 
"근데 쌍 상여가 나가겠구만, 둘 다 죽어."
 
"네?"
 
"아들이 뭘 주는구만, 근데 아들이 먼저 죽게 생겼네."
 
"무슨 말이에요 자꾸!"
 
"둘이 '합'이 안 맞아. 둘 다 살릴려면 하면 안돼!"
 
"..."
 
 
처음엔 어머니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치부했지만
'둘'의 죽음이라는 말에 다소 심기가 쓰였던 건 사실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이모는 점쟁이를 여러 번 불렀고,
어머니는 점쟁이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었지만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신 아버지에게
차마 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왜 굿을 해야 하는 건데?"
 
"아빠가 구천을 떠돌면서 이모랑 엄마랑 성희(동생, 가명) 뒤를 쫓아다닌대.."
 
"그 말을 믿어? 아빠가 왜 성희(가명)를 쫓아다녀?"
 
"... 점쟁이가 그러더라. 그렇게 쫓아다니다 가는 길 외로워서 같이 가려고 할거라고.."
 
"... 아빠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데..?"
 
"엄마도 못 믿겠는데... 귀신이 되면 감정이 없어져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네..."
 
"그래서 하려고..?"
 
"이미 오늘 하기로 해서 이따 점쟁이 올거야.. 오면 넌 그냥 가만히 있다가 절만 몇 번 해.."
 
"..."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 대기실이 그렇게 추운 줄 몰랐다.
아니 몸이 떨려서 그런 것일지도..
 
수술실로 이동하는 침대 위에 덩그러니 누운 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병원 천장이 그렇게 두려울 수 없었다.
도착하여 두 손을 포박(?)한 후, 카운트에 맞춰 이윽고 잠에 빠져들었다.
 
 
'웅성웅성'
 
웅성대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난 일반 병실에 누워있었고, 타는 듯한 목마름에
물을 찾았지만 수술 직후라 일절 금식이었다.
 
어머니가 적셔주시던 물수건의 떨어지는 물방울으로 입을 적시며
긴긴 밤을 지새웠다.
 
아침이 되니 목에 걸리는 '무언가'가 나의 숨통을 조여왔다.
간호사를 불러 이게 뭐냐고 물어봤지만
콕콕 눌러볼 뿐 대답해 주지 않는, 아니 몰랐던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여자 의사가 들어와 왼손의 정맥에 주사를 놓는다며 들어왔다.
주사라면 이미 맞을대로 맞은터라 아픈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따끔'의 수준을 넘어 '통증'이 뇌를 강타하며
'무언가'에 숨통조이던 그것이 내 기도를 막아버렸다.
 
그렇게 난 '정신'을 잃었다.
 
 
====================================================================================================
 
쓰다보니 무슨 소설처럼 썼네요;;
게다가 너무 길어진 탓에...
 
내일 텀나는 시간을 활용해서
반응과 상관없이 '(2)' 올릴께요 ^^;
 
출처 경험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