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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우리 아버지... (마지막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910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코스모스향기
추천 : 17
조회수 : 263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10/06 23: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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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을 쓰기에 앞서
이 글에 대해 소설이라 여기시는 분들꼐서는
미리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마지막 이야기 올린다고 해놓고
이틀 만에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ㅠ_ㅠ
 
오늘 새벽 2시까지 밀린 업무 하고 6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느라
글을 올릴 엄두가 나질 않았답니다 ㅠ_ㅠ..
 
그래도 2개의 게시글을 베스트까지 보내주신
오유 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
 
저희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 올립니다.
 
 
===========================================================================
 
[편의상 반말로 하겠습니다.]
 
 
점쟁이와 이모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천도제' 비스무리한 '굿'이 끝난지 3개월이 지났다.
 
3개월동안 간간히 점쟁이가 어머니에게
'남편이 나타나서 ... 이러쿵 저러쿵...' 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아니, '사후'에 대한 무지로 어머니께 마땅히 해드릴 말도
생각나는 말도 없었다.
 
그렇게 그 때 그 일을 잊고 살아온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다니던 어린이집에 복직하여 일을 시작하고,
어머니도 닫았던 가게 문을 다시 열어 장사에 매진하며
'아버지'의 빈자리만 느끼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갔다.
 
 
그렇게 이젠 슬픔도 하는 일에 치여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전 날 당직근무로 피곤했던 터라 늦잠 한 번 푹 자려 했는데
거실에서 '웅성웅성' 친척들이 모여 이야기 한다는 것을
알아채곤 푸념을 늘어놓으며 거실로 나섰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친척들께 인사드린 후,
화장실에 가려는데 어머니가 열변을 토하셨다.
 
 
"글쎄 말이야, 내가 진짜 그런 거 안 믿고 살아왔는데
별 일이 다 있더라니까."
 
"그해서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되긴... 그러고 끝나긴 했는데 진짜 찝찝하고 무섭더라고."
 
"참... 별에 별 일이 다 있구만..."
 
 
---------------------------------
 
토요일 느즈막한 오후,
노곤한 몸을 이끌고 이모와 식사를 하기 위해
어머니가 주방에서 가게 홀로 나갈 때였다.
 
'철컥.'
 
당시 가게는 유리로 된 전형적인 가게의 정문과는 반대로
뒷 쪽으로 해서 가게 홀로 들어올 수 있는 철문이 있었는데
단골 손님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철문을 들고 들어선 이들의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단골 손님 남자 두 명이 이야기 나누며
가게로 들어섰고, 평소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 주고 받았던
손님들이라 거리낌 없이 넷이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10여분이 지났을까?
남자 손님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장모님은 잘 계셔?"
 
평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모르고 지낼 것 없이 편하게 지내온
손님이었지만 반말과 함께 들려온 '장모님'이라는 단어.
 
"네?"
 
"장모님 잘 계시냐구, 처형도 자주 오는 거 같더만."
 
"...?"
 
계속되는 손님의 이상한 말투에 어머님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무슨 말씀 하는거에요?!"
 
"나 장모님이랑 처형, 처남 다 알아!"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손님이었던 터라
처음에는 농담으로 한 이야기라 생각하던 어머니는
계속 되는 '사위' 행세에 어머니는 분노가 치밀었다.
 
"아니, 자꾸 이상한 소리 할 거면 당장 나가요!
남편 죽은 것도 서러워서 못 살겠는데 지금 나 놀려요?!"
 
어머니의 다그침에 손님은 움찔했다.
같이 앉아있던 친구인 손님도 그의 이상한 행동에
 
"야이 새끼야. 장난도 정도껏 해라." 라고 이야기 했다.
 
머쓱했던 친구는 그만 일어나자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상한 말을 해대던 손님은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
 
어머니와 이모는 손님들이 계산대로 가기 전,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잠시 자리를 떴고,
손님들의 이상한 말에 대해 '이상한 사람들이네.', '정신이 나갔나봐.' 등의
뒷 이야기를 하며 가게로 들어섰다.
 
계산대에 손님들이 서 있는 것을 본 어머니는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로 걸어갔다.
 
 
그런데...
 
 
--------------------------
 
"오빠, 내가 그 때 생각하면 진짜 귀신이 있나 몰라. 진짜 힘이 보통이 아니더라고."
 
".. 가게 정리는 잘 마무리했고?"
 
"응. 깨진 유리창 보상해 달라고 해야지 뭐. 하.. 참나.."
 
"안 다친 게 다행이지. 너도 그만 잊어."
 
 
----------------------------
 
그런데
계산을 하기 위해 카드를 내밀던 이상한 말을 하던
손님의 눈이 뒤집혀 지더니 흰 자위만 내보인 채
가게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평소 아버지가 다리가 불편하셔서
손님이 없을 때 누워있던 큰 방의 구석,
계산을 하기 위해 자주 자리하던 계산대 앞.
 
그 손님은 아버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던 '그 곳'을 배회하다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아버지가 자주 누워있던 큰 방의 구석과
계산대에서 무릎을 꿇며 '용서'를 비는 그 손님,
 
 
"야..야!! 왜 이래!! 정신 차려!!!"
 
같이 온 친구분도 놀라셨는지 '그'의 어깨를 잡고선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그 손님은 유리로 된 가게 정문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저기서 날 불러!!!"
 
[중간에 갑자기 확인이 눌러져 버렸..]
 
'죄송합니다'를 외치던 모습에 놀랐던 이모가 급히 근처에 살고 있던
점쟁이를 불렀고, 바깥으로 뛰어 나가려던 것을 제지한 점쟁이가 온 것은 그 때쯤이었다.
 
당시, 가게는 4차선 도로 대변에 있었던 곳이었고,
가게 앞은 '횡단보도' 하나 없이 쌩쌩 달리는 차들만이
거리를 비추는 곳이기도 했다.
 
 
"거, 그만 좀 하쇼!!"
 
 
점쟁이가 외쳤다.
 
"으으으으으으....!!"
 
이상한 소리를 내던 손님은 잠시 진정되나 싶더니
다시 일어나 문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막기 위해 어머니, 이모, 점쟁이, 친구분이 '그'를 막았지만
'그'의 힘은 4명의 성인이 막아선다 한들 속수무책이었다.
 
그러자 점쟁이가 '그'의 등을 한 번 탁 쳤는데
그 손님은 물 먹은 휴지처럼 흐물거리더니
'픽' 하고 쓰러져 버렸다.
 
 
 
5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그 손님은 친구분의 어깨에 기댄 채
집으로 향했고, 일은 마무리 된 듯 했다.
 
그 손님이 뛰어다니며 막아서는 '우리'들에 대한 반항심(?)이었는데
가게의 집기를 있는대로 부시는 '행패'로 인해
방을 구분하던 유리 문이 박살이 나기도 했다.
 
 
그 손님이 돌아가자 점쟁이가 어머니께 말했다.
 
"이 집 사장이 그 손님을 부르는 거여. 저기 반대편에 서 있구만."
 
소름끼치도록 아무런 내색 없이 표현하는 점쟁이의 말에
어머니는 그저 벙찐 얼굴로 가게 밖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이 자네를 보호하려고 그런 거 같어. 왜 장모님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지켜주기 위해 그런거니까 너무 놀라지는 말어."
 
 
 
------------------------
 
그 일이 있고 월요일이 되었을 때,
계산대 위에 올려둔 카드를 찾기 위해 그 손님이 다시 방문했고,
어머니에게 전해 준 이야기가 나를 더 소름끼치게 했다.
 
"그 일 있고 나서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이틀 동안 못 걸어 다녔어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니까. 오늘 겨우 힘이 나서 온거에요.
토요일에 올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늘 가게 오니까 왜 이렇게 가게가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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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2001년, 다리 수술로 인해 몇 년간 다리를 저셨습니다.
 
 
=================================================================
 
[중간에 확인이 눌러져버려 중간 글이 써졌는데
그냥 글 수정으로 다시 쓰고 있답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술 마실 때를 제외하곤 평생 '가족'밖에 모르고 사셨던
우리 아버지,
 
수술 하기 이틀 전, 아버지와 마지막 식사를 하며
나눴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시골에서 요양하며 지내고 싶다는 아버지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움이 남은 6년의 시간이었네요.
 
 
이렇게 용기를 가지고 글을 남길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마무리가 조금 허무한 감이 있지만
나름 그 날, 그 때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과연 영적인 세계가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마따나 이모, 점쟁이가 어머니를 현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충격이었고 두려운 일화 중 하나이기에
부족하지만 미흡하게나마 그 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올린 '요지'는
옆에 계신 부모님께 늦더라도 '사랑'을 전해드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보았습니다.
 
29년 평생을 살아오며 오글거려서, 낯 간지러워
사랑한다는 그 흔하디 흔한 말 한마디 못한 것,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 수술했다는 이유로 지켜드리지 못한 것,
저에겐 평생의 한으로 남습니다.
 
 
좀 생뚱 맞지만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해주시길 바랍니다 ^^
 
길고 길었던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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