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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실수.
게시물ID : panic_910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과그림자
추천 : 28
조회수 : 3598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6/10/10 04: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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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였어, 실수였다고. 술만 아니었어도!

머리를 붙잡고 남자가 변명한다. 내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자 위기감이라도 느꼈는지 팔을 맞붙이고 싹싹 빈다. 파리는 다리에서 먼지를 떼내기 위해 다리를 비빈다는데 남자는 원체 더러운 놈이라 팔을 비벼도 그 더러움이 다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네, 제발. 응? 단 한 번의 실수로 인생 접힐 순 없다고요... 애초에 댁 딸이 잔망스럽게 굴지만 않았어도....

딸의 성기와 허벅지 근처에 덕지덕지 크레파스를 엉망으로 문댄 그림처럼 남겨져 있던 멍들, 새하얀 도화지처럼 흰 작은 몸에 얼룩덜룩 남아있던 핏자국들을 떠올린다. 자라지도 못한 젖꼭지 주변으로 새겨진 흉악한 이빨 자국들도 떠올린다.

잔망스럽다고? 아빠 껌딱지였던 아이가 아빠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에게 느끼는 감정이 그렇게도 표현될 수 있는 건가. 개에게 물리면 개 비슷한 것만 봐도 무서워하게 된다고 하지. 덕분에 이제 딸은 아빠 얼굴만 봐도 경기를 일으켜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피곤하게 이러지 말고...

남자는 협상을 시도한다. 혀에서 쩐내가 나는 것 같다.

나는 머리 속으로 내 딸의 가격과 남자의 미래에 대해서 계산을 해 본다. 조금 이쪽이 감정적으로 손해인 것 같지만 남자는 의대생이었다. 확실히 경찰에 의해 기록이 남으면 아깝겠지.

-가격 불러봐.

순순히 손을 내린다. 남자는 안도하며 가격을 부른다. 마주 웃어주며 가방에서 술병을 꺼내어 들이킨다. 목구멍이 따끔따끔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런 대답이 아니었지만, 동시에 가장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나는 포주가 아니다. 내 딸도 창녀가 아니다. 그렇기에 내 딸의 가격은 돈으로 매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는 사과를 말하는 대신에 얌전히 가격을 불렀다. 남자는 확실히 개,새끼였다. 다행히도 인간 새끼가 아니었다.

-으흑......

나도 모르게 눈물을 터트린다. 기뻐, 난 정말로 기뻐.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금액이지 않아요?

- 왜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돈으로 묻는 것이 자신뿐이라고 생각해? 내가 물은 건 내 딸의 몸값이 아냐. 네 가족들이 받을 네 몸값이다.

손에 들린 술병의 각도를 더 기울여 입 안에 술을 털어 넣는다. 부지런히 술을 꼴깍꼴깍 마시는 것을 보던 남자가 이상함을 깨닫고는 비명을 지르지만, 괜찮아. 아무도 안 올 거야. 왜냐하면 이 주변 땅은 전부 우리 집 사유지거든. 아무도 안 와. 너와 나 둘 뿐이야. 시간도 많고, 내가 너를 위해 쓸 시간은 더더 많을 거야....


빈 술병이 이빨에 텅텅 부딪혀온다. 경찰에도 넘기지 않고, 이 정도면 자비로운 것 아닌가. 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긴 하지만 내가 잘 놀아줄 거니까 괜찮다. 놈의 집에다 놈이 불렀던 '자신의 가격'을 보내주고 정당히 살 거니까 놈도 이제 나와 즐겁게 놀아야 한다.

 실수를 좀 자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술을 마셨으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괜찮다, 괜찮아. 즐겁게 실수해줄 테니까.

 아, 그런데 같이 놀려면 여자 아이인 쪽이 좋겠지. 여러 장난감도 사놓았으니까 말이야. 도끼를 비스듬히 더러운 불알에 겨눈다.

-뭐, 뭐하는거에요?

 나는 심신미약의 상태로 상냥하게 대답한다.

-응, 도끼를 들고 손이 미끄러지는 중이야.
출처 くコ: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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