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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손
게시물ID : panic_915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21
조회수 : 143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1/21 01: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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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있잖아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그날 밤, 잠이 너무 안와서 뒤척이고 있었어요.

우유나 한잔 마시자 하고 밖에 나왔을 때,

그때 들었어요.

제가 어머니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어머니가 전화하시는 걸 엿들었어요.



그리고 그때,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하지만 결국 저는 어렸고

두 분이 절 속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비뚤어졌어요.



하라는 공부도 안하고

담배도 몰래 피고

고등학교땐 술마시고 난동피우고

그리고 아줌마라고 불렀잖아요.

저는 제가 아들이 아니라면 어머니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대학도 어영부영 나와서

대충 졸업하고 대충 막일 하면서 집 나갔었잖아요.

그때 어머니께 꺼지라고 했었죠.

어머니께 참견하지 말라 했었죠.


내가 애새끼로 보이냐며 소리쳤잖아요.

미안해요.

어머니.



어머니

왜 전 잊고 살았던 걸까요.



저번에 꿈을 꿨어요.

그 어렸을 때


그 때의 꿈을요.



어머니가 제 손을 잡고 갔던 그 유원지에서

어머니는 저에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었죠.


그리고 같이 갔던 그 꽃축제에서

제 손을 잡고 꽃밭에서 아름다운 꽃을 꺾어주셨잖아요.

그러다가 걸려서 혼이 나기도 했고.


그때 갔던 그 전시회는 기억나시나요.

돌아오는 길에 먹었던 그 함박 스테이크도 참 맛있었어요.

그 다음날에 잘 못 일어났지만 어머니는 혼내지 않으셨죠.

자전거에 태워서 힘들게 밟고 언덕길을 올라가셨잖아요.


아들 유치원 보내겠다고.


이런 아들 십 몇년동안 뒷바라지 해주셨잖아요.



어머니.


이 쉬운 한마디를 저는 하지 않았죠.



어머니.


아아.


어머니.



들리지 않을 소리만을 반복해요.


당신에게 이 말은.


이 눈물은 영영 닿지 않겠죠.



어머니.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울지 말아요.



입양한 피 하나 섞이지 않은 저를 키우시고.


사랑해주시고.


몰래 도와주시고.


당신의 가슴을 후벼 파는 이야기를 해도 한번도 화내지 않고.


힘드셨잖아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모든 것은 제 잘못이에요.


그 사랑을 알지 못하고 도망치고


비뚤어지고


나쁜 짓만 골라서 하고


당신에 수많은, 수많은 비수를 박고.


끝까지 어머니라는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끝까지 사랑한다는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끝까지 고마워요라는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그러니


이젠 그 손을 놓아주세요.



저는 일어날 수 없어요.


전 가망이 없어요.



그 날.


그 꿈을 꾼 날.


그제서야 당신의 사랑을 깨닫고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트럭에 치인 저는


이제 더이상 일어날 수 없어요.



더이상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어머니란 말도.


하지 못해요.



그러니 그 손을 놓아주세요.


너같은거 키우는데 힘들었다고 해주세요.


죽어서 다행이라고 해주세요.


빨리 죽어버리라고 해주세요.



계속 그 손을 잡고


사랑한다.


미안하다.


언제나 함께 있어.


엄마는 언제나 널 믿어.


이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떠나갈 수 없잖아요.



살고 싶어지잖아요.


죽을 것을 알면서도.



한번.


딱 한번만 일어나서



당신에게


어머니, 고마웠어요. 사랑해요.



이 한마디 하고 싶어서


떠나지 못하잖아요.



아아.


어머니.


그 손을 놓아주세요.



닿지 않는 목소리와 흐르지 않는 눈물이


따뜻하게, 그리고 새하얗게


저기 저 너머로.


닿는다면


흐른다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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