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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게시물ID : panic_916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과그림자
추천 : 7
조회수 : 9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25 20: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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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했다. 고개를 들자 바퀴벌레같은 음슴한, 그러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새까만 눈과 마주쳤다.

-가스불을 안 켜놨네.

 그 말을 마치고선, 그는 히죽 웃었다.

-갔다온다?

  누런 이빨에서는 끔찍한 악취가 났다. 숨을 쉬지 않은채 눈만 꿈뻑이자 마음에 안들었는지 얼굴을 확 구기며 내 이마를 살살 밀었다. 나는 그대로 밀려나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끄덕였다. 목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대답.

 -다, 다녀오세.....

 -반말.

 -으, 으응. 다녀와.

 -하여간 귀염성이 없다니까.

  그는 투덜대며 몸을 돌렸다. 라이터를 찰칵찰칵 거리며 아까 우리가 나왔던 집으로 들어갔다. 

 탕탕!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얼마 있지 않아 그는 차 문을 두드렸다. 잠금을 풀어주자 들어와서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다.

-아, 진짜 저런 저택에 고작 80있는게 말이 되냐고. 집이 아깝네, 시발.

-카드로 긁고 다니나 보지...뭐....

-야, 무섭냐?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당황하고 있자 그는 눈썹을 까닥거리고서는 턱으로 내 손을 가르켰다.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지가 더 신나서 찔러댔으면서 내숭은.

  그는 사납게 킬킬대며 나를 비웃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니가 나랑 뭐가 다르냐?

 애초에 날 괴롭힌 게 누군데. 내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밖에 없는게 누군데. 나는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가지고 있어...! 너랑은 다르다고.....! 나는 죄가 없어. 난 잘못하지 않았어.
 
-븅신 쪼다 새끼.

 아까 칼을 아이의 몸에 찔러넣었을 때 들었던 불쾌함이 손이 아닌 몸 안에서부터 스믈스믈 기어나왔다. 나는 약간의 반란을 시도했다.

-나, 나, 나,나는 너랑 달라.....

 겨우 말을 짜내어서 내뱉었다. 그러나 어렵게 나온 내 말과는 달리 그의 입은 쉽게 나를 비웃는 말을 쏟아냈다. 경멸과 함께.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도 공범이다? 빨랑 뜨기나하자.

 
 뒤통수에서 빡소리가 나도록 한 대 맞자, 내 작은 반란은 쉽사리 허무할정도로 제압되었다. 빨리 뜨자며 친절하게 미소짓는 모습에 길들여진 짐승처럼 조용히 말을 따랐다. 

 차에 시동을 걸고 일가족이 살았던 저택을 등졌다. 코 끝에서부터 울리는 매캐한 타는 냄새가 쉽사리 코에서 지워질 것 같지 않았다.
출처 일가족 강도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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