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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후 세계를 믿지 않는다.
게시물ID : panic_917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마인
추천 : 7
조회수 : 141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2/11 04: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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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죽었다. 
누구나 그랬듯, 혹은 그렇게 될 예정이듯 나는 죽었다. 살아 있을 때, 그러니까 내가 육신을 가진 상태로, 웃거나 찡그리거나, 말도 안되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시시덕대거나 근엄한 척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물론 살아 있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있을 수 있었지만, 나는 이제 아무 말도, 표정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이 달랐다.
나는 생전에 사후세계 따위를 믿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던 어떤 종교도 믿지 않았으며,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영혼이니 환생이니 하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그치만 내 생각과 달랐던 것은, 어떻게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죽음과 동시에 스위치가 꺼지듯 '나'라는 존재가 스스로를 자각할 수 없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나는 움직일 수 없고, 감각을 느낄 수 없을 뿐 내가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데카르트의 말이 맞았던 걸까.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내 존재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내가 지금 영혼의 상태인지, 아니면 육신에 매여있는 상태인지 알 수도 없고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으며, 외부의 자극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죽은 것이 아니라 그저 식물인간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내 맥박과 호흡을 체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아직 내 죽음에 의문을 가질 권리가 있다. 어쩌면 내가 의식을 잃은 지 1초가 채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10억년이 지났을 수도 있고.
어찌됐든 나는 지금 존재하지도, 소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끝없는 되물음만을 반복하며 다가올지, 오지 않을지 모르는 종말만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넋두리 늘어놓듯 장황하게 말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는데, 잘 안 읽히실까봐 우려되네요. 비판, 비난, 조언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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