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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번역] 또다른 나 - 2
게시물ID : panic_919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ughJackman
추천 : 19
조회수 : 15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2/26 13:14:08


1편 링크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91925&s_no=91925&page=1


바로 2편 올라갑니닷

최대한 무서운 분위기로 번역해보려 하는데... 안 무섭네요 ㅡ ㅡ....

더 노력해볼게요 흑









 - 나 - 

 지난밤에 일어난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대략 10시쯤이었고, 나와 아내는 여전히 거실에 앉아 무슨 개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아내려고 애쓰던 중이었어. 아내는 와인을 세 잔째 들이키던 중이었고. 아마 와인 덕분에 그나마 제정신을 좀 유지했었던 것 같아. 우린 내일 오후 2시에 뭘 해야 할지 계속 토론하고 있었지. 
 그때 우린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릴 들었어. 아내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질러대며 방 밖으로 달려나갔어. 

"그 사람일까? 이른 비행길 타고 왔다거나...?" 내가 아내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

 달리 방법이 없었어. 결정을 해야만 했다고. 문을 열 수밖에 없었지. 아주 천천히, 문 손잡이를 돌렸고, 정말 약간만 문을 열었어. 밖은 어두웠지만, 문을 두드린 사람이 남자라는 걸, 그리고 나랑 비슷한 체구라는 것 정돈 즉각 알아차릴 수 있었어.
 이럴 수는 없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지.

 내가 문을 더 열기도 전에 그 남자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어.
"얌마, 왜 그래? 괜찮아?" 내 목소리가 아니더라고. 정말 안심이 됐지.

 문이 완전히 열리자,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볼 수 있었어. 그제야 나는 크게 웃을 수 있었어. 그리곤 아내에게 소리쳤어.
"자기야, 크리스가 왔어." 지금 온 크리스라는 사람은 내 베프야.

"대체 여긴 왜 온 거야?"
 내 말에 크리스는 굉장히 당황하면서도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어.
"네가 나한테 오라고 했잖아.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아내가 방으로 돌아와선 크리스에게 달려가 그와 포옹했어.
"아, 여기에 온 게 너라서 참 다행이야."
"뭐? 뭔 상황인지 설명 좀 해줄래?"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어. 추측컨대 '또다른 나'가 크리스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집을 확인해보라고 했겠지. 그래서 난 크리스를 이 상황에 끌어들이는 것도 생각해봤어. 모든 걸 말해준다면, 내일 그 사람이 집에 도착했을 때 크리스도 여기 남아 있도록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금세 생각을 바꿨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기에, 다른 그 누구도 여기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냥... '그 남자'를 없애버리고 싶었어.

"설명해줄게... 오늘 내가 탄 비행기에 심각한 결함이 생겨서... 비상착륙을 해야만 했었어."
"세상에."
"그래, 우리 둘다 그거 땜에 좀 고생했어. 그래서 내가 좀 이상하게 굴었나보다. 널 불러서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우린 괜찮아."

 별로 좋은 변명은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서 지어낼 수 있는 말은 그게 한계였어. 그래도 크리스는 어느정도 내 말을 믿었던 것 같아. 살짝 회의적이긴 했지만서도...
"그래, 그렇다면야 뭐... 그럼 돌아갈게. 둘다 괜찮다니 다행이네."

 그리곤 돌아가서 걸어가기 시작했어. 그러다 다시 멈춰서선 나에게 말했지.
"그러고보니, 내가 여기 도착하면 무조건 너한테 전화하라고 했잖아. 기억해? 이제 그럴 필요는 없겠지?"

 난 미소지었어. "응, 안 그래도 돼."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그런데 내가 대답하기 전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크리스의 모습이 갑자기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야. 크리스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그가 말하는 것 같지도 않았어. 아내는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어.
"만약 내일 그 사람이 온다면, 아무 소용도 없을 거다."

 난 그대로 굳어버렸어. 내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내 친구 크리스가 아녔어.
"뭐... 뭐라고?" 내가 소리치자, 크리스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얌마, 진정 좀 해. 잠을 좀 자거나 뭐든지 간에." 그말을 하는 크리스는 다시 정상처럼 보였어. 그리곤 다시 뒤돌아서서 걸어갔어.

 크리스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내에겐 말하지 않았어. 아마 일련의 경고 같기는 한데... 대체 누구로부터? 그리고 '또다른 나'를 대체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거지?
 아내는 그래도 그날밤 조금이나마 잠을 청할 순 있었지만, 난 아니었어. 전혀 아니었지. 아내에게 '또다른 나'가 레딧에 쓴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했지만, 한사코 거절하더라. 그게 엄청 무서웠나봐. 그리고 다른 레디터들도 댓글을 달아줬는데, 걔들은 '또다른 나'가 쓴 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그 글이 나한테만 지렁이 글씨로 보이는 거지. 하지만 확실한 건 내 이야기와 엮인다는 거야. 그 남자는 LA에 있고, 우리와 접촉해왔으며, 오늘 오후 2시에 우리집에 온다는 그 이야기 말이야.

 그리곤 오후 2시가 지나서야, 그에게서 연락이 왔어. 그 남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에 내심 그가 오지 않기로 결정했나보다 라는 희망을 품었지. 하지만 그 순간 그가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어.
"'지금 공항에서 막 택시를 탔어. 곧 갈게.'"
 그 말인즉슨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0분 밖에 없다는 뜻이었지.

이쯤에서 글 마쳐야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보면 알겠지. 수정을 하든가 댓글로 계속 업데이트 할 거야, 아니면 내일 아예 새 글을 쓰든가. 확신할 순 없겠네, 어쩌면 내일 이 글을 쓸 내가 없을 수도 있으니...







 

 - 진짜 나 - 

 이 새끼가 날 한방 먹였네? 바로 몇 분 전에 말이야. 위에다 또 글을 써놨는데, 이번에도 무슨 말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니.

 비행기가 살짝 지연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 지역의 공항에 도착했어.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가 뭘 해야 할지 전혀 감도 안 잡힌다. 아내에겐 내가 곧 집에 도착할 거라고 문자를 보내놨어. 뭐, 아마 위에 쓰여진 지렁이 글씨들에 이미 다 적혀 있는 내용이겠지만.

 글의 나머지 부분들은 비행기에서 적었어. 복사해서 내가 택시 타기 전에 빨리 업로드할 거야. 최대한 빨리 이걸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참, 지난밤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할 것 같아. 너무 불안했기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이 어떤지 봐달라고 우리집에 가줄 수 있냐고 물었지. 그땐 굉장히 공허한 상태여서, 친구가 혼란스러워 하긴 했지만 마지못해 수락하더라고. 전화를 끊기 전엔, 내가 한가지를 더 물었어.
"하나만 부탁하자.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네가 우리집을 떠나올 때 나한테 꼭 전화해줘야 해. 집이 정상이든 아님 폭탄을 맞았든 상관 안 해. 나한테 꼭 전화해서 괜찮은지 말해줘야 해. 알겠지?"
"알았어 얌마, 약속할게. 대신 내가 그때 전화하면, 대체 뭔 일인지 나한테 꼭 설명해줘라."그리곤 전화를 끊었어.

 그리곤 그 이후로 친구에게선 다시 전화를 받지 못했어. 걔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일까? 그렇다면 내 아내는? 그것 땜에 지난밤에 단 한순간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는데... 정말 엄청나게 걱정됐으니까. 그래서 '또다른 나'가 쓴 글에 달린 댓글들을 꼼꼼히 읽어나갔어. 몇 명이 나 보여주려고 그 남자가 쓴 글을 복붙해주긴 했는데, 아무 소용없더라. 아직도 지렁이 기어가는 글씨로밖에 안 보여. 또다른 몇 명은 그 남자가 쓴 글의 단어를 바꿔서 나에게 설명해주려 했는데... 이것도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았어. 설명들이... 너무 애매했다고나 할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오늘 아침에 LA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난 새로운 계획을 생각해냈어. 뭐 물론 날 미친 사람으로 볼 게 뻔했지만, 공항 카페에 있던 사람에게 저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설득한 거야. 다행히 착한 사람이어서 내 부탁은 들어주더라고. 하지만 그가 글을 읽는 순간, 그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사람이 뭐라고 말하는지 하나도 알아먹을 수가 없었고. 그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소리는 더더욱 커져갔어. 난 양손으로 귀를 막고 그만 읽으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어. 그러자 그 남자는 잠깐 멍때리더니, 어깨를 으쓱하곤 다시 자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어. 아마 나를 정신나간 놈으로 생각했겠지.

 그런데 그순간, 그 남자의 모습이 갑자기 변했어.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도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고. 그는 두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어.
"만약 오늘 오후에 그를 만난다면, 좋은 꼴은 못 볼 거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너무 놀라서 잠시동안 아무 말도 못했어. 혹여나 주변의 누가 이 광경을 봤나싶어 카페를 둘러봤지만, 누구도 알아차린 것 같진 않았어.
"뭐라고 하셨죠?"
 그러자 그 남자의 형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어.
"형씨, 난 그냥 혼자 앉아 커피 좀 마시고 싶을뿐이라고. 좋은 하루 보내쇼."
"그럼, 그럼 제가 이제 뭘 해야 하죠?" 내가 신경질적으로 되물었어. 그러자 그냥 일어나서 사라지더라.
 더 이상 그를 압박하진 않았어. 내가 아마 살짝 충격을 받았나봐. 그때문인지 거의 30분 가까이 정처없이 공항 안을 돌아다녔어.

 비행기 안에서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건 꽤 힘들었어. 혹시나 이전날 밤에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어. 혹시나 그들이 나와 똑같은 일이 겪지는 않았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일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싶었으니까. 그 사람들이 대부분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까? 혹은 내가 지금 탄 비행기에 타도록 스케줄을 바꿨을 가능성이라도? 하지만 그런 운은 없었는지, 그 누구도 낯익은 얼굴은 없었어.

 우리 모두 이 일의 해결법을 찾아내려 하지만, 그런 게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다른 나'가 쓴 글을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잖아. 우리가 이 세계에 함께 존재할 수는 없어, 이것만큼은 확실하지. 하지만 내가 아내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거야? 제 2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건가? 말도 안 되지. 절대로, 말도 안 돼.

 그래서 이 글을 이제 업로드하려고. 이제 택시를 타고 집에 갈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봐야지. 대다수가 이 선택이 현명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선택이야. 정말 미칠듯이 긴장돼. '또다른 남자'가 한 말을 듣는 건 거의 내 고막을 터뜨려버리는 것 같다고. 우리가 진짜로 만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출처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5k01tj/another_version_of_myself_has_appeared_part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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