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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멀지 않은 미래
게시물ID : panic_921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익칼
추천 : 7
조회수 : 9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18 16:22:03
심용철. 3X세. 서울 거주. 사실 할머니의 집에 얹혀 산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지.

그는 간단히 말해서 지지리 복도 없는 세대에 태어났어.

어른들이 알파고와 이세돌이 맞붙어서 다섯판 중 한판을 이겼다고 자위하고 있을 무렵 그는 신생아실에서 눈도 못뜬 상태였고 

그가 자라나며 나라와 부모가 알려준대로 열심히 공부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역사, 제 2외국어 그 모든것이 쓰레기가 될 것이란 걸 그 신생아가 어찌 알았겠어?

어찌 되었든 그는 자랐고, 어른이 되었고, 일자리를 찾아야 했지.

그러나 이제 거의 모든 생산직, 그러니까.. 지금 이걸 보고있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를 시켜줘야 할 지 모르겠는데...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데 관련이 있는 모든 직업. 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모든 생산과 관련된 직업이 사라져버린 이후였다는게 우리 심용철군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할 수 있는거지.

사실 용철군은 우수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인간들 사이에서는 꽤 잘 했다고. 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코딩을 아주 잘했다고 하더라구

뭐 코딩도 이젠 기계가 하니까 아무 의미가 없지만 말이야 하하

그러니까 인간이 할 일이 별로 없어.

다행히도 그가 태어난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그나마 정치인들이 인간적이라서 기본소득이라는 걸 제안했고 모두가 겨우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돈을 받아.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어떻게 되었냐구? 아주 극소수의 기업이 - 사실은 패러미터가 좀 비뚤어진 프로그램들이지, 그것들은 - 돈이라는 것 자체를 지배해버렸어.

거기선 배급을 받아. 나머지 생산된 자원은 모두 프로그램이 만든 프로그램이 관리하고 있지. 꽤나 냉정하다고 그것들. 인정머리가 없어요 하하핫

또 딴길로 샜는데, 우리 심용철군 이야기로 돌아가야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참 뭔가에 적응하는 능력이 참 뛰어난 것 같단말이지. 이런걸 볼때마다.

이 나라에서 아주 괜찮은 사업을 시작을 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월드에서 실험을 하는거야.

국가에서 이런 실험들을 발주하고 지원해주고 말이지. 대부분 인간이 특정한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일종의 심리학 테스트 같은거랄까

이런 월드에 등록하고 실험을 주기적으로 지원하면 꽤 돈이 되게끔 만들어서 사실상 국민 대다수가 이 실험에 등록이 되어있어

상당한 종류의 욕구도 이 가상현실에서 해소가 가능하니까 범죄율도 줄고, 아주 좋았지.

거기다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인간에 대한 이해를 쌓아간다는게 통치의 효율성 면에서 아주 엄청난 효율을 발휘한거지.

이제 독감으로 매년 죽는 사람의 수는 세명을 넘어가면 뉴스가 돼. 고독사가 나와도 요즘은 뉴스거리고. 테러나 묻자마 살인같은 난동은 말할것도 없지. 

꽤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통치가 완벽한 서포트를 할 수 있게끔 우리가 직접 데이터를 제공하는것. 

가상현실이니까 가능한 아주 기똥찬 아이디어였다구.

그런데 결국 인간이라는게 탐욕에서 멀어지지 못하는 존재인가봐.

몇몇 업주들과, 몇몇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특별한 시장을 만들어냈어.

정부지원금은 몇명의 인원이 몇시간동안 실험에 참여했는지를 보고 주게 되어있어.

지금 이걸 읽고 있는 독자들은 피씨방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더 쉬울지도 모르겠네. 그땐 뭐가 유행이었지?

아무튼, 다들 한 공간에 모여서 접속하면 그만큼 돈이 들어오는거니까. 단지 돈이 흐르는 방향만 반대인거지

그런데 이걸 한명이서 계속 해놓고 여럿이서 했다고 보고를 올리는거야.

한명은 최대 4시간까지만 가능하던 실험참여를 24시간으로 늘리니 6배는 손쉬운 장사가 되는거지. 정부만 속인다면.

물론 가상공간과 연결되어있는 본인은 6배를 받지는 못하지. 당연하잖아. 어떤 착한 업주가 그걸 다 주겠어?

거기에 누워있다는 건 그만큼 궁하다는 거구, 우리도 리스크라는게 있는거잖아. 끽해야 세배도 안되지만, 뭐 누워있으니 돈은 굳는달까 하하하하

그래서, 심용철군은 내 앞에 누워있어. 

지금까지 꼬박 석달째네. 이 지하실 안에 준비되어 있는 탱크 속에서 가상의 삶을 열심히 살고있는데

솔직히 이렇게 오랬동안 인간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고장이 좀 생겨.. 프로그램과 연동이 되어있는 거라 그런건지, 원래 인간이 그런건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최대 4시간이라는 건 괜히 만들어진 규정은 아니거든.

그러다보니 나같은 사람이 여기서 그런 일 생길때마다 케어해주라고 앉아있는거지.

이런 노땅을 다른데서 채용해줄리도 없고, 해서 나는 여기나와서 소일하는게 낙이야. 예전엔 바빠서 못했던 고전게임들도 조금 하고 하하

나는 이게 그나마 사람이 필요한 일이라서 좋더라구. 뭐 거짓말 못하는 기계한테 시킬 수 없는 일인거잖아?

이렇게 다들 탱크에 들어앉아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갖고 어디에 쓸건지는 내 알바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탱크에 누워있는 사람들 주르륵 있는거 그냥 보고만 있기 무료해서 그냥 인터넷이나 하고 있었는데말이야,

정말로 2017년인것처럼 보이는 게시판을 발견했지 뭐야.

진짜 여기가 2017년인지는 믿을수는 없지만, 뭐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글을 써 보는거야.

참 별로 안지난 것 같은데 꽤나 올드하네 이곳. 옛날 생각 하면서 써봤어

어이구, 정의찬군 탱크에서 알람울리네 매니저 불러야겠구만

그럼 다들 멀지 않은 미래에서 다시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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