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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거울
게시물ID : panic_926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슈뢰딩거철수
추천 : 16
조회수 : 234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2/25 12: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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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야, 엘리베이터에서 거울끼리 마주보면 그 안의 너가 계속 무한반복 되는 현상 알지?"




 "어. 근데 왜?"



 "사실.. 그 공간 중에, 너랑 똑같은 귀신이 있는데. 네가 마주본 거울에 설 때마다 귀신이 너 쪽으로 한 칸씩 한 칸씩 다음 거울로 몰래 넘어와. 그리고 네가 마주본 거울을 들여다볼 때는 그 많은 너 중에서 태연하게 거울 속에서 너인 척 한다고 해."



"헐.. 그럼 귀신이 다 넘어오면.. 어떻게 되는데?"




"....널 잡아서 거울 속에 가두고, 대신 네 삶을 그대로 바꿔치기 해서 사는 거지."


 "와.. 대박.."





"그러니까, 거울끼리 마주본 곳에 있을 땐, 항상 거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팔을 움직이기거나 해서 자주 확인해봐야한데.. 걔들 중에 누가 어설프게 따라하는 수상한 애가 있는지."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평소엔 그저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면 눈 언저리에 묻은 눈곱을 떼거나 머리를 손질해대는 것 밖에 하질 않았지만,


 이번에 들은 친구놈 얘기가 문득 떠올라 앳된 호기심이 나를 이간질 했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확인하자! ..

  
 그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재빨리 한쪽 거울 속을 들여다보면서, 귀신이 나를 흉내낼 틈조차 주지 말고 바로 테스트를 해보는거다!




혹시 모르잖아? 최악의 경우엔.. 거울 속 제일 앞의 내가 그 귀신일지도...


'띵-동-'
.......
'1층 입니다'



 "벌컥!"


  덮치듯 들어가 노려본 거울 앞에는 긴장한 표정으로 경직된 나의 익숙한 얼굴이 나를 부릅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 뒤너머로는 갈수록 작아지는 또 다른 나 자신들이 무한정 동화되어 군무처럼 움직이고 있다. 
 

 저것들 중에 날 속이려는 그 귀신은 누굴까..?

..257번째..? 13번째..? 아니면.. 코 앞에 있는 이 녀석?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어 

저들 중에 있을지 모를 귀신을 향해 견제의 의미를 날렸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때까지, 한놈 한놈 모두 확인하고 감시하기 위해 오직 그 거울짝만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7층 입니다."

안내음이 들리자, 나는 상황극에서 빠져나온 연극 배우마냥 정상인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나는 무심코 엘리베이터 거울의 반대편도 슬며시 쳐다보았다.

 


 
..그 순간의 갑작스런 숨멎음과 함께, 


어떤 모순에 의해 발생한 무의식적 본능과 공포가, 처음부터 계속 보았던 그 거울쪽을 다시 확인하려는 호기심을 억눌렀다. 

나는 분명 보았으나, 나는 그냥 못 본 척하기로 했다.


나는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안 그랬다면,

 내가 눈치챈걸 그 녀석'들'도 눈치챘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 건물 엘리베이터에 거울은 한 쪽 밖에 없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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