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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
게시물ID : panic_928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꾸물
추천 : 14
조회수 : 17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20 00: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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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포화상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안입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이해 부탁드립니다 -

 

인구 포화상태에 이르러 세계정부는 세계 이름난 박사들이 머리를 모아 끄집어낸 

유일한 대책으로 [요양 행성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어.  

 

내용은 간단했지. 

일정 연령 이상의 사람들 중 선발된 인원을 모든 시설과 도우미 로봇이 설치된 요양 행성으로 이주시킨다는 것.

 

강제성도 없었고, 오히려 '무료', '선발'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세계적인 부호의 부모가 선발 되지 못해 큰 이슈가 되기도 했지. 

그들이 출발하는 날 세계적으로 커다란 축제가 열리더군. 


우리들이 가진 기술의 발달은 대단했어. 

이주 셔틀이 출발하고 정상 궤도에 올라간 이후에 육지와의 영상통화등이 가능했고 

또 선택에 따라 동면에 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거짓말 같은 배려와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이것이 인구포화상태 해결을 위한 방안임을 생각했을때,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아니었다.

 

1.

셔틀이 이주행성에 도착하던 첫날.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그곳은 정부에서 이 프로젝트를 홍보할 때 보여지던 그 모습 그대로였어. 

 

기반 시설의 건설이 아직 진행중이었으나 사람들을 싣고 간 분리형 구조의 셔틀은 도착과 동시에 분리되어 사회 기반 시설로 이용되었지.

 

그 곳에서도 거의 실시간 화상전화는 가능해 남겨진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형제들과 소통할 수 있었어. 나도 그랬고.

 

2.

사실 나의 부모님들은 거기에 가시지 못 할 분들이셨어.

어떻게 아냐구?

선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었거든.

 

나름 유능한 인재로 국가기관에서 일하던 나는, 선발 프로그램에 교묘하게 코드를 섞어 우리 부모님을 보내드릴 수 있었지.

 

안걸렸냐구?


걸렸는데 어쩌겠어. 이미 배는 출발했는걸.

 

회사 차원에서 닫고 나는 조용히 나오는 쪽으로 정리되었다.

 


3.

사람들은 대단히 만족했어.

 

2차..3차..꾸준한 이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 곳으로 넘어갔고

 

기반 시설이 갖춰진 뒤로는 워프를 통해 이동하는 일도 잦았지.

 

작은 지자체가 단체로 넘어가는 일도 생겼다.


완전한 네버랜드...뭐 그렇게 인구 포화 상태는 해결되는 기미가 보였어.

 


4.

내가 이 계획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건 작은 소일거리로 어느 중소기업의 서버에 접속했을 때였다.

 

기껏해야 직원이 100명 남짓인 회사에서 그렇게까지 많은 서버와 컴퓨터가 필요하진 않았을텐데 

 

거긴 회사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서버와 데이터.


또 그것이 365일 필요 이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걸 알고는 그 회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지.



5.

이쯤되면 어떤 일이었는지 알겠지??

 

맞아.

 

뭐 엄청난 일들을 겪긴 했는데 결국 나는 알아냈고. 또 이렇게 너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건 '이주'가 아니라 '이전'이었던거야. 

 

선발된 인원의 개인정보를 기본 베이스로 사람 자체를 DB로 전환시켜 서버에 집어넣어 AI 비슷한 개체를 만드는 작업이었던 거야  


셔틀의 출발과 그 전까지의 모든 작업이 전부 세계정부의 쇼였던 것이지. 


그런데 생각해봐. 애초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그 놀랍도록 안정적인 세상은 모니터 안에만 존재했던거야.

 


6.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침착해졌다. 사실 내가 어떻게 해볼만한 일도 아니었잖아?

 

어느 누구에게도 내색은 하지않고 조용히, 결코 빠르지 않게 주변을 정리한 나는 전에 다니던 회사의 팀장을 찾아갔다.

 

아..사람들??

 

이송 셔틀에 올라탄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

 

발사와 동시에 동면에 들어가 어디론가 날아갔겠지 뭐.

 

이제와서 그런게 중요하겠어??

 

....


탑승...은 진실일까?

 


7.

안된다는걸 사정사정해서 다니던 회사에 다시 들어갔지

 

그리곤 내 모든 지식을 총 동원해서 조금씩 조금씩 그 이상한 회사의 껍질을 까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렇게

 

나는 지금 여기에 왔어. 


너. 여기서 태어났다고 했던가?

 

요즘들어 기상이변이나 질병이 늘어나기 시작했지?


나는 그걸 바이러스라고 부른다네. 



8.
이런 이야기를 너에게 늘어놓는 이유. 궁금하지 않아? 

네가 기자이고 내가 대단히 정의로운 사람이라서? 

아니면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아냐.

창 밖을 봐

다른 날보다 안개가 심하고 시야가 조금 줄어들지 않았어? 

맞아.

이 서버는 초기화 버튼이 눌렸어. 

내가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백업을 끝낸 뒤이기 때문이지. 
출처 오늘 낮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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