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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화장실 (단편, 안 무서움 주의)
게시물ID : panic_932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짱큰거시기
추천 : 10
조회수 : 158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28 12: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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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사람에 따라서 전혀 안무서울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진짜 무서워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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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국도를 다니다 보면 가끔, 인적이 드문 길에 망해버린 간이 휴게소가 보이곤 한다.
길옆으로 바로 보이는 텅빈 주유소와 물건하나 없고 간판도 없는 편의점.
그리고 문짝은 어디로 갔는지 컴컴한 동굴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화장실이 전부인 작은 휴게소.
보통은 그런 을씨년스러운 곳에 들를 일 같은건 없지만
점심에 먹은 싸구려 백반집 공기밥이 중국산 찐쌀로 의심되는 경우라면,
때문에 부글부글 끓는 아랫배를 부여잡고 애타게 화장실을 찾게 되는 경우라면
급하게 휴게소에 차를 세울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글러브 박스를 뒤져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몇장 남지 않은 휴지를 챙겨
화장실 입구에 들어서는데 몹시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시체 썩는 냄새가 이러할까? 아마 그렇다면 엄청 오래 방치 됐으리라..
본능은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경고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갈아 입을 바지 따위는 없으니까.
 
문이 살짝 열려있는 칸을 거칠게 열어 제끼고 허겁지겁 바지를 내린다.
고요한 화장실은 마치 동굴같아서 푸드덕 거리는 나의 카타르시스를
더 강렬하게 그리고 길게 증폭시킨다. 푸드덕 푸드덕.
오르가즘과도 비슷한 강렬한 폭풍이 지나간후 나는 식은땀을 훔쳐내며
아래쪽 폭풍의 흔적을 연신 휴지로 훔쳐냈다.
그 때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옆칸에서의 '똑똑'
얼마나 놀랐는지 순간적으로 앉은 자리에서 공중으로 30센치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잘못 들은것인가? 경황중에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차를 댈때에는 주차된 차량 같은것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여지 없이 다시 '똑똑' 옆칸에서 신호가 온다.
그리고 쇠를 긁는 듯한 아니 그르렁 거리는 짐승같은 목소리로
남자가 말했다.
 
"휴지... 있습니까"
 
 나는 놀란 마음을, 두근거리는 심장을 잠깐 정지시키며 내손에 쥐어쥔
 휴지봉지를 열어보지만 이미 다쓰고 없다.
 
"아.. 죄송합니다. 남은 휴지가 없네요."
하고 일단 대답을 한후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져보는데.
마침 낮에 지나가는 길에 받은 전단지 한장이 있는 것이다.
잠시 고민해본다. '이거라도 쓰실래요.' 하면서 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신경끄고 내 갈길 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너무 오지랍이거나 너무 냉정한거 아닐까.
찰나의 고민중에 옆칸에서 남자가 그 짐승 같은 목소리로 중얼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무언가 찰박거리는 소리. 찰박 찰박.
허리 아래쪽에서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는것만 같다.
잘못 들었겠지. 설마 아닐거야. 그러나 고요한 화장실은 마치 동굴과 같아서
끝없이 이어지는 찰박거림을 내 귀에대고 속삭이는 것 같이 들려준다.
찰박 찰박.
 
그 길고 긴 찰박거림이 끝난후 바람막이 같은 나일론 소재에
손을 슥슥 비비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끼익 열린다.
그러나 나는 꼼짝도 할수가 없다. 강렬한 본능이 나에게 외치고 있다.
나가지마. 고개도 들지마 그냥 가만히 있어. 나가서 그와 마주쳐서는 절대 안 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기력하게 저린 다리를 참아가며 앉아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다음 휴게소에서 꼭 휴지를 사리라 다짐했다.
여행용티슈, 물티슈, 마이비데 뭐든 좋다. 있는데로 다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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