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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의 여자
게시물ID : panic_936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뿌잉이잉
추천 : 34
조회수 : 3519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7/05/29 06: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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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천변이라고 아세요? 지역이름인 건지 아니면 강가에 산책로를 그렇게 부르는 건지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천변을 걸으면서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기시감이 들었어요. 

물론 자주 다니던 산책로라 눈에 익은 건 당연하지만... 뭐랄까 달이 떠있는 위치, 지나다니는 사람들,통화하고 있는 친구.

모든 조건들이 제게 '아 이건 겪어본 적 있는 일이야'라고 귀띔을 해줬죠.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분명 나는 저 돌다리를 건널꺼야.

왠지 모르겠지만 강을 가로질러서 산책로를 이어주는 돌다리를 건너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리로 갔죠.

그렇게 통화를 하는둥 마는둥 대화에 집중을 못하고몸의 신경을 온통 돌다리에만 쏟고 있는데...

돌다리 앞에 차도? 라고 해야하나 큰 다리가 있었습니다. 음.. 차도는 공중에 떠있고 돌다리는 강과 닿아있고. 대충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그 차도위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겁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여자가 빨간 치마에 흰색 상의를 입고있더군요.

돌다리 위에있던 저는, 뭐랄까 앉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저도 모르게 돌위에 앉아버렸죠.

그리고는 한동안 여자를 바라보았고 여자 또한 저를 바라봤습니다.

그러다 문뜩 친구와 통화하고 있었다는 게 생각이 나서 친구의 말을 끊고 제 상황을 이야기 했습니다.

야 나 지금 천변에 있거든? 그 중간에 돌다리 알지?
ㅇㅇ교 앞에 있는거. 

어그거. 나 거기에 앉아있는데 왠 여자가 오밤중에 ㅇㅇ교에 서있길래 바라보고 있는데 얘가 시선을 안피하고 나랑 계속 시선 교환하네 ㅋㅋㅋ

이거 각나왔냐? 하 피곤타 내 인생~~

이렇게 기승전자랑으로 끝나는 말을 하고있는데 묵묵히 듣고만 있던 친구가,

야 병-신아 너 신발끈 풀렸어.

라고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뭔 개소리세요? 눈깔을 제 폰에 붙여두셨나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나 쓰레빠 끌고 왔어 새-끼야.

아 그래? 그럼 그 슬리퍼 밑창 한번만 봐봐.
손으로 만져보라고.

내가 왜 븅-신아

제발. 평생 소원이다 임마.

이 새-끼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나 싶어서 허리를 숙여서 슬리퍼의 밑창에 손을 갖다 댔는데...

차가웠습니다.

어라? 애초에 왜 내가 허리를 숙였지? 난 분명 돌다리위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머리에 미치는 순간, 저는 낯선 감촉에 정신이 번쩍 뜨였습니다.

강가의 물이 제 허릿춤까지 올라오고 있었거든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인지가 안됐지만 본능에 따라서 허우적대면서 땅이 어딨는지 찾는데...

이런 미~친... 아까 그 여자가 다리 난간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더군요. 

분명 저는 시선을 아래로 두고있었는데 허참 씨~발
ㅇㅇ교가 보이더라구요...

저는 폰이고 뭐고 슬리퍼고 뭐고 죽기살기로 땅으로 가서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갔습니다. 

집까지 바로 가로질러갈 수 있는 골목길이 있지만 무서워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번화가를 거쳐서 집으로 가는데... ㅋㅋㅋㅋ

정신이 돌아오고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가 무서움이 덜해지니 엄청 쪽팔렸습니다.

옷은 다 젖어있지. 신발도 없이 맨발이지 ㅋㅋㅋㅋ

하... 그 썅~년 때문에....

집에가서 형과 엄마한테 차례로 등짝 스매싱 맞아가며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허허허...

저는 스매싱을 맞은 이유가 그런 꼴로 집에와서 인줄만 알았는데 시간이 엄청 흘렀더군요.

11시정도에 통화를 시작했었는데

집에와보니 4시였어요.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서 다음날 엄마폰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더 충격적이였습니다.

전화를 하던 도중 제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어? 야 어떤 여자가 아기를 찾고 있어.
내가 도와줄래. 근데 흰옷에 빨간치마 입었네?
근데 강에서 뭘 찾고있어.
아기인가봐. 내가 도와줄래.

그러고는 전화가 끊겼다는 겁니다.

제가 저렇게 논리적이지도 않고 넋이 나간 사람의 넋두리 처럼 말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죠.

저는 저런 말을 한 기억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머릿속을 스치는 의문이 하나 더 생겼었습니다.

그럼 친구가 내게 말해준 신발 어쩌구는 뭐였지?

친구도 제게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다했었고...

게다가 말투는 완전 친구의 말투였거든요.

미-칠뻔 했던 기억이였습니다만 제게 돌아온건
핸드폰과 슬리퍼의 분실과 타박상 뿐이였습니다.

저는 이 일이 제 정신이 잠깐 돌아서 생긴 일인지 귀신을 만나서 생긴일인지 모르겠지만 후자였으면 좋겠네요.

정신나간놈이 되긴 싫거든요.  
출처 하 비속어 필터링 ㅋㅋㅋㅋ 모바일이라 힘들었습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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