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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험담
게시물ID : panic_936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unrang
추천 : 12
조회수 : 8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29 13: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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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늘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 보는 사람입니다.
 
많은 분들의 필력 좋은 글들을 읽다가, 저의 소소한 경험담을 막상 써보려고 하니
뭔가 긴장되고 두근거리네요.
어떻게 시작해야하지... 아무튼 요이땅.
(나이는 많지만 정신이 음스므로 음슴체)
 
 
 
1. 난 3X살임. 처음 가위를 심하게 눌리기 시작했던 때가 15살 때니, 꽤 오랫동안 가위를 눌렸음 (먼 산)
 
집에서 학교가 멀었던 관계로 늘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가거나,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던 어머니의 차를 타고
 
꼽사리 껴서 학교를 등교하고는 했음. 어머니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날이면 평소보다 약 1시간 30분 가량 일찍 도착하는 새벽 6시 30분
 
정도였기 때문에, 빈 교실에 혼자 엎드려 잠드는 게 다반사였음. (엄마 차 최고. 젤 편함)
 
아, 내가 다녔던 중학교, 고등학교는 강남에 있는 모 학교로 기숙사가 딸려있는 학교였음.
 
그래서 그 시간에 가더라도 기숙사에서 일찍 나온 친구들이
 
늘 교실에 한 두명씩은 있을 때가 있던 터라 무섭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음.
 
가위를 처음 눌렸던 그 날도 어머니 차를 타고 학교에 일찍 도착해서 교실로 들어갔음.
 
그 날 따라 기숙사생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고, 제가 처음으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제 자리에 가방을 던져놓고 창문의 커튼도 열지 않고
 
그대로 엎어져 잠이 들었음.
 
평소에 일찍 도착하면 늘 자던 교실이었는데 그 날따라 무언가 이상했음. 낯선 느낌도 들고, 묘한 긴장감도 생기고.
 
게다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것 중 하나. 분명 잠은 자고 있는데 정신은 말짱했음.
 
음, 이상하다... 라고 잠결에 생각하는데 슥- 슥- 스윽 - 하며 실내화 끄는 소리가 들려왔음.
 
사실 그 때 살짝 안도했음. 기숙사생 친구들 중 그 실내화를 신고다니며 유난히 자신의 영역표시를 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 그 친구가 오는 구나 하고 잠결에도 생각을 했기 때문임.
 
그 신발 소리는 점점 우리 반 쪽으로 가까워지더니, 우리 반 교실문 앞에서 뚝 멈췄음. 갑자기 소리가 안들리길래 잠결에 고개를 살짝 들어
 
앞쪽 교실문을 봤는데, 갑자기 문이 쾅 !!!!! 소리가 나면서 벌컥 열리는게 눈에 보였음.
 
겁나 터프하게 들어오네. 사감쌤한테 깨졌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발소리가 슥- 슥- 스슥- 스슥- 하며 다시 들리기 시작했음.
 
근데 뭔가 이상했음. 소리가 점점 내 쪽으로 오는 거임. 소리가 내쪽으로 온다는게 이상한 표현인 것 같지만, 이것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음.
 
점점 내 쪽으로 온다... 온다... 어 뭐지, 이 자식 왜 내 자리로 오는 거지, 라고 생각을 혼자 할 때, 갑자기 쿵 ! 하면서 내 등을 무언가가
 
콱 내리찍으며 가위에 눌렸음. 아, 이게 가위구나.. 라는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양 쪽 귓가에 대고 누군가가 바람을 후후- 불어넣는데 이건
 
그냥 바람을 불어넣는게 아니라 귓속말이었음. 뭐라고 말하는 지는 들리지도 않는데, 분명 뭐라고 말하느라 계속적으로 귀에 숨소리가 들려서
 
미칠 것만 같았음. 발을 동동거려보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누가 자꾸 등을 찍어내리는 듯한 기분만 들고 내 몸은 일으켜지지가 않았음.
 
겨우겨우 고개만 돌려 사물함 쪽을 살짝 봤는데, 난 진짜 오줌 지릴 뻔 함.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단발머리를 한 여 학생 두명이 (정확하게는 우리 학교 하복- 그리고 우리 학교는 교칙상 머리 단발이 불가였음) 4분단쪽
 
자리에 앞 뒤로 앉아서 내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깔깔거리다가 수군거리다가 또 깔깔거리다가를 반복하고 있는 거였음.
 
등뒤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몸은 안 움직이고, 심지어 눈도 안 감기고, 귀에서는 계속 누가 말을 하는 것처럼 바람을 불어넣고.
 
1분이 1시간 같은 지옥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나도 모르고 뒷발을 쿵 (짐승 아니고, 그냥 내 뒷발) 하고 굴렀고, 내 귓속을 간지럽히던 바람소리+숨소리가 사라지고, 내 등을 누르던 힘도
 
사라지고, 몸을 벌떡 일으켰음 (가위를 풀고 싶어서 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다가 풀림. 그 후로는 저렇게 해도 안풀려서 그냥 욕하고 다시 잠들기도 함.)
 
정신이 멍해서 교실 안을 둘러보는데, 분명히 활짝 열렸던 교실문은 굳게 닫혀 있고, 잠들기 전 봤던 시간은 6시 40분이었는데 그로부터 5분 밖에
 
안 지나 있었으며, 내가 확실하게 들었던 그 신발소리의 주인 역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음.
 
내가 미친건가, 무슨 일인건가, 하고 멍때리고 있는 찰나에 슥- 슥- 슥- 스윽 - 하는 실내화 소리와 함께 기숙사생 친구가 등장함.
 
이 친구한테 확인사살을 하기 전까지도 나는 그 친구가 날 놀렸다고 생각했음. 아, 이냔이 기숙사에서 일찍 와서 아까 문을 그렇게 터프하게
 
열어제끼고 날 눌러놓고 모른 척 하는 건가, 이 앙큼한 냔.
 
이라고 생각하며 친구에게 물어봤음.
 
 
 
"ㅇㅇ아, 너 이제 기숙사에서 온 거야 ?"
 
"어. 넌 불도 안 켜고 커텐도 안 묶고 뭐하고 있냐"

 
그 말을 들은 순간, 내가 들었던 소리며, 열렸던 문이며 그리고 날 눌렀던 힘들이 대체 뭐였을까... 하고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됨.
 
(생각해보니, 그 친구랑 그런 장난을 할 정도로 친하진 않았던 것 같음)
 
그 이후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적으로 부담되는 일을 맞이하게 되면 꼭 가위를 눌리고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일까지 발생하게 됨.
 
 
이 일은 내가 그 중,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동기들, 후배들한테 퍼졌고, 나에게는 그저 기나긴 가위 역사에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음..
 
 
 
 
 
 
출처 한참 어릴 적 내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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