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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선 - 1 장례식장 이야기(下)
게시물ID : panic_94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벌
추천 : 17
조회수 : 108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13 19: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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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이 있었다. 분명 라보트럭에 물건을 실었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도 했고 빨리 출발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식은 사람을 치었고, 사람을 치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으며
 

아무런 생각없이 도로를 달렸다. 도로 옆에는 녹색잎이 손바닥처럼 펴있는 플란다너스 나무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헌식은 아마 플란다너스의 손짓에 반응을 하고 싶었나보다.
 

그가 정신을 차린건 야산이었다.
 

시간은 8시가 넘어갔지만 아직 밖은 밝았다. 밖은 밝았지만 헌식은 덜덜 떨고 있었다.
 

그가 사람을 치고 3시간넘게 달려왔다는 사실을 이제 알아서 였을까?
 

아님 차안의 에어컨이 계속 틀어져 였던 것일까?
 

 

그의 아들은 훈은 외자이다. 문훈. 신라 문무왕 때 장수의 이름에서 따왔던 훈은 그래서 인지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또 그런 훈을 헌식은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때 헌식은 아들을 생각했다. 또 자기가 친 사람을 생각했다.
 

살아있을까? 아님 죽었을까?
 

핸드폰을 들고 아들의 전화번호를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미안하다한통의 문자를 남긴 그는 차를 야산입구에 세워두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의 입구는 포장된 도로였지만 곧 포장길이 끝나고 거친 돌길이 나왔다. 해가 떨어진 뒤라 주변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울창한 숲이 우거진 것은 분명했다.
 

 

적당한 높이에까지 산에 오른 그는 실패했다.
 

아니 신이 기회를 한번 더 주신것인가? 그는 다시 도전했다.
 

두 번의 도전만에 그는 성공했다.
 

자살.
 

 

고인 문헌식(49) / 사인 : 자살, 세산 장례식장 상가 2호실
 

 

 

 

 

그의 상가에는 조문객은 없었다. 오히려 그게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헌식의 아들 훈은 생각했다.
 

뺑소니 살인자와 그 피해자가 같은 장례식장이라니
 

 

훈은 눈물도 흘릴 수 없었다.
 

 

상주님 계신가요?” 훈에게 묻는 소리, 장례식장의 직원인 나의물음 이었다.
 

, 제가 상주인데요.” 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훈의 눈은 크지 않았지만 날카로웠다. 좋게 말하면 배우 이준기를 닮았고, 나쁘게 말하면 뱀의 눈을 보는 것 같았다.
 

 

더운 날씨임에도 그의 주변에는 냉기가 흘렀다. 아니 흘렀던 것 같다.
 

 

저희 사장님이 한번 보자고 하시는데요.”
 

사장님의 부름은 곧 돈이 문제였다.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말이있다.
 

다른 도시는 모르겠지만, 여기 세산시에서 이런 사업은 보통 흔히 말하는 조폭과 관련이 있다.
 

세산장례식장 사장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인말로는 왕년에 서울 진출에 거의 근접했던 전국구 조폭이 될 뻔했다고 하는데, 전국구 까지는 모르겠고
 

세산시에서는 유명했던 것 같긴하다. 우리 장례식장이 다른 이권다툼이 없고, 그 직원들 또한 별 갈등 없이 잘 이끌어 가는걸 보면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훈과 함께 사장님에게 간 나는 사장실 테이블에 차를 두잔 놓고는 빠져 나왔다.
 

 

1시간쯤 흘렀을까?
 

훈은 다시 상가로 돌아갔고, 사장님은 나를 불렀다.
 

그래 어떴던가?” 사장님이 나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없는 것 같아요. 서로 원한도 없는 것 같고, 여기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이지만 서로의 잘못을 탓하지는 않네요.” 나는 대답했다.
 

새로 들어온 의뢰는 없고?”
 

, 이번에는 없네요.”
 

새로운 직원을 뽑는건 어때?”
 

저야 신입이 있으면 좋은데, 갑자기요?”
 

방금 그 학생있지? 아직 졸업까지 1년 남았다니까 학교 끝나면 데리고 다니면서 잘 가르쳐봐. 유도 했다니까 운동신경 좋을꺼 아냐, 우리 일에 도움 많이 될 거야.”
 

, 사장님
 

, 그리고 그 친구 돈은 없다니까 장례비는 앞으로 받을 월급에서 매달 차감해
 

 

201084일 문훈(19), 세산장례식장 신입사원으로 입사.
 

 

 

나는 죽은 사람들을 보고 그들과 대화가 가능한 세산장례식장의 직원이다.
 

그리고 나의 비공식 업무는 죽은사람, 아니면 장례식장을 찾아온 사람들의 갖은 고민을 듣고, 그 고민을 의뢰받아 해결해주는 흔히 말하는 심부름꾼이다.
 

 

앞으로 사장님, , 훈과함께 그동안 의뢰받은 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나씩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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