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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게시물ID : panic_949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13
조회수 : 123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8/21 06: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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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숫자 ‘아홉’ 에 관한 이야기야. 믿기지 않지만 다신 이야기 안 해, 집중해서 잘 듣길 바래. 우선 우리 집 가계도를 설명 할게. 외할아버지께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어. 술 때문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어. 그리고 외할머니는 내가 열다섯이 되던 해에 돌아가셨대. 외할머니의 임종은 보지 못했어. 부모님이 일찍이 이혼 하셔서 따로 떨어져 지내셨거든.. 내가 엄마를 다시 찾은 건 열일곱 때니까 그분의 사망 소식을 못 들은 건 당연했지.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사진을 봐야 알지만 외할머니의 얼굴은 내 기억 속에 있어. 어릴 때 자주 놀러갔었으니까. 그럼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게..






때는 내가 정확히 열아홉 이 되던 해였어. 그러니까 연수로 6년 전 일이지. 그때 나는 학교를 자퇴 하고 일을 하고 있었어. 뭐 주유소, 누나 따라서 미용실, 고기 집.. 안 해본 일이 없었지. 그리고 당시 나는 고시원에서 따로 살았어. 왜냐하면 새엄마가 너무 싫었거든. 영화나 드라마, 혹은 동화 속에 등장하는 계모처럼 아빠 없을 때만 구박하는 그런 흔한 계모는 아니었고, 아빠가 있건 없건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혼내는 사람이었어. 아빠는 아무런 말도 안했지... 그걸 참다 참다 폭발한 누나는 진작 독립을 해서 혼자 살고 있었고, 나 또한 어차피 학교도 그만두고 일을 하던 상황 이었으니까. 내 맘대로 나가 살겠다고 무작정 고시원에 들어갔지. 





그래도 집에서 사는 것 보다는 편했어. 적어도 나한테 뭐라 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고시원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던 어느 날, 잠을 자는데 꿈을 하나 꾸게 되었어. 배경은 외할머니 댁 이었는데. 외할머니가 옥상에서 고추를 널고 계시더라고. 아주 빨갛게 익은 고추였어. 어찌나 붉던지 꼭 피를 먹인 것만 같더라고. 아 그리고 참고로 이건 별개의 이야기인데. 내가 태어나기 하루 전 날인 1992년 9월 11일 낮, 그때 당시 추석 당일 이었어. 외할머니께서 옥상에 있는 장독에서 된장을 퍼 오시겠다고 옥상으로 올라가셨다가 떨어지시는 바람에 허리를 다치셨다고 해. 머리까지 다치신 건지 구급차에 실려 가는 와중에도 계속 ‘놀러가자’ 라는 말을 반복하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외할머니는 3층에 입원을 하셨는데, 하필이면 9월 11일에서 12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경 내가 태어나는 바람에 엄마는 4층에서 수술을 받으셨대. 그로 인해 아버지는 3층과 4층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느라 꽤나 고생을 하셨다고 하시더라.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꿈에서 할머니가 다치셨다는 문제의 옥상이 나와서야. 






나는 멀찌감치 서서 할머니가 고추를 너는 모습만 지켜보고 있었는데 외할머니께선 상당히 불편하신 표정으로 그 시뻘건 고추를 딱... 아홉 개를 널어 놓으셨더라고. 그리고선 뒷짐을 지고 “쯧쯧쯧쯧” 거리며 혀를 끌끌 차시더니 나를 한번 스윽 쳐다보시곤 그냥 사라지셨어. 그리고 잠에서 깼는데. 별 이상한 꿈을 다 꾸는구나 생각하고 넘겼지. 그리곤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꿈 이야기를 꺼내봤어. 




“엄마. 내가 오늘 꿈을 꿨는데 외할머니가 나왔어.”



“그래? 뭐라 시던?”



“뭐라고 말씀을 하신 건 아닌데, 고추를 널고 계시더라고 옥상에서.”




“거기서도 여태 일 욕심 못 버리시나보지 뭐...”





그러다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어. 엄마는 불자 이셔서 평소에 꿈이나 무속 관련된 일에 관해서 관심이 많으셨던 터라 그래서 아마 엄마한테 제일 먼저 얘기를 꺼냈을지도 모르겠어. 무튼 그 꿈은 그냥 그런 꿈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 난 여느 날과 다름없이 열심히 일 하면서 지냈고, 별 다른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런데 그 꿈을 꾸고 나서 열흘인가... 뒤에 다시 꿈에 외할머니를 뵙는 일이 생겼지. 




상황은 그때랑 정말 똑같았어. 여전히 할머니는 옥상에서 고추를 널고 계셨고, 나 또한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고추가 완전 검붉은 색을 띄고 있는 거야.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했지... ‘저 정도 말렸으면 된 거 아닌 가...’ 하고. 그러자 할머니가 상당히 불편하신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시더니 나를 보시면서 한 말씀 하셨어. 





“아홉수가 문제다.” 





그리고 난 무슨 소린가 싶어 되물었지.





“네?”





“얘, 아홉수가 문제야.”






그리고 다시 사라지셨어... 난 이때까지 아홉수가 뭔지, 삼재가 뭔지.. 뭐 그런 거 전혀 모르고 살았던 터라, 별 생각이 없었거든. 그래도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지. 그랬더니 숫자 ‘9’ 가 들어가는 나이가 되면 결혼이나 이사를 꺼린다고 사전에 나와 있더라고. 뭐 대충 안 좋은 거구나. 싶었지만 난 이해가 되지 않았어. 뭐 때문에 할머니가 나오신 걸까... 생각을 했지. 그러다가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엄마한테 다시 전화를 걸어봤어. 






“엄마. 오늘 또 할머니가 꿈에 나오셨는데, 나보고 아홉수가 문제래,”






그러자 엄마는 






“아들 올해 나이가 열아홉이지?”






라고 되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어. 그랬더니 엄마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며 나랑 같이 엄마가 아는 이모 댁에 좀 같이 가자고 하는 거야. 난 솔직히 이런 거 되게 좋아했었어. 지금도 그렇지만 신 모시는 집 가서 이런 저런 거 물어보고 답 듣고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래서 난 알겠다고 흔쾌히 승낙했지... 그리고 이틀 뒤에 바로 엄마를 만나러 경기도로 향했어. 내가 살던 곳에서 G버스 타고 30분이면 가는 곳이었어. 그냥 서울이나 마찬가지였지. 그리고 버스를 내리자 엄마가 길 건너에서 날 부르고 계시더라고. 횡당보도가 없는 곳이어서 차 가 안 오는지만 보고 달려가서 엄마 손을 잡고 그 이모님 댁으로 향했지.






그곳은 집 앞에 흰색, 빨간색 기가 달린 대나무가 꽂혀있었고, 간판이나 이런 건 따로 없었어. 난 엄마만 따라서 그 집으로 들어가니까 향냄새가 강하게 풍겨왔고, 정말 신당처럼 탱화부터 다양하게 있더라고. 






“언니, 우리 아들”







엄마는 그 이모라는 분께 나를 소개시켜줬고, 나도 인사를 했지. 그리곤 우리는 앉아서 이야기를 했어. 우선 상황은 엄마가 그분께 내 이야기를 다 해놓은 상태였기에. 이모는 내게 질문을 하고, 나는 대답만 하고 있었어.






“꿈에서 외할머니 옷차림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니?”







그리고 되게... 온화하셨다고 해야 하나.. 뭔가 아기 다독이듯 엄청 부드럽게 말씀하시더라고.







“그냥.. 할머니들 옷차림 이었어요. 몸뻬 에다가 목 늘어난 옷..이요”






“그렇구나, 그리고 또 할머니가 뭐라고 하셨니?”






“처음 꿈에서는 새빨간 고추 아홉 개를 널고 쯧쯧 거리기만 하셨는데, 두 번째 꿈에서는 완전 검붉은 고추가 아홉 개 놓여 있고, 아홉수가 문제라고만 하셨어요.”






그러자 이모가 잠시 생각을 하시는가 싶더니 내 생년월일, 생시를 적어 놓고 막 적으시다가 딱... 한마디만 하시더라.






“액살이 꼈어.”






이게 뭔가 싶어 난 물었지 액살이 뭐냐고. 그러자 이모가 조목조목 이야기를 해주셨어.







“잔나비 띠 가 올해 눌 삼재야 거기에 아홉수가 들어가니까 저절로 액살이 붙었어. 그래도 할머니가 손자 지키신다고 허리도 아프신데 내려오셨네.”





여기서 엄마랑 나랑 둘 다 벙쪄 있었어. 할머니가 허리 다친 건 어떻게 아셨을까... 싶어서 말이야. 나중에 볼일 다 보고 거기서 나왔을 때 엄마한테 물어봤지만 엄마도 그 이모한테 할머니 허리 다치셨다는 등의 사소한 이야기는 안하셨다고 하시더라고. 






무튼... 이모는 거기서 더 이상 아무 말씀 안하시더니 부적 하나 써주시면서 말씀 하셨어.







“지갑에 넣고 다닌다던지... 뭐 옷에 붙여서 다닌다던지 어디 들고 다니지 말고, 너 외에 절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놓고 너도 부적을 거기에 놓았다는 사실을 잊어야 돼. 언제까지? 올해가 끝날 때 까지.. 할 수 있지?”








난 알겠다고 하고 부적을 받아 온 뒤, 고시원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내서 그 밑에다 붙여놨어. 그 이후로는 꿈에 외할머니가 나오는 일은 없었고, 딱히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한 것도 전혀 없었어. 그리고 나는 부적을 매트리스 밑에 놔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다가... 고시원을 나와 한참이 지나서야 생각이 나서 엄마한테 물어봤지. 그 부적 안 뗐는데 괜찮을까. 하고.. 그랬더니 엄마가 이모한테 물어보겠다고 하셔서 알겠다. 하고 연락을 기다렸는데. 조금 지나니까 바로 전화 오더라고. 





“아들 고시원 원장한테 말했어? 부적 있다고?”





“아니 그런 얘기 안하고 나왔어.”





그랬더니 잘했다고. 그럼 됐다고 별일 없을 거라 하고 고시원 원장한테는 부적 얘기 절대 하지 말라고 넘어갔는데.. 최근에 엄마 만나러 갔다가 그때 당시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됐어. 이모가 써주신 게 꿈을 훔치는 부적인데, 그 외에 다른 이야기는 안 해주셨어... 하지만 난 아직도 궁금해.... 왜 고시원 원장한테 말하지 말라고 한 건지.. 꿈을 훔친다는 표현도 뭔가 좀 꺼림칙하고... 







그런데 엄마가 다 잊으래. 그날 일은 지나간거니까 잊어야 좋다고. 다 잊으라더라...
출처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파시빌리티 님
http://m.humoruniv.com/board/read.html?table=fear&pg=48&number=7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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