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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파리.
게시물ID : panic_952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뤼플리
추천 : 10
조회수 : 112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9/01 18:06:53
안녕하세요..
글쓰는 연습을 하다가 가끔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올리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읽고 피드백은 주시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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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날씨 그 자체가 예술인 도시였다.
5년을 준비해 야심차게 도착한 파리는 딱 정말 표현 그대로였다.
적어도, 그 빌어먹을 성당 문 앞에서 인정을 베풀기 전까지는 내 마음도 그랬었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눈길한번 주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도시는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었고,
허름한 옷을 입고, 그러나 투명한 눈으로 작은 은혜를 갈구하던
그 천사같던 아이의 얼굴 앞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그에게 쥐어 주었다.
그 아이는 연신 고맙다고 머리를 숙이며, 내게 복이 있을거라고 오늘 하루 모든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 복을 빌어 주었다.

하지만, 그 곳을 빨리 떠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
마치 파리의 모든 아이들이 소문을 들은 것 처럼, 파리떼 처럼 아이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 '이러다가 다음 일정이 늦어지겠어.'
아이들 때문에 그 곳에 발이 묶인 나는, 힘겹게 그 곳을 탈출하는 데 성공하였지만, 이미 일정은 꼬일대로 꼬인 뒤였다.

그 뒤로의 일정은 엉망진창이었다.
마치 파리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안좋은 일들이 나에게 다 닥친 것 같았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흑인이 그렇게 사기를 친다더니, 어김없이 내게 와서 팔에 팔찌를 묶고는 돈을 '갈취'해 갔고
미식의 도시에서 늦어진 일정을 만회하기 위해 '대충 때우기'위해 들어간 식당에서는
'맛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빨리 나오기만 해다오.' 에 딱 걸맞는 빠르기만 한 음식을 먹었다.

지친 마음에 에펠탑이 바라보이는 한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구경하고 파리의 경치에 젖어갈 무렵, 맞은편 벤치에 가득 몰려든 비둘기들이 보였다.
'어딜 가나 비슷하구나.' 
라고 생각하며 비둘기떼를 보고 있는데, 비둘기 한마리가 푸득 날아오르면서 벤치위에 똥을 뿌리고 지나갔다.
그제서야 벤치 위 이곳 저곳의 비둘기 똥이 눈에 들어왔다.
'아.. 설마....'
그리고, 그 불안한 마음은, 바지를 털고 난 내 손이 축축해지며 현실이 되었다.

그 뒤로는 무엇을 보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짜둔 일정이기에 움직이기는 했지만, 아무런 감흥도,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할때마다 누군가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느낌은 정말 참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피곤한 하루의 마지막 일정은 로뎅 미술관이었다.
이미 때도 늦었고, 하늘도 흐릿해진 탓에 미술관 앞은 붐비지 않았다.
6미터 남짓 높이의 지옥의 문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멋있었다.
고개를 들어 생각하는 사람을 보다가, 지옥의 문 너머 잿빛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보였다.
'아.. 비가 오려나 이런..'
역시, 누군가 머리를 툭 치는 느낌이 들엇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를 돌아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차가운 빗방울이 이마를 때렸다.

'아… 너무하다... 이제 소매치기만 당하면 완벽한 하루겠어..'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우산을 꺼내려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가방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아… 설마…'
역시나, 지갑과 핸드폰이 사라진 뒤였다…

"아.. 빌어먹을... 망해버려라 이놈의 파리....엉망진창이야...."

그때 아침의 그 소년의 목소리가 머리를 툭 쳤다.
[아.. 그럼 이게 마지막 소원이겠네요]

-끼이이익..-
갑자기 등뒤의 '지옥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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