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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제발 죽어줘!
게시물ID : panic_95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야기한국사
추천 : 6
조회수 : 233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9/14 01:19:55



어느날 부터였나 모르겠다. 


그녀는 갑자기 나타났다.


왜? 

어째서?


잘 모르겠다.


근데 나타났다.


늘 붉게 드리운 빛에 그림자가 잔뜩 길어지는 시간이 되면 그늘의 어두운 곳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새카만 머리카락, 하얀 얼굴.... 거리가 멀었지만 마치 칼로 찢어놓은 것 처럼 잔뜩 치달아 올라간 입술이 나를 비웃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갸우뚱 하듯 약간 꺾여있는 머리의 각도와 그 새카만 눈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중력이 바뀌어 마치 그 안으로 떨어질 것 같은 두개의 새카만 구멍은 언젠가 보았던 시골의 깊은 우물처럼 보였다.


아... 


맞다 우물...


그 우물속에서 치달아 오르던 하얀 손들... 그래 생각해보니 난 그 안에서 그녀를 보았던 것 같다.


그녀는 먼발치에 서서 잔뜩 찢어진 웃음으로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는 마치 커다란 시계탑의 오래된 시침이 움직이듯 목을 꺾었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 천천히 용해되어 사라졌다.


단순화 한 카툰처럼 그려진 국화들이 만개한 하얀 바탕의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물이 축축하게 흘러내리는 머리를 폭포처럼 늘어뜨리고 나를 바라본다.



늘 먼 발치에서 나를 바라본다.



며칠이고, 몇달이고 그 일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 끔찍하게 목이 꺾이는 모습은 도저히 익숙해 질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늘 해질녘이 되면 골목으로 나아가 지저분한 골목 구석의 마치 오래되어 암회색으로 더러워진 시멘트 벽돌의 표면을 새카맣게 태워가는 것 같은 그림자 속에 서서 나를 응시하는 그녀를 찾아간다.



오늘도... 그녀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녀의 목은 평소보다 더 많이 꺾이고 있었다. 


그녀의 목이 꺾이는 것은 지금까지는 인간에게 가능한 부분 까지 꺾어지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보자마자 소름끼쳐 주저앉을 정도로... 그야말로 부러지는 소리가 눈으로 보일 정도로 꺾여들어갔다.



평소에는 인간같지 않은 움직임으로 꺾이고 나면 어둠속으로 사라지던 그녀는 오늘은 꺾인 목을 바들바들 떨며 더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꺾어댔다. 손으로 잡고 돌리는 것도 아닌데... 그녀의 귀는 거의 어깨에 닿아가고 있었다.


화면의 노이즈가 발생하고 그녀의 목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전자총이 고장난 것 처럼 지직거리듯 떨어댄다.


여전히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고, 그 새카만 눈은 이전과 똑같아 보였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얼마나 서 있던 것일까?


빛은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붉은 빛이 서서히 파르스름하게 변해갈 무렵, 그림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세상은 점차 석양 빛에 검게 탄 자국으로 뒤덮여간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나 역시도 천천히 목을 비틀고 있었다. 


골목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아니 나를 바라보고는 깜짝 놀라 도망쳤다.


아아... 내가 이상해 보이는 것일까? 아니아니... 내가 목을 꺾는게 이상해서 저렇게 깜짝 놀라 도망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막고 싶었지만 막을 수 없어 내 목의 경련 역시 마치 간질이라도 온 것 같았지만 그 아래는 마치 바닥에 뿌리라도 박은 것 처럼 굳게 버티고 고 서 있었다.


"끄으으윽."


이상한 소리가 세어나온다. 그리고 목의 인대가 끊어지는 것인지 뚜둑 거리는 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늘의 빛이 거의 사라져 보라색의 잔색만 남을 무렵, 하늘과 산의 경계가 분명해지고 산이 무단이도 새카맣게 변해가며 골목 어귀에 노란색 나트륨등이 내 목의 경련처럼 껌뻑 거리며 켜졌다.


그러자 여자의 목이 뚝 부러지며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바닥에 흩어져 내렸다. 몸이 분해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였다.


"하아하아!"


그리고 내 목은 무사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움직인 목을 풀며 여자에게 다가갔다. 목이 부러졌으니 초자연적인 존재라도 죽는 것일까?


약간 비틀거리며 무너져 내린 유령의 사체? 하하, 이상한 표현이다. 하지만 분명 유령의 사체였다. 그것을 향해 걸어갔다.


신발조차 신지 않은 새하얀 그것에 다가가 말했다.


















"지랄하고 있네. 복수라도 하고 싶었냐?


난 피식 웃으며 손에 들고있던 칼로 그것을 툭 건들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죽인 녀석이 또 죽는 걸 보는 것도 꽤 볼만한 일이었다.








































img_4.jpg



목 꺾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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