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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불빛
게시물ID : panic_95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요민
추천 : 5
조회수 : 9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24 02: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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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만취한 여자가 30분 동안 거리 한복판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택시를 잡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는 커녕 차도엔 개미 한 마리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 아이씨, 30분 되는 거리를 어떻게 걸어가냐고! 날도 추워죽겠는데. "

평소에도 혼술을 즐겨하던 그녀는 퇴근 후에 회사 근처 조그마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들이키다가 집으로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술이 그녀의 몸으로 조금씩 들어가자 취기가 올라 직장 상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폄훼하고 비난했던 기억이 떠올라 금요일인데 뭐 어때. 하는 생각에 다음 날 아침까지 주구장창 호프집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어 술을 계속 마셔야겠다고 결단 내렸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호프집의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띈 얼굴로 오늘은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통에 호프집 주인의 부축을 받고 엉거주춤 일어나 쥐난 다리를 매만지며 혼자 뒤뚱뒤뚱 거리로 나갔다.

" 호프집 문만 안 닫았어도 진짜. "

혼자 투덜대던 그녀는 별 수 없이 그냥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20분이 지나고, 집에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해 긴장이 풀렸는지 그녀는 비틀대며 앞에 보이는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가고 있었다.

[ 달칵 ]

만취해 정신 없던 그녀였지만 마치 먼 곳에서 기계의 버튼 같은 것이 눌리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리자 뭐지? 싶어 고개를 뒤로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 잘못 들었겠지 뭐. "

다시금 그녀는 고개를 앞으로 돌려 비틀비틀 걸어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좌우로 흐릿하게 불빛이 보여 살짝 오른쪽으로 비켜 가만히 서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만일 그 불빛이 자동차나 오토바이에서 나온 거였다면 이미 나를 지나가고도 남았을텐데 아무것도 내 옆으로 나를 추월하여 지나가지 않는다.

이상함과 위화감을 동시에 느낀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뒤로 돌렸고 흐릿하게 보이는 무언가가 좌우로 불빛을 내뿜으며 다가오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녀가 눈을 비비고 흐릿했던 물체를 정확하게 보는 순간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호프집의 주인이 고개를 바짝 숙이고 양 팔을 길게 뻗어 후레쉬를 양 손에 들고 입이 찢어질 듯 함박웃음을 보이며
느린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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