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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잔혹한 종족분쟁
게시물ID : panic_976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3
조회수 : 40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06 11: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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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인들의 ‘종족감정’이 피를 불렀다.


우리에게는 보르네오섬으로 잘 알려진 칼리만탄주 서쪽 삼바스. 토착 원주민인 말레이족과 다야크족 주민들이 지난 한달간 마두라족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원주민들은 몽둥이와 죽창으로 무장한 채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피난을 떠나는 마두라족 사람들을 사정없이 폭행했다. 희생자들은 몸이 토막난 채 다리 난간에 걸리거나 길거리에 전시됐다. 한 마두라족 주민은 “내가 보는 앞에서 아내와 형, 아이들이 모두 죽임을 당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울먹였다.


대부분의 마두라족들은 군부대로 피신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숲으로 도망치거나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의 사라와크로 넘어가기도 했다. 군부대로 대피한 마두라족들은 200km 가량 떨어진 주도 폰티아나크로 다시 옮겨졌다. 성난 원주민들이 군부대까지 공격했기 때문이다. 


대략 1만2천명 가량의 마두라족 주민들이 폰티아나크에 준비된 임시 피난소로 옮겨졌으나, 아직도 6천명 정도가 소요지의 군부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공식발표로는 200여명이 사망하고, 2천채 이상의 가옥이 불탔으며, 2만2천명 정도의 피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숲에 버려지거나 즉시 매장된 시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돼 실제 희생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1월로 거슬러올라간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도들이 신성히 여기는 축제일인 ‘르바란’ 하루 전인 18일, 한 마두라족 청년이 말레이족 마을에서 도둑질을 하다 붙잡혀 몰매를 맞았다. 그 청년은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렸고, 흥분한 마두라족 청년들이 말레이족 마을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족 주민 3명이 사망했다. 라마단 금식기간이 끝나는 ‘르바란’ 전후엔 나쁜 일을 피해야 하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말레이족 원주민들을 공분케 한 사건이었다.


말레이족 주민들은 경찰의 수사를 기대했다. 그러나 범인은 검거되지 않았다. 마두라-말레이족간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경찰이나 법원이 마두라족에 기우는 수사와 판결을 내려왔기에 불신은 더욱 커졌다. 


그러던 와중에 사건은 계속 터졌다. 2월22일엔 버스에 무임승차한 마두라족 승객이 시비 끝에 말레이족 안내원을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고, 3월16일엔 말레이족 인부들의 귀가차량을 마두라족이 공격해 3명이 숨지는 사건으로 확산됐다. 3명 중엔 1명의 다야크족 원주민도 포함돼 있었다. 


차곡차곡 쌓여가던 원주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불붙었다. 삼바스 지역에서 시작된 소요사태의 불길은 이후 내륙지역의 11개 군으로 번지면서 많은 희생자를 내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칼리만탄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원주민 말레이·다야크족과 그 밖의 10% 가량인 이주민 마두라족간의 문화적·기질적 차이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신들의 전통을 존중해주기만 하면 이주민에 대해 호의적이고 온순한 말레이족에 비해, 마두라족은 성격이 거칠고 다혈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두라족은 특히 모욕을 당하면 못 참는 기질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됐던 버스요금 시비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해적이나 용병에 많이 동원됐던 마두라족의 지난 역사를 예로 들어 그들의 기질적 원인을 설명하기도 한다. 10년 전 인구집중을 막고 균형적 지역개발을 이룬다는 수하르토의 이주정책에 따라 칼리만탄으로 온 마두라족 주민들은 그래서인지 이곳 원주민들과 잦은 알력을 빚으며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켜왔다.


인도네시아 언론들은 소요사태 초기 서칼리만탄주의 종족분쟁에 대해 매우 객관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점차 마두라족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다.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각종 기사 중의 코멘트나 인터뷰를 통해 “마두라족의 과격한 행동”이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시각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마두라족은 현재 인도네시아 안에서 ‘왕따’가 돼가는 셈이다. 


마두라족의 새 이주지로 지목된 커타팡군의 한 주민은 “마두라족을 무인도에 정착시키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할 정도다.

출처 http://legacy.h21.hani.co.kr/h21/data/L990329/1p943t0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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