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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라도. #흑색 경보 1.
게시물ID : panic_976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르지기
추천 : 11
조회수 : 76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1/08 10: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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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경보입니다. 현재 전 구역에 흑색 경보 발령, 주의 사항, 대피하지 못한 주민 분들은 집 안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방송이 나오자마자 나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내 아내와 아들 역시 급격히 공포로 딱딱해졌다. 
당연하다. 흑색 경보라고. 
요 몇 달 간 흑색이라는 게 떨어진 적은 없었다. 
아니, 모든 것이 시작한 그 날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낮추었다. 가장 기본적인 생존원칙. 
그리고 소리를 죽여 아내와 아들에게도 손짓을 했다. 
우리는 모두 식탁에 모여 바닥에 몸을 붙인 채 방송을 들었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밖에 나와 있다면, 그 즉시 몸을 숨길 공간을 찾으십시오. ‘그것’들은 시야가 높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으면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방송 역시 그걸 알고 있는 듯 말을 하고 있다. 
당연하지. 아주 간단한 방법이자 확실한 방법. 
무려 전 세계 인구 중에 4분의 1이 뒤지고 나서야 깨달은 방법이니까 간단한 거고 이걸로 살아남을 수 있으니 확실한 거지. 
  
‘젠장.’
  
차마 소리 내어 욕을 할 수 없어 속으로 중얼거렸다. 막 외출에서 다녀오자마자 이게 무슨 난리야. 물론 밖에서 맞이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만. 
  
먹을 게 다 떨어져서 다른 곳들을 뒤지고 오는 길이었다. 밖은 위험하지만 지금껏 살아남은 영리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어떤 경보도 발령되지 않았을 때는 말이다. 
  
“추가 사항입니다. 만약 그것들이 근처에 있다면 숨을 참으십시오. 소리를 내지 마십시오. 그들은 인간의 숨소리, 청각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밖에서는 뭔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날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래, 그래. 흑색이라고. 이러니까 그딴 병신같은 말이 붙지. 

날갯짓 소리. 사각거리는 소리. 이따금씩 세게 부닥치는 소리. 그런데 신기하게도 창문은 멀쩡하게 달려 있는데 뭔가가 집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단 말야. 

실제로 위태로운 상황인지 우리 가족 운이 겁나게 좋은 건지는 몰라도. 
  
어쩌면 이 새끼들은 시야가 좁아서 방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나 봐. 아니면 의외로 신사적인 놈들일 수도 있지. 사람을 잡아먹거나 찢어 죽이기는 해도 빈 집에는 안 들어오는, 그런 미친 신사들 말야. 
  
“또한, 사람 형태를 한 그 무엇과도 말을 나누거나 접근하시 마십시오. 당신이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항상 주의 깊게 확인하십시오.”
  
항상 느낀 건데, 저 빌어먹을 주의사항은 대체 뭘 뜻하는 거야? 애초에 경보 발령한답시고 방송이 나오면 사람 만날 새가 어디 있어? 다 닥치고 뛰어서 숨느라 바쁜데. 

천둥 소리가 들렸어. 아무래도 점점 심해지나봐. 
나는 조심스럽게 손짓했어. 살살 기어서 지하실로 들어가자고. 
  
그런데, 아내하고 아들 표정이 영 심상치가 않아. 뭐지? 뭘 보고 저렇게 떠는 거야? 그들의 시선이 내 쪽을 향하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어깨가 시원해. 아니, 아예 몸 뒤쪽이 뻥 뚫린 것처럼 차가워. 바람이 피부 속을 넘어오는 것 같아. 비명소리. 아들이 비명을 질러. 겁나 큰 소리로 울부짖어. 그러면 안 돼. 저놈들이 듣는다고. 

개같은 날갯짓 소리. 그런데 왜 이렇게 가까이서 들리는 거야? 마치 내 바로 등 뒤에ㅅ
  
뭐...무어라...느ㄴ...왜...그렇ㅎ게...보ㄴ...

ㅡㅡ

처음 뵙겠습니다. 
제목엔 1이라고 써 있지만 다음 편을 쓸지는 잘 모르겠네요ㅠㅠ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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