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Reddit] 양의 탈을 쓴 늑대
게시물ID : panic_976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uetapens
추천 : 21
조회수 : 31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08 16:48:26
옵션
  • 외부펌금지
그 사태는 바이러스로부터 시작됐고, 굉장히 빨리 퍼졌다. 감염된 사람들은 인간답지 않게 강력해졌으며, 믿기지 않는 반사 신경과 향상된 감각을 가지고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그들은 네발로 걸어 다니게 되었고, 그들의 뒤틀린 골격 구조는 어떤 사람이든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에 빠트릴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단 한가지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눈은 영원한 눈물처럼 보이는 역한 고름을 흘리며, 탁한 우유 같은 흰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들은 작은 속삭임, 작은 움켜쥠, 한치의 움직임도 모두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이 소리를 들었다는 것은 당신의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조용했고, 조심스러웠다. 9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여기에 있다.  

내 아들은 그다지 능숙하지 못했다. 아들은 사태가 시작된 지 4년 차, 일곱 살에 그들에게 당했다. 그들이 다가오는 걸 느꼈을 때 우리는 어색한 자세로 멈춰 서야만 했고, 몇 시간 후 아들은 기력이 다해 휘청이고 말았다. 아들은 발을 살짝 움직였고, 그 후로는 순식간이었다. 괴물이 다가와 아들을 먹어치우는 동안, 나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의 눈을 보았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괴물이 식사에 만족하며 떠나는 동안에 나는 조용히 아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상황이 녹록지는 않지만, 아들 없이 나는 훨씬 편하다. 이제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되니까. 살려달라고 빌며 내 무릎을 부여잡고 있는 여자를 보면서, 나는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그 여자의 목을, 그리고 그 여자의 아이 목을 그으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아들이 죽기 전에 왜 항상 우리와 동행하는 사람들은 작별 인사도 없이 금방 떠나버리는지 물어봤을 때 내 흔적을 지우기 위해 급하게 지어내던 이야기들이 기억나곤 한다. 다행히 아들은 왜 항상 우리에게 물자가 풍족한지, 더 이상 사냥할 동물이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기가 부족하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물어본 적이 없었다.  
출처 A wolf in sheep's clothing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7oqvml/a_wolf_in_sheeps_clothing/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