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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천국 vs 지옥. 당신의 선택은?
게시물ID : panic_976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깨동e
추천 : 22
조회수 : 229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1/09 20: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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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18년 1월 9일 오전 11시 30분. 나는 죽었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나라라고 누가 그랬던가.

하여간 나는, 여느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하려다 밖으로 호출되었고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어디론가 들어갔다.

간단한 종교의식 이후. 덤덤하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느냐는 교도관의 말에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뒤이어 내 얼굴위로 천보자기가 뒤집어 씌워졌다. 단단한 줄이 내 목에 씌워지는 느낌으로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할 뿐.

그 불안과 초조함이 얼마지나지 않아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이 어디론가 쏟아지며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눈 뜬 이곳은, 눈 부실 정도로 하얀 방이다.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뚜벅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들리던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 지다 어디서부터 들리지 않는다.


"거기 아무도 없나요!!!!!"


똑똑 하는 정중한 노크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스르륵하니 문이 열리며 하얀옷을 입은 남자가 내 눈앞에 서 있다.


"천국과 지옥, 선택권을 박동출님께 드리겠습니다."

"여기가 어딘지는 일단 설명해주고, 말해야할거 아니야."


약간의 짜증과 피곤함이 밀려온다.


"이곳은 천국과 지옥을 아직 선택하지 않은 영혼들이 잠시 머무르는 곳입니다. 선택 이후, 바로 자신이 선택한 곳으로 이동하며 그 이후에 다시 선택할수 있는 기회는 단언컨데, 영원히 없을것 입니다."


누가 예수 믿으면 천국가고, 안믿으면 지옥가고. 또 평생을 선하게 살면 천국이고, 악하게 살면 지옥이라 누가 말했던가. 편하게 대충 살다 천국이라 그러면 끝나는거 아닌가? 

이내 마지막 목표를 사냥하지 못하고 사형집행이 이루어 진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천국이 내가 알고 있는 그곳 맞긴 하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일절 말씀 드릴수 없습니다."

"그럼 천국으로 보내주쇼."

"사번 20180108046474 천국."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이 어디론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나 쉽게 천국행이라니!


***


희뿌연 하늘. 구역질 나올정도로 역겨운 냄새. 시궁창에선 시뻘건 핏물이 흐르고, 시체처리를 쉽게 하기위해 목을 그어 거꾸로 메달아 놨을때 느꼈던 그 피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뒤이어, 성인남자 두개를 합친것 만한, 아마.. 뇌로 추정하는 희뿌연 무언가가 핏물을 따라 흘러 내려온다.

토막난 손가락 발가락 발목, 머리통, 건장한 성인남성으로 추정되는 토막난 사체가 시궁창을 따라 하나 둘, 흘러 내려오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모여든 인간들이 바구니에 그 사체를 수북히 담아 어디론가 뿔뿔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냐고! 이곳이 천국이 맞긴 하냐고!!"

어디선가 날아온 날카로운 작살이 내 허리춤에 박혔다. 이내 뒤에서 누군가가 목을 낚아채며 정신을 잃은거 같다.

처음 와서 내가 본 그것들. 내 몸은 토막쳐져 시궁창을 떠 내려가고 있다. 그들은 날 바구니에 주워 오랫동안 굶기라도 한냥, 날 허겁지겁 뜯어먹는다.

내 몸에 오감들은 그대로 살아있어, 잘리고 뜯기고 씹히고 갈리는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렇게 다 뜯어 먹히고 나면 다시 난, 아무일 없다는듯 그 시궁창 언저리에 다시 서 있고 이번엔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사냥하러 나선다.

이곳이 천국이 맞긴 한가보다.


****


그날 저녁 9시 뉴스에선 부녀자를 잔인하게 토막살해한 이후 인육을 먹다 체포 되었던 엽기 연쇄 살인범 박동출의 사형 집행 소식이 전해졌다.

저새낀 분명히 지옥 갔을거라며 손가락질 하지만, 그는 분명히 천국에 있다. 지금도 누군가를 먹고있거나, 누군가에게 먹히고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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