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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고시생 오락실에서 안경 주운 썰 1-4
게시물ID : panic_976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라라J(가입:2016-01-31 방문:683)
추천 : 24
조회수 : 244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8/01/12 07: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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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시간이 음스므로 음슴체.

먼저 쓰니는 20대 후반 남 고시생임.

좋은 말로 해서 고시생이지 사실 취직도 못하고 하루하루 부모님 등골 빼먹은 인간쓰래기임 ㅠㅠ 엄빠 미안...

가뜩이나 대학도 삼수해서 갔음.

좋은 대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잡대도 아니고 그냥 인서울 끄트머리에 걸려진 그저 그런 대학 갔음.

당연히 졸업하고도 뭘 해야 할 지 모르겠고 나름 공부는 할 줄 안답시고

(삼수까지 한 경험 + 꼴에 인서울 갔다는 부심)공무원 시험 준비하겠다고 함.

내가 간 곳은 노량진 고시촌임.


보통 쓰니가 보기에 이 곳의 비율은 10%정도의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정말 헐 소리 나도록 엄청 열심히 공부함. 인간도 아닌 거 같음. 공부하는 기계같음.)

60%의 이것도 저것도 안 되어서 고시준비한다고 핑계대고 고시촌에서 오락실, 피시방, 플스방, 술집 등을 전전하며 놀기만 하는 쓰레기들.

그리고 나머지의 열심히 하는 것도, 그렇다고 마음껏 노는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부류 (쓰니가 이 쪽에 해당 ㅠㅠ)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고 괴로웠음.

가장 괴로운 건 이도 저도 아닌 나 자신 때문이었음.

공무원시험 준비한답시고 노량진에 젊은 청춘이 모여서 노는 걸 하루이틀 본 게 아님.

거기다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여자들은 어찌 그리 이쁘면서도 눈이 낮은 지 ㅠㅠ 

노량진 한 번 와보셈. 

전부 나름 이쁜 여자들이 웩스러운, 외모가 잘난 것도 그렇다고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닌 깽깽이 같은 남자들이랑 같이 다님


내가 쟤네들보단 훨씬 나은데 저런 대놓고 노는 외모도 호빗같은 쓰레기 오타쿠 남자들이랑 노느니 차라리 나랑 놀지.

아니야 놀기는 무슨!!!!!

그래 저렇게 노는 애들은 미래가 뻔할 뻔이지!!!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가끔은 외로움이 사무침.

그럼 내가 그렇게 참는다고 성공할 것 같은가하면 그것도 아님.

정말 독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보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공부함.

결론적으로 난 실패하는 대놓고 놀자 부류가 아니라서 저렇게 대놓고 실패할 것 같진 않았지만

저렇게 독하게 공부하는 부류에는 절대 닿지 못했기에 솔직히 성공할 거란 생각도 못했음.


이도 저도 아닌 그 사잇길에서, 쓰니는 미치도록 고독하고 또 괴로웠음.

이런 저런 생각에 공부는 안되고, 부모님께는 죄송스럽고,

내가 그렇다고 그렇게 탱자탱자 노는 인생을 산 것도 아니고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산 거 같은데 왜 이 모양인지 하루하루 죽을 거 같았음.

계속되는 방황과 고뇌와 고독의 시간이었음.

 
쓰니는 그럼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가끔 이 괴로운 현실을 잊으려 오락실에 갔음.

노량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곳이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서도,

(수많은 학원가와 저렴한 서점, 식당, 공부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파는 곳 등)

그만큼 놀기도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음

(역시 수많은 피시방, 술집, 오락실, 등등등등)

 
남들처럼 술집에 갈 용기도, 여자남자 젊은 청춘들 모여서 노래방이나 그런 곳 놀러갈 용기도 나지 않았던 쓰니였기에

그 날도 저녁 먹고 밤 10시 쯤?

공부도 안 되고 머리에 온갖 괴로운 고뇌들만 가득 차서 주머니에 백원짜리 동전 한 움큼 챙겨서 오락실에 갔음.

피시방 가면 최소한 한 두시간은 있으니, 저렴하게 조금만 놀자는 생각으로 오락실에 갔음.

머릿속 가득한 온갖 고뇌를 잊고 게임에 몰두하던 도중 쓰니와 아주 실력이 비슷한 상대를 만났음.

자꾸 아슬아슬하게, 간발의 차로 지다보니 화가 났음.

그래도 이런 걸로 화가 나면 괴로운 현실은 잊을 수 있기에 나름 나쁘지 않음.

씩씩대며 다시 동전을 넣고 그 사람과 피튀기는 혈투를 벌였음.

쓰니의 나름 습관이 있는데 처음에 대충 하다가 뭔가 안되겠다 싶으면 손을 털고 게임하고

그래도 안되면 안경을 벗고 게임하고

그래도 안되면 손을 씻고 와서 게임함.

 
근데 이게 쓰니만 그런 게 아님. 

철권 고수들은 무슨 이야긴지 이해할 거임 ㅋㅋ

정말 그 사람과 쓰니는 실력이 비슷했음.

그렇게 게임을 정신없이 하던 도중 다시 이으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동전이 모자랐음. (철권 태그 2는 300원)

흥분된 채로 일어나려니 뭔가 뒷맛이 개운치가 않음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어느 새 11시 30분임.


아... 어차피 오늘도 망한 거 겜이나 더 하다가 그냥 자야지 

(역시 나님은 쓰레기 엄빠 미안 ㅠㅠ)

하는 마음에 흥분된 상태로 오락실을 나와 내 방으로 달려갔음.


오락실이 보통 12시 30~40분 정도면 닫기에 빠르게 뛰어갔음.

그런데 나와 아슬아슬하게 자웅을 겨루던 그 상대가 없어진 거임.

뭔가 허무해졌음.

 
그와 함께 다시금 현자타임 도래.

뭐 빠지게 공부해도 모자랄판에 난 또 왜 이러고 있나.

자괴감이 마구 들음.

집에 가서 한 자라도 더 보고 자야겠다는 마음에 다시 집에 가서 책을 펼치고 자리에 앉음.

그런데 뭔가 허전함

 
아차! 안경!

아 대체 나란 넘은 왜 이럴까...

 
다시금 자괴감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락실로 달려감.

알바하는 형이 모르긴 몰라도 쓰니를 굉장히 한심하게 봤을 거임 ㅠㅠ

오락실 안에 거의 사람도 아무도 없고 기계도 하나둘씩 끄고 알바형도 마감정리 하는지라 어둑어둑 했음.

아까 내가 철권하던 자리에 놓고 갔던 안경을 보는데



없음...

아 그게 얼마짜린데 대체 나란 놈은...!

또다시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가 샘솟을 쯤 내가 게임하던 자리 말고 옆옆옆 옆자리에 뭔가 다른 안경 하나가 보임

나처럼 놓고 갔나봄

내 안경은 아님.

에이 그래도 하는 마음에 한 번 줏어서 써봄


올ㅋ

나랑 시력이 비슷했나봄.


참고로 쓰니 시력 매우 안 좋은데 내 눈에 딱인 거임.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네. 나같은 멍층이가 또 있었군

아니 그래도 난 돌아라도 왔는데 그 멍층이는 진짜 나보다 더한 멍층이네 ㅋㅋ

하면서 속으로 키득거리면서 오락실을 나가려는데 뭔가 섬뜩함


주위를 둘러보니 오락실 기계가 전부 꺼져있고 불도 꺼져있는 거임.

사람도 아무도 없음.


헐?

뭐지?

뭔가 이상해서 집중해보니 근데 몇몇 켜져있는 오락기 소리는 들림. 

이상하네? 다 꺼져있는데?

문쪽을 보니 문은 열려있음. 

순간 괜히 오싹한 느낌에 얼른 뛰어서 오락실을 나옴.

나오자 다시금 노량진 특유의 찝찝한 밤공기와 함께 오싹한 느낌이 사라짐.

그래도 나보다 더 멍층한 놈이 있다는 사실에 나름 기분이 좋아져 크게 숨을 한 껏 들이쉬며 길을 걸어가는데

뭔가 엄청난 충격이 내 얼굴 전반부를 강타함.

너무나 엄청난 충격이었음.

쓰니는 바로 "어엌!"하는 비명과 함께 코와 입술을 감싸쥐고 쭈그려 앉았음.

ㅠㅠ 진짜 너무 아팠음... 뭐야 이 말도 안되는 충격과 고통은...

정말 진심 너무 심하게 아파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안경을 벗고

한 쪽 눈은 아파서 손으로 가린 채 나머지 한 쪽 눈으로 힐끔하며 내게 충격을 준 것이 무엇인가 확인했음.

그러자 내 앞엔 전봇대가 서있었음



한 마디로 정줄놓고 밤공기 들이마시며 가다가 전봇대와 마이 페이스를 충돌시킨 거임.

헐? 이상하네 분명 저런 거 없었는데?

아닌가 내가 너무 정줄을 놓고 다녔나.

아놔 ㅠㅠ 나란 넘은...

다시금 복받치는 서러움에 눈물이 찔끔 나올 거 같았음.


그래 이건 슬퍼서 우는 게 아냐

너무 강한 안면충격에 의해 눈물샘이 자극되어 잠깐 흐르는 물일 뿐이야.

 
결국 또다시 쓰니는 쿠크가 깨져서 방으로 돌아와 책을 펼치지 못하고 그냥 바로 잠들었음.

하지만 이때까지 쓰니는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음.

쓰니는 방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했음

근데 쓰니는 잘 준비가 조금 특이함

일단 노트북을 켜고 무선랜 잘 되나 확인한 이후 온라인게임을 켜서 ㅠㅠ 

아무도 안 들킬만한 위치 and 앵벌이 잘 되는 위치에 본인 캐릭을 놓고 오토프로그램을 돌리고

그 화면이 쓰니의 정면에 보이게끔 각이 잘 나오게 맞춰둔 뒤 오토프로그램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며 잠드는 거임 

ㅠㅠ 아놔 ㅠㅠ 나란 레기... 엄빠 미안 ㅠㅠ..

 

이 오토프로그램은 게임 상에서도 쓰레기 중의 쓰레기짓으로 불리는 것으로,

다른 유저들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유저들이 매우 없으면서도 앵벌이 나름되는 위치로 터를 잘 잡아야함... 

ㅎ ㅏ 진짜... 나란 레기...

게임상에서도 ... 아놔 ㅠㅠ 쓰면서도 멘붕 터진다... 

그래도 구차하게 변명하나 해보자면 오토는 나름 내 짭짤한 수입원이었음...

그렇게 오토 돌려놓고 자면 3~4일 주기로 가끔 템 하나를 득템하게 되는데

이게 최소 1만2천원 정도에서 값나가는 건 35만원 짜릴 득템할 때도 있었음.

그 때의 짜릿함이란 정말 말로 형용하기 힘듦.

10만원 이상 나가는 템을 먹으면 기념으로 값비싼 음식을 사먹었음.

득템하고 치킨 한 마리 시켜먹는 그 꿀맛은 아는 사람만 알 거임.


그래서 게임상에선 같은 유저끼리 진짜 오토프로그램 쓰는 사람만큼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로 규정하며 그 사람과는 거래도 안하고 소문내서 완전 매장을 시켜버리는데, 

본인은 오토 안 돌리는 척하면서 오토를 열심히 돌리는 그런 유저였음... 

ㅎ ㅏ... 자괴감 터진다. 유저분들 미안요 ㅠㅠ

 

 
아무튼 그렇게 오토를 돌려놓고 내 캐릭터가 알아서 몹을 잘 죽이고 있는지를 눈으로 쫓으며 조금씩 잠이 들기 시작했음.

어느 정도 자다가 갑자기 뭔가 한기가 들어 살짝 잠이 깼음

오토가 은근히 자잘한 오류들이 많아서 잘 돌아가는지 확인해줘야함

늘 그렇듯 습관처럼 나는 잠 깨자마자 내 캐릭터가 사냥을 잘 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했음

 
?? 근데 노트북이 꺼져있는 거임. 헐? 럴수 럴수 이럴 수?

그래서 노트북을 다시 켜고자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음.

?? 내가 덮고 자던 이불이 다 없어져있는 거임.

그뿐만 아니라 베고 자던 베개도 없음.

헐? 뭐지?

그리고 뭔가 방 자체가 이상함을 눈치챔

방 안에 노트북마저 꺼져있으므로 불빛이 하나도 없는데 묘하게 내 눈에 다 또렷하게 보임.

TV로 보면 적외선카메라 이미지? 마치 내 눈이 그게 된 거 같았음.

다만 차이점이라면 적외선카메라이미지는 희뿌연 초록색바탕? 비슷한 느낌인데 

지금 내 눈에 보여지는 풍경은 회색빛이라는 것이었음

 
그 와중에도 나란 넘은 일단 오토부터 켜놓고 생각하자라는 마음에 노트북의 전원을 켰음

???

전원이 안 들어옴. 아니 정확히는 전원버튼이 안눌림

힘을 가볍게 주고 살짝 톡 누르기만 해도 눌렸던 그 노트북의 전원버튼이 안 눌리는 거임

아 이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눈치깐 나는 일단 방에서 나가려고 안경을 씀

아니 정확히는 쓰려고 했음


쓰니는 습관처럼 항상 안경을 잘 때 내 머리맡에 놔둠. 일어나면 쉽게 집을 수 있도록.

그래서 머리맡에 놓여진 안경을 쓰려고 안경을 집어들려는데 뭔가 안경이 이상함

안경의 색이 놀랍도록 또렷한 거임.

그러니까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또렷하게 색이 다 있음. 

검은색 뿔테였는데 그 검은색 뿔테가 놀랍도록 검은색 다 있음

 

아낰ㅋㅋㅋㅋㅋ 그러니까 ㅋㅋㅋ 아 쓰니가 글을 못 써서 힘드네

그러니까 이게 왜 이상한 거냐면 분명 쓰니의 방이 빛 하나 없는데도 불구, 놀랍도록 다 잘 보임.

근데 그 잘 보이는데 완전히 빛이 있을 때처럼 잘 보이는게 아니라 어스름한 회색바탕 적외선카메라처럼 보이는 거였음.

한 마디로 형체들은 다 보이는데 색들은 다 회색이었음.

근데 이 안경만 빛이 있을 때처럼 원래 색 그대로 보이는 거임.

그렇다고 빛난다는 말은 아니고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 되려나.

아놔 글로 표현을 못하니까 힘드네 이런 저급스러운 글실력 같으니라고...

 

아무튼 이해가 되었을지 모르겠는데 내가 어제 오락실에서 우연히 줏어온 그 안경만 색이 그대로였음

뭔가 이상해서 안경을 쓰고 나가려다가 그냥 안경은 놔두고 나가려고 방 문을 열었음.

아니 열려고 했음

방문을 열려는데 안 열림

이게 또 그냥 안 열리는게 아니고 손잡이 자체가 완전 굳음. 손잡이 자체가 안돌아감


나 나름 힘 셈. 문고리 하나 못 돌릴 남자 아님

근데 이게 뭔가 문고리가 어딘가에 잠겨서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완전 0.00001도의 각도도 안 돌아감. 

완전 굳은 것처럼.

일이 이쯤되니 아무리 나라도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낌

순간 오싹해지며 뭔가 무서워졌음...

그 순간 나는..

 

 

*2편*

 

 

그 순간 나는...

일단 일이 뭔가 잘못 되었음을 느끼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핸드폰을 찾음.

분명히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꽂아둔 채로 옷걸이 걸어놓고 잤는데 옷걸이에 내 옷이 하나도 없음 ㅠㅠ 이거 뭐야

이불도 싹 다 없어지고 옷도 없어지다니...

갑자기 말도 안되지만 누군가 올드보이의 유지태처럼

날 여기 노량진 고시텔에 가두고 뭔가 음모를 꾸미는 거 아닌가 생각이 되었음

 
창문 밖으로 도움을 요청해볼까 생각이 되는데 왠지 민폐일 거 같은 느낌에 일단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계를 봄.

아니 그런데 시계가...12시임

정확히 12시 00분

아니 이게 ㅋㅋㅋ 말이 안되는게 내가 오락실에서 그 막상막하의 상대와 게임하다가 동전 없어서 나오던 때가 11시 30분임.

다른 때엔 시간을 확인 안 했어도 그때의 그 시간만큼은 또렷하게 기억남.

그 다음에 집에 왔다가 다시 오락실 갔다가 집에 와서 오토켜놓고 잠들었는데 내가 그 오락실에서 나온 지 30분 밖에 안지났다고?

아니 ㅋㅋㅋ 이건 진짜 말이 안됨

 
어이가 없어서 시계를 잘 들여다보는데


내가 시력이 안좋아서 잘못 봤음

시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확히 12시00분 00초에서 시침분침초침 다 멈춰있음

아 진짜 한없이 오싹함 돌아버릴 거 같음

진짜 이쯤되면 거의 이성을 잃는 수준임

민폐고 뭐고 창문에 고개 내밀고 도움을 요청하려는 내 입에서 저절로 "A ㅏ... Si ㅂ ㅏ..."하는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옴

 
 
여기 분명 노량진임. 

좁은 지역에 인구밀도가 아주 높게 오밀조밀 사람들 다 뭉쳐있음.

지금이 몇 신지는 몰라도 이 시간에 불 켜진 곳이 하나도 없다는게 말도 안됨

지나다니는 사람 역시 0명일 뿐더러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무엇보다도 밖의 풍경또한 내 방 안 풍경처럼 빛이 아예 없음

다 회색임. 형체들만 잘 보임.

말이 안됨 진짜. 이게 무슨 상황임?

이거 꿈 아님?

근데 너무 생생함.

아 그래도 이건 꿈임. 

진짜 이건 그냥 꿈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음

어쨌든 꿈이라고 생각한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음

근데 침대가 하나도 안푹신푹신함. 뭔가 딱딱하고 불편함.

그래. 그래봤자 이건 꿈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그 상황에서 침대에 다시 가서 누운 담에 눈을 감았음.

 

 

아니 정말 너무 고요함. 소리 하나 안들림.

이때 잠을 잘 때 뭔가 이불 같은 덮을 게 없다는게 이렇게 소름끼치고 무서운 것인 줄 처음 깨달음

그 뒤로 난 아무리 더운 한여름이여도 절대 이불 없이는 잠을 자지 않음.

그렇게 눈을 감고, 이건 꿈이니 이대로 자면 깨어나겠지 싶어서 눈을 붙임.


???

아니 감각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시간 1분 1초가 가는게 너무 리얼하게 느껴짐

잠도 잘 안오고 무엇보다도 이불 없어서 약간 춥고 침대가 푹신하지 않고 딱딱하단 촉감까지 너무 생생하게 느껴짐

갑자기 또 한없이 뭐가 무서워짐. 눈을 못 뜨겠음

 

차라리 그냥 뭔가 귀신 같은 거라도 팍 튀어나와서 날 기절시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아놔... 영화나 만화 그런 거 보면 주인공들이 깜놀깜놀하는 장면 나오면 픽픽 쓰러지고 기절하고 의식놓고 하더만

아 현실은... 그게 아님 ㅠㅠ

사람이란 의외로 기절을 잘 안하는 동물인가봄. 

 

모르겠음.  

여자는 그럴지 모르겠는데 나같이 예비역 딴딴한 놈은 ㅠㅠ 기절도 안함 ㅠㅠ 

아 진짜 그냥 맘편히 기절하고 싶었음 너무 무서웠음...

눈 꼭 감고 이건 꿈이다 꿈이다 하다가 그럼 너무 무서워서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세다가 에라 모르겠다 야한 생각을 했음

오, 이거 좀 괜찮음 나 ㅂㅌ아님 근데 무서울 땐 야한 생각이 직빵인 듯

아 쓰니의 이미지가 마구 실추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진짜 ㅂㅌ아님

너무 무서워서 제정신으로 있기 힘들어서 그랬음


 

그렇게 야한 생각을 하니 좀 괜찮긴 한데 역시 상황이 너무 무섭고

또 이불 베개 없이 이질적으로 딱딱한 침대에 누운 불편한 상황이라 그런지 쓰니의 소중이는 서지 않았음... 

뭐니 이거 왜 갑자기 19금으로 가니...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렇게 눈 꼭 감은 채 야한 생각으로 버티고 버텼음.

나중엔 뭐 영화나 애니, 게임생각도 하고 유행하는 가요의 가사를 되뇌여보기도 하고 그냥 온갖 잡생각 다했음. 

지금 현실을 쫓을 수 있는 생각이라면 뭐든 했음.

그러다가 잠들었음 ㅋ 역시 나퀴벌레의 생존력은 좀 쩌시는 듯...

 
자다가 일어나니 오토는 역시 돌아가다 멈춰서 내 캐릭은 처절하게 죽어있고

이불 베개 제대로 다 있음. 

옷도 있음. 문고리 잘 돌아감.

역시 꿈이었나 ㅋ 근데 두번 다신 꾸고 싶지 않은 꿈이었음

그렇게 실감나고 생생했던 꿈은 처음이었음.

뭔가 생각나서 머리맡에 안경을 보니 안경도 제대로 잘 있음.


에이 ㅋ 꿈이었네

이렇게 생각하며 시계를 본 순간

히익!!

오늘 세계사강의 10시30분 시작인데 무려 10시45분...

그나마 학원 바로 앞임.

 
난 정신차릴 틈도 없이 대충 세수에 뻗친 머리 정리만 하고 옷 팔딱팔딱 입고 안경쓰고 집을 뛰쳐나옴

노량진 잠깐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 텐데,고시촌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학원임

근데 그 횡단보도가 매우 짧음. 

10미터? 아마 10미터도 안 될 듯.

6~7미터 될라나?

매우 짧은 횡단보도인데 문제는 여기 교통량이 상상을 초월함.

그 짧은 길인데도 불구하고 차 엄청 많이 다님.

그래서 보통 그 짧은 횡단보도임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은 꿈도 못꾸는데 다행히도 차가 없었음.

나님은 바람처럼 빠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무단횡단을 했음


근데 그 순간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빠앙!! 소리와 함께 "야!! 너 미쳤어!!"하는 할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려옴

어 뭐지? 하고 소리난 쪽을 돌아보는데 진짜 농담 안하고 그 거대한 초록색 버스가 내 바로 앞에 뙇 있었음

뭐지? 분명 아무것도 없는 거 보고 뛰어나간 건데??

운전기사 할아버지가 버스 안에서 온갖 걸걸한 욕설을 퍼부으시는데

내가 학원이 바쁜 지라 일단 죄송의 표시로 짧게 목례만 하고 학원으로 뛰어갔음.

이때까지도 난 그 줏은 안경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못채고 있었음.

 
그저 내가 등싀니 같이 정신놓고 다녀서 이런 일들 벌어지는 줄 알았음.

그런데 결정적으로 학원에서 난 이 안경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됨.




*3편*

 

난 재빨리 뛰어가 마이 레슨이 있는 강의실에 도착했음.

그런데... 헐 이런...이미 수업시작했음.

그래도 강의하는 교수님들이 (학원이지만 강사가 아니라 교수님들이라고 불러드림)

30분 수업이여도 가끔 수업 자체는 조금 늦게하는 경우도 있어서 희망을 걸어봤는데 역시나였음


어머니 아버지...

죄송해요 ㅠㅠ...


진짜 내가 어쩌다 수업까지 놓치고 이 꼴이 되었나 하는 한없는 자괴감의 호수에 다시금 퐁당 빠짐.

진짜 어제부터 계속 정신놓고 살고 이러다 내 인생 망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음.

원래 사람은 작은 거 하나만 보아도 미래를 알 수 있는 법이라 했음.

될 성 싶은 사람은 작은 거 하나하나에도 틈이 안 보이고

제 3자가 보았을 때 안 될 사람은 그냥 작은 거 하나하나에도 틈이 보여서 저 사람은 안 될 사람이네가 보인다 했음.

지금의 내 모습은 제 3자가 아닌 내 자신이 봐도 안 될 넘이였음 ㅠㅠ

 
너무 슬퍼서 또다시 확 자포자기 하는 마음으로 오락실에서

다음 수강시간까지 시간이나 때우다가 올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생각해보니 어제부터 오락실 잠깐 갔다가 일이 계속 꼬인 것이기에 오락실은 안 가기로 함.


작은 거 하나에서 승부는 결정되는 법. 

오락실 안 가고 빈 강의실에서 자습을 하자 마음을 먹음.

원래 승부는 큰 데서 나는 게 아님.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이고 모여서 나는 법임.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자습을 하기 위해 빈 강의실에 들어갔음.

빈 강의실에 들어가 불을 켜고 맨 뒷자리에 앉아 자습을 시작했음.

책을 펼치니 아놔 ㅠㅠ 자괴감이... 

지금쯤 진도 여기 나가고 있을 텐데 교수님 수업과 함께 진도를 나가야되는데

돈을 내놓고도 학원에서 왜 나는 나 혼자 이러고 있다니... 갑자기 슬픔이 밀려들음 ㅠㅠ



나 혼자 책보고 진도나가니 지루함. 

교수님과 함께라면 훨씬 더 쉽게, 재미있게, 머리에 쏙속 들어올 텐데

비싼 수업료내고 대체 내가 이게 무슨 꼴임...

아놔...

에혀... ㅁ ㅣ치겠다...

역시나 나레기 답게 공부는 안하고 이딴 생각을 하고 앉아있게됨.


그런데 원래 잘 알겠지만 공부라는게, 집중하면 안 졸림.

그러나 딴 생각을 하면 졸림.

학창시절에 선생님 수업에 집중하면 안 졸리지만, 

듣다가 뭔가 잡념의 딴 생각들을 펼치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졸게되는 경우 있었을 거임.

그래서 잡념을 쫓고 집중하면 그다지 졸리지 않음.

근데 이게 머리로는 다 아는데 막상 실천하려면... 휴... 나레기 ㅠㅠ

그냥 포기하고 안경을 잠깐 벗고 눈 좀 붙일라했음.

책을 펼쳐 폭신하게 깔아놓고 그 위에 머리를 두고 자려는 순간


?!

뭔가 ㅅ1 bal 갑자기 겁나 섬뜩함. 

문득 어제 꿈이 떠오름.

집 방 안도 아니고 이런 빈 강의실에서 만약 어제처럼 회색의 방 안에 갇히는 그런 꿈을 꾸게 된다면???

???

뭔가 갑자기 상당히... 는 아니고 살짝 오싹해졌음.

(그렇잖아. 밤도 아니고 오전11시쯤, 한 창 쨍쨍할 때에다가 사람도 겁나 많은 학원인데. 별로 겁은 그렇게 많이 나진 않음.)


그래서 이대로 잠을 자느니 세수라도 해서 잠을 쫓아야겠다고 생각이 됨.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안경을 쓴 뒤에 강의실 밖으로 나왔음.

복도엔 아무도 없음.

화장실에 가보니 역시 화장실에도 아무도 없음.

하긴... 수업시간이 재수생들처럼 이른 아침 7시 8시 이런 때에 있는 것도 아니고

널널한 타임 10시 반인데 그거에도 늦어서 이렇게 혼자 빌빌대는 넘은 나밖에 없겠지.

차라리 수업 못 들어가면 밑에 오락실이나 피시방에서 시간이라도 때우고 올 텐데

자습하겠답시고 여기서 청승맞게 이러고 있는 것도 나 뿐일 거고.



에휴. 뭐냐 진짜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거울 속의 한심한 나에게 말했다.


"뭐냐? 넌. 진짜... 아오."

 
한 번 나 자신을 향해 화풀이를 하고는 안경을 벗고 세수를 어푸어푸 했다.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자 시원하면서도 뭔가 좀 정신이 드는 느낌이 났다.

슬슬 이 정도면 되었겠지 느끼며 물을 끄고 물기를 손으로 좀 닦아낸 뒤 고개를 들었다.


어?

???


거울에 아무도 없었다.

 

???

잠깐.

뭐야 이거.

그럴리는 없겠지만

내가 시력이 나쁘니 세수하다가 시야가 좀 흐려진 채 봐서 그런가 싶어가지고

고개를 다시 숙이고 아까 세수하느라 잠깐 벗어놓은 안경을 집어들려고 했다.

???

 

안경은 안경이었다.

안경은 그냥 똑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안경'만' 정확하게 그대로였다.

안경'만' 변화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서 다시 한 번 보았다.

화장실에 아무도 없었다. 


거울 속에선 아무것도 비쳐지지 않았다. 

거울에 아무도 없는 건, 그건 별 거 아니었다.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쳐지지 않는 것보다 그 때 나를 더욱 오싹하게 했던 건

이 화장실 전체의 풍경이

어제 꿈 속에서 봤던 그 회색의 내 방과 똑같은, 모두가 빛이 없는 회색이었다.

 

ㅇ ㅏ니 ㅅ1 발 잠깐만.

지금 오전 11시 쯤인데?

사람도 많은 공공장소 건물인데?

이게 말이 돼? 

원래 이런 일은 아무도 없는 후미진 곳에서 으스스한 늦은 시간에 벌어지는 거 아냐?

이게 말이 되냐고.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ㅅ 1 발 진짜 돌아버릴 것 같았다

 

다음에 4편에서 계속..

 

*4편*

 
돌아버릴 것 같았다.

사람이 살면서 상식이라는 게 있다.

적어도 귀신이라는 건 아무도 없는 그런 으스스한 장소에서 해 다 지고 껌껌한 그런 시간에 출몰하는 게 상식 아닌가?

밤도 아니고 오전 11시 쯤, 정말 밝아도 너무 밝을 때인 이 시점에서

사람도 많다 못해 미어터지는 공공장소인 학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는 일인가?

 
아니 잠깐만. '귀신'이라는 거에 대한 상식이 그런 거라면

상식을 파괴하는 지금 이 상황은 귀신이 아니라는 건가?

그럼 대체 뭐지?

와 진짜 돌아버릴 것 같았음.

 
너무 화가 나서 순간 ㅅ 1 발!!!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려는데 뭔가 위화감? 비슷한 걸 느꼈음.

가만히 소리에 집중해봤음.

다들 잘 아시다시피 여기는 학원임.

어느 정도의 사람 소리, 특히 교수님들이 마이크로 강의하는 소리는 어느 정도 들려와야 정상임

그런데...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도 아예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림.

어제랑 똑같음.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뭔가 소리를 지르면 안 될 것 같은 위화감을 좀 느꼈음.

소리지르면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


그래도 분명한 건 하나 있었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사람들이 많다는 것.

왠지 문고리를 잡아 돌려선 어제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난 뒤로 서서히 물러갔다가 전속력을 다해 달려서 문에 어깨를 쾅 부딪혔다.


???

다들 알다시피 작용 반작용이라는 게 있다.

내가 온몸을 날려서 문에 부딪혔는데, 그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나에게 전부 전달된다.

그런데 문도 열리지 않았고, 나 또한 아주 미미한 충격만 느낄 수 있었다.

소리도 아주 작았다. 

아예 안 난 건 아니고, 굳이 비유를 하자면 솜 한 뭉치를 산에 있는 커다랗고 단단한 바위에 던졌을 때 나는 소리쯤?

아, 그 정도면 소리가 아예 없는 건가? 모르겠다. 


내가 받은 충격량이나 소리로 보면 거의 그 쯤이었다.

뭐 아무런 것도 없었다.

아 놔...

 

문제는 그 이후였다.

화장실 문이 안 열리는 걸 알고 돌아보니, 화장실 풍경이 그렇게 오싹할 수가 없었다.

거울에 아무도 안 비치는 건 댈 것도 아니었다.

각각의 대변기에 달린 그 문들이, 열린 것도 닫힌 것도 아닌

애매하고 오묘하게 살짝 열려있는 그 상태가 무엇보다도 오싹했다.

왠지 저 안에 들어가 숨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여기 가만히 있자니 이렇게 오픈된 화장실 한복판이 제일 위험한 것 같고.

지금 내가 여기 있으면 저 아무도 안 비치는 상식밖의 거울과 

저 알 수 없는 안경이 있고,

그렇다고 저 대변기의 문 중 하나 안에 들어가서 숨어있을 용기도 안나고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열리지도 않는 화장실 문에 바짝 붙었는데, 

또 여기 붙어있자니 갑자기 문이 열리고 뭐가 튀어나올지도 몰랐다.


생각해보니 모든 게 다 무서웠다. 

모든 상황이 다 엿 같았다.

내 나름 가장 안전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져버리니 이건 뭐 진짜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근데 말이 멘붕이지, 멘붕의 자세를 취할 수도 없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쭈그려 앉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쭈그려 앉으면 그 즉시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모든 걸 다 보고있자니 너무나 무서웠다.

무섭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웅크릴 수도 없고,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너무나 무섭지만 그래도 눈을 뜨고 지금 여기 모든 것 하나하나를 다 예의주시했다.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상식도 안 통한다. 

안전한 상황 같은 것도 없다.

진짜 기가 막혔다. 

전혀 생각도 못한 상황에서 이런 엿같은 경우가 발생했다.



난 이제 어찌해야하는가 미치고 돌아버릴 것 같은 상태로 거울이 비쳐지지 않는 화장실 한가운데서 두리번 두리번거렸다 

등 뒤도 방심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다 멈춰있고,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게 또 날 미치게 했다.

내 입에선 '왜...? 왜...?'라는 물음만이 감돌고 

화장실 가운데서 미.친. 놈처럼 두리번거리며 신경을 극도로 세운채로 모든 것 하나하나를 다 예의주시했다


어제처럼 야한 생각하고 뭐하고 할 겨를도 없었음...

뭐 한 것도 없는데 100m 달리기를 전력질주한 것처럼 호흡이 가빠졌고 진짜 이대로 죽을 거 같았음...

1초가 1분 같고 1분이 한 시간 같았음...

ㄱ절... 기절이 정말 하고 싶었는데 온 신경 곤두세우고 필요이상으로 말짱한 상태라 그나마도 되지가 않았음... 미침 진짜....

 
한 5분에서 8분 쯤 지났을까? 그 정도 지나니 진짜 미치겠더라.

그냥 뭐가 나오던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음.

차라리 엄청 끔찍한 모습의 귀신이라도 빨리 나와줬으면 했음.

너무 무서워서 제발 귀신이라도 나와주세요 하고 빌고 싶었음.


그래 이렇게 미쳐버릴 바에 차라리 귀신을 보자.

귀신이라도 보고 싶다.

만나면 나한테 왜 이러는지 일단 아구창부터 날리고 보자.

진짜 내가 돌아버렸는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됨.

 
그래서 무서워서 감히 그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었던 대변기 칸 중 하나를 열고 들어가려 했음.

문이 닫힌 것도, 열린 것도 아닌, 애매하게 아주 살짝 열려있는

그 대변기칸의 문을 잡고 확 열어제끼는데

안열림 ㅋ


....


어어어

 
진짜 그때 "어어어"하면서 폭풍같이 눈물이 쏟아짐

소리없는 울음이었음. 소리도 못내겠음. 진짜 눈물이 주륵주륵 흐름

진짜 대변기칸들 있는 곳에서도 못 있겠고 다시 문 근처의 거울 앞 세면대 있는 곳으로 왔음

역시 거울엔 아무도 안보임

계속 눈물이 나고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아버렸음

눈물이 계속 나서 팔로 눈물을 훔쳤음

그 때 누군가 내 팔을 잡는게 느껴짐

 
흐이익!!!

난 경끼를 하듯 놀랐고 눈물을 훔치던 팔을 치우자 뿌옇게 흐려진 시야 사이로

어떤 뽀골머리를 한 아저씨가 보였음

 

"괜찮아요?"

 

나는 나도 모르게 네? 네? 이딴 말만 반복하다가 갑자기 상황파악이 되었음

모든 게 색이 원래대로임. 그 상태 그대로임

고개를 들어서 거울을 올려다봤음. 거울에 다 비침.

그 뽀골머리 아저씨가 다시 한 번 내 어깨를 흔들며 물어봤음

 

"괜찮아요?"

 

아마 수업 도중에 화장실로 잠깐 나온 사람인 것 같았음.



아.. 네...

나는 어리바리하게 대답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려했음

그 순간 등 뒤에서 그 뽀골머리 아저씨가 불렀음



"아저씨. 이거 안경 아저씨꺼 아니에요?"

 
아니 내가 왜 아저씨야 누가봐도 아저씨가 더 아저씨 같구만.

난 정신이 없는 채로 뒤돌아봤는데 그 아저씨가 안경을 흔들며 나에게 말을 하더라.

 

"아... 그거 그냥 가지세요"

"네?"

"아, 아뇨 주세요."

 

그냥 가지라 하는 것도 뭔가 이상해보일 것 같아서 그냥 받았음.

난 받자마자 빈 강의실에 있는 내 가방도 챙기지 않은 채 어제 그 안경을 주웠던 정in 오락실로 냅다 달렸음

지금 내 머릿속엔

 
이 안경. 다시 그 자리에 갖다놓자.


오로지 이 생각밖엔 없었음.

오전이라 사람이 몇 없었음.

난 어제 안경이 놓여져 있던 오락기 그 위치에 바로 안경을 올려놓고 오락실을 나왔음.

이 오락실 안에 있는 누군가 중에 그 안경을 다시 줏어가서 나같은 일을 겪을지 몰랐지만 난 그런 것까지 생각해줄 여유가 없었음. 

내 알 바냐. 

좀 이기적이지만 차라리 누가 대신 이 상황 겪어줘서 내가 이런 상황에 안 놓이길 바랐음.

그렇게 오락실에 안경을 버려버리고 내가 사는 고시텔 방 안에 들어왔음.

뭔가 좀 홀가분함.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안경 때문이었음.

확실히 안경이 없어서 그런지 방 공기도 달라진 거 같았음

이런 저런 상황을 겪고 긴장이 풀리자 급 허기가 짐.

뭐 혼자 사는 고시생들이 거의 그렇지 뭐

사실 노량진엔 값싸고 양많은 먹거리가 많지만 나가기조차 싫을 때가 있음. 

아니면 새벽에 급 야참이 땡겨 배고플 때라던가...

냉장고에서 냉동피자를 하나 꺼냈음

 
공부하던 사람들 합격수기 보니까 거의 냉동피자나 김밥, 햄버거처럼 

한 손으로 잡고 먹으면서, 나머지 한 손으론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음식들을 먹었다고 

문제는 그들은 그걸 먹으며 나머지 한 손으로 공부를 했지만, 쓰니는 한 손으론 마우스를 잡는다는 거...

냉동피자를 대강 데우면서 노트북을 켰음

노트북 부팅되는 동안 전자렌지에서 띵 소리가 남.

다 덥혀졌다는 소리.

 
근데 전자렌지보니 뭔가 이상함

전자렌지의 문 쪽이 마치 냉동피자처럼 냉동한 것 같이 하얗게 서리얼음이 껴있고 미끌미끌함

ㅋㅋㅋ 뭐지 이건?

 
옛날에 쓰니가 비닐봉지 같은 게 손가락에 붙을 때 우와 나 숨겨진 마법이 있나? 하면서 신기해하던 적이 있었음.

알고보니 정전기 때문이라 하더라 ㅋ

뭐 그런 것처럼 쓰니가 모르는 어떤 과학적 원리에 의해 그렇게 되는 때가 가끔 있는 거라 생각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냉동피자를 꺼냈음

피자는 근데 노릇노릇하게 데워지다 못해 거의 타들어가있는 거임

 
이상하네. 절대 타들어갈 시간 정도로 돌리지 않았는데?


아 ... 하면서 탄 부분은 대충 떼어내고 입에 물었음 ㅋ 

나님은 무려 자취생활 고시텔생활 2년째 나퀴벌레임 강한 생존력.

무시 ㄴㄴ

그렇게 한 손에는 피자를 들고 한 손으로 무의식적으로 저주, 저주받은 물건 뭐 이런 걸 치고 있었음.

치면서 검색하다보니 희한한 거 발견.

바로 디 모 사이트에서 벌어진 저주받은 가발 이야기였음.

 

오 이런 것도 있었나? 내 안경 이런 거랑 좀 비슷한가?

ㅅ ㅂ 혹시 아녀? 하면서 보다가 순간 섬뜩한 게 있었다.

(사진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아무리 해도 엑박이길래 그냥 없앴어요.. 글 읽는데 지장은 없는 거 같아영 다들 보신 얘길듯?)



절대

그냥 버리지 말고

태우란다.

 

그걸 보니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어쩌지?

난 그냥 버렸는데?

 

순간 아직까지도 문 쪽에 냉동피자처럼 서리얼음이 낀 전자렌지가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자렌지에 냉동식품 돌려먹다보면 렌지에도 서리얼음이 끼는 현상 같은게 있나 검색해보았다.

찾고 찾고 또 찾아보아도 그딴 건 없었다.




ㅅ 1발 그럼 저 얼음낀 렌지문은 뭐야?

!!!


진심 순간 개소름 돋았음

난 순간 미.친.듯이 다시 방에서 뛰쳐나와 오락실로 달려갔다.

다행히 그 안경은 아직 있었다

안경을 잡자마자 난 바로 오락실 안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라이터를 꺼내어 안경을 태우기 시작했다.

 

ㅋ 안타네

 

그런데 이 오락실의 화장실이 매우 작음

들어가자마자 거울이 있는데, 화장실이 매우 좁아서 어디에 있건 뭘하건 이 거울에 무조건 내가 뭐하는지가 비쳐짐

그렇게 라이터로 안경을 태우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쳤는데 뭔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소름끼치는 느낌이 확 들었다.

 
난 그 오락실의 비좁은 화장실에서 나와 사람이 많은 길거리로 나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밖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ㅋ...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안경을 라이터로 태우기엔...

뭔가 뻘줌...

 

사람 없는 곳을 슬슬 찾다가 

이 노량진, 그것도 점심시간에 그런 곳은 없어서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주차장에서 자동차 옆에 쭈그려 앉아서 라이터를 켜고 안경을 열심히 태우기 시작했음

 


근데

잘 안탐


 

원래 이거 재질이 불에 타거나 그런 소제가 아닌가봄

그냥 녹는 그런 거 같은데... (나님 문과출신이라 이런 거 잘 모름;)

그냥 이대로 녹여도 되는 건가?

태우라고 들었는데...


점점 라이터로 지지다보니 안경이 뭔가 매우 그로테스크 해지는 거 같음

그러다 갑자기 뭔가 한기가 확 들고 소름이 끼쳐서 라이터를 끄고 일어났음

이러다 여기도 또 어떻게 이상하게 변할지 모름 사람 많고 낮이라해도 방심할 수가 없음. 

이 학원 주차장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임...

게다가 저주받은 게 뭐 가발이나 책이나 이런 거면 모르겠는데 이건 안경이라 타지도 않음. 

오히려 라이터로 지질수록 뭔가 그로테스크해져가고 더욱 섬뜩한 느낌만 들어감.

 

 
애시당초 저주받은 게 맞는지도 모르겠음. 

저주라함은 보통 귀신 씌인 거 말하는 거 아닌가?

난 귀신 본 적은 한 번도 없음. 

차라리 귀신을 보는 게 나을 듯. 이건 정말 멘붕임.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또 식은땀이 남.

그러다 갑자기 문득 드는 호기심.

대체 이 안경은 뭐지?

 
갑자기 ㅁ ㅣ칠듯이 이게 대체 뭔지 궁금해지기 시작함.

순간 내 머리에 뜬 건 당연히 무당이었음

무당을 찾아가야한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음.

나한테 일어나는 이 현상이 정말 안경 때문인지 아닌지도 사실 확실하지가 않고, 

진짜 이대로는 공부고 뭐고 인생 망하게 생겼음.


뭐가 되든 원인을 알아내야함. 

나 혼자 처리한다고 안경 태워먹고 쇼하다가 만약 또 학원에서 같은 일 벌어지면

난 정말 돌아버릴지도 모를 일임.

그런데 생각해보니 걱정이 또 생김.

 


돈은 어디서 구하지?



도저히 어머니한테 


"엄마 ㅠㅠ 저 뭔가 저주받은 안경을 줏어서 저주 씌인 것 같아요 무당한테 한 번 갔다 오려하니 돈 좀 주세요."



라는 정신나간 소리는 할 수가 없었음

안 그래도 엄빠 나 때문에 많이 속상한데 저런 소리까지 하면 진짜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을 거 같았음.


휴...

그래...

아템을 팔자...

 

내 캐릭터가 끼고 있는 아이템을 판다면 난 다신 오토를 돌릴 수 없는 것이었음. 

아템이 없어 약해진 내 캐릭터는 다신 앵벌을 못할 터.

내 밥줄이 끊기는 거나 다름이 없었음 ㅠㅠ

그래도 할 수 없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피시방엘 갔다.

아직 고시텔 내 방 안에 혼자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혼자 그 방 안에 들어갔다가 안경이 나한테 뭔 짓거리를 또 할 지 몰랐기 때문에...

피시방에 들어가 아템들을 급처했다.

정가대로 팔면 70정도는 나오는데, 급하게 급처하다보니 53만원만이 내 수중에 모이게 되었다.

 

무당 점집 뭐 이런 키워드로 검색을 하자 많이는 나오는데 죄다 하나같이 사기꾼 돌팔이 같았다.

용하다 어쩐다 수식어와 미사여구가 잔뜩 쓰여있어봤자 전혀 신뢰가 가지 않았음.

그러다 어렸을 적에 봤던 무당&점집 많은 거리가 떠올랐음.

내가 할머니께 여긴 왜 이리 무당들이 많냐고 물었더니

이 지역이 음기가 많아 신들린 사람들이 영접하기가 쉽다고 한 걸 들은 것 같았음.

 

예전 할머니께서 사셨던 곳...

만수동...

 

난 아템팔고 생긴 마일리지 53만원을 인출하자마자 바로 그 무당거리를 찾아갔음.

아직 빈 강의실엔 내 책에 놓여있겠지만 지금 공부고 뭐고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음 (진짜로)

내 시력이 워낙 나빠서 매우 불편했지만

그 안경을 도저히 다시 쓸 용기는 나지 않아서

그냥 안경을 쓰지 않고 손에 든 채로 만수동 무당거리에 도착했음.

 


다음편부터 좀 멘붕주의...



+) 글쓴 님의 말

 

들어가기에 앞서.

가끔 이 일이 실화냐 허구냐 묻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엄밀히 말하면 허구입니다.

그런데 그 허구가 그냥 허구가 아니고요.

실제 있었던 일을 각색한 건데...각색이라 함은 보통은 과장인데,이 이야기는 그 반대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그냥 다 생략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서요. 맨 처음에 밝혔다시피 시간이 음스므로 음슴체라는 ㅎㅎ)

또 그다지 안 무섭도록 각색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하루 만에 원인 다 찾고 바로 무당에게 찾아가는데요.

실제로는 훨씬 끔찍한 일들을 더욱 많이 겪었고, 

그 회색으로 되어버리는 생생한 꿈도 하루만 꾼 게 아니라 상당히 많이 꾸었습니다.

원인이 줏은 안경이라는 걸 알아낸 것도 이런 저런 온갖일 다 겪다가 한참 후에 알아낸 사실이구요.

정말 무서워도 너무 무섭고 미칠 것 같아서 그냥 죽어버릴까 하며 자살까지 생각하던 때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무당들 찾아간 겁니다.

(여기선 인천 만수동의 무당거리로 나오는데 사실 무당들 몰려사는 집은 인천 만수동 쪽이 아니고 강원도 원주 봉산동 입니다. 

이야기에서 하루만에 찾아가는 걸로 나와서 조금 더 가까운 거리로 각색했습니다.)

 

한 마디로 실제 있던 일에서

훨~~~~씬 축소하고 다른 끔찍한 여러 에피소드들 다 빼버린

이야기가 지금 여기 올라와서 여러분들이 보시는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출처

인스티즈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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