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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지배 7부
게시물ID : panic_97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화류씨(가입:2017-11-09 방문:236)
추천 : 29
조회수 : 1417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8/01/12 19: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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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은 잊을 수 없었다. 박정웅이 망령의 물건을 가지고 나왔을 때,

그의 등에 업혀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던 구로다의 모습을 말이다.

그런 구로다와 눈이 마주쳤다. 망령은 다시 한 번 태규를 조롱하고 있었다.

 

김부장... 아니 태규는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정웅에게 들려줬다.

정웅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의미 모를 미소만 머금은 채, 독한 술을 마실 뿐이었다.

그리고 한 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술을 따랐다.

 

그렇지, 자네가 본 대로야.

그것을 내가 가져와서 덕을 많이 봤지.

자네에게 그런 사연이 있는지 전혀 몰랐구만?

결국 자네의 말은 사무라이를 모신 자네의 아버지처럼

나 역시 살육을 할 것이라는 의미군...”

 

태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웅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그리고 태규에게 물었다.

정말 자신이 사람을 죽일 것 같은지를 말이다.

태규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태규는 등골이 싸늘해 졌다.

정웅이 왠지 자신의 아버지처럼 돌변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웅은 다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술을 따라주었다.

 

허허허... 너무 걱정 말게나.

나는 자네가 필요해. 앞으로 자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네.

자네를 해치는 일은 없을게야 하하하..”

 

아무래도 정웅은 망령의 물건을 버릴 마음이 없는 듯 보였다.

점점 말을 돌려가며, 망령을 섬기는 것을 합리화 했다.

 

김부장, 자네에게 미안하지만 나 또한 원대한 꿈이 있다네.

자네 아버지처럼 말이지.

남들은 자네 아버지를 친일파네, 민족의 반역자라지만

나는 자네 아버지를 존경하지. 대한민국경제영웅이지 않은가?

오늘 자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내 오랜 고민의 답이 풀렸어...”

 

정웅이 기분이 좋은 듯, 고양이의 눈웃음처럼 눈이 가늘어졌다.

그것을 본 태규는 이유 없는 공포감이 들었다.

들리지도 않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정웅은 계속 태규에게 술을 따라줬다.

마치 취하게 해서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처럼 계속 마시라고 했다.

 

자네가 이 모든 일들을 의도했다고 하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야.

김부장, 나와 함께 구로다 장군께 가서 용서를 빌자고...

나는 장군을 만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달라졌어.

물론 자네에게는 비극이라지만, 과거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앞으로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현재가 중요하고 미래가 중요한 것을...“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했지만 계속 술을 마시다보니, 맞는 말 같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태규도 자신에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흔들림도 잠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마음 같았으면 지금 당장 정웅을 감금하고 그의 집으로 가서

망자의 물건을 모두 태워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구로다가 이미 김주용을 통해 위기를 답습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켜줄 인간들이 많이 필요했던 것일까,

이미 구로다는 지역에서 신()처럼 모셔졌다.

정웅은 지역 곳곳에서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통했다.

이미 수백의 신도들이 매일 정웅의 집 어딘가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만에 하나 아무 계획도 없이 쳐들어갔다가는 개죽음을 당할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술이 한잔, 두잔... 계속 들어가다보니 정웅이 말이 많아졌다.

 

자네 사람이 많이 죽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것 같은데?

이보시게 희생 없는 성공은 없다네. 내가 성공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

아니, 이 대한민국을 살릴 테니, 걱정 하지 말게.

아직 자네가 젊어서 그래... 세상이 모두 좋을 수 있나?”

 

정웅은 태규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앞으로 나를 잘 도와주게.

자네의 명석함이 구로다 장군 못지않게 나를 도와 줄 것이라 믿네...”

 

태규는 정웅의 억지 미소같은 것에 소름이 돋았다. 그의 미소에서 아버지 김주용을 본 것이었다

유난히 그날따라 정웅의 머리카락이 붉게 보였다. 그리고 피부도 점점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정웅도 아버지 김주용의 전처를 밟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루 빨리 망령의 물건을 없애야만 했다.

그래서 대의를 위해 정웅에게 못 이기는 척 충성을 맹세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회장님 말씀이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앞으로 회장님이 가시는 길마다 비단을 깔아드리겠습니다...”

 

정웅은 그제야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서로 잔을 부딪쳤다.

태규는 결국 기회가 오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날 이후, 태규는 정웅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아버지 김주용의 재산을 이용했다.

크고 작은 계약을 따내기도 하고, 공무원부터 정재계 인사들까지 돈을 먹여

일처리를 빠르고 신속하게 끝냈다. 그것을 본 정웅은 흡족했다.

결국 정웅은 태규로 인하여 빠른 시간 내에 성공신화를 써갔다.

그에 따라 갈수록 무시무시한 권력이 생겼다.

 

역시나 정웅도 김주용처럼 반공투사가 되겠다며 정부를 지원하는데 앞장섰다.

설상가상으로 현재의 정부 방침과 뜻이 맞아서 한 지역을 박정웅이 주도하에 빨갱이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이라고 비밀리에 공문이 떨어졌다.

정웅의 말 한 마디에 멀쩡한 사람도 빨갱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태규는 점점 초조해졌다.

정웅이 빨갱이란 명목으로 대량 학살을 자행하여

구로다에게 제물로 바칠 속셈이 뻔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누굴 잡아서 제물로 바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태규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갈수록 초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웅은 암암리에 정치인 김아무개와 관청의 고위간부 장아무개,

그리고 몇몇의 신도들과 함께 지역을 통치할 규율 같은 것을 만들었다.

민주주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신흥 종교의 교주로서, 수완 좋은 사업가라는 명목으로 권력을 매수하여

한 지역을 통치한다는 것, 그리고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 한다는 것

결국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고 말았다.

 

요시, 우리에게 반대하는 녀석은 모두 빨갱이로 규정한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뭐를 하든

그저 잠자코 따라가면 된다며 동의했다. 혹시라도 동의하지 못한다고 하면

분명 불이익이 가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는 애초에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열렬히 지지한다고

나서는 작자들이 있었다. 그런 이들은 줄서기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지

완장을 하나씩 차며 그들만의 권력을 가졌다.

어느덧 그 지역에서는 정웅이 대통령 못지않은 권력을 누렸다.

 

태규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정웅은 지위를 이용하여 모든 걸 얻으려고 했다.

돈은 물론이고 신도들은 이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박정웅의 세상이었다.

밤마다 여대생을 불러 향락을 즐겼다. 좋은 옷에 비싼 술에 매일이 축제였다.

태규도 그 사이에 끼어 정웅의 동향을 살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재계 인사들과 술자리 중에

곳곳에서 사람들이 데모를 주모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부 노동자들은 박회장이 대한민국경제 발전을 위한 핑계로

사람들을 적은 임금으로 밤낮없이 굴렸다는 이유였고,

몇몇의 청년들과 지식인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도 안 되는 규율을 만들어

박정웅이 독재를 하는 것을 규탄한다며 삼삼오오 모였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심기가 불편 할 줄 알았던 정웅은

오히려 반가워하며 화색이 돌았다.

 

요시, 토벌이다, 건빠이!!!”

 

일제히 함께 자리에 앉았던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정웅의 말을 따라했다.

그리고 잔을 부딪치며 한 번에 술을 털어 마셨다.

태규는 불안해 졌다. 곧 엄청난 학살을 예감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정웅도 무고한 사람들의 시신을 제물로 바칠 심상이었다.

태규의 눈에 비친 정웅의 모습이 자꾸 죽은 아버지의 모습과 교차됐다.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번에 막지 못하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았다.

어떻게든 망령의 물건을 없애야만 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그곳까지 가서 없앨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태규는 정웅에게 투기에 관련 된 사항을

논할 것이 있다는 핑계로 찾아갔다.

대충 영남을 거점을 저렴한 땅을 지금 매입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정웅은 일리가 있다며 태규의 말에 동의했다.

 

역시 김부장, 우리 회사의 브레인이야...

내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지. 자네에게 부장이란 자리는 좁아.

앞으로 우리 회사를 직접 경영을 하시게. 곧 사장 취임식을 진행 할 걸세.”

 

그러나 태규는 정웅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망령의 물건이 어디에 있을지 궁금할 뿐이었다.

 

어허, 자네 표정을 보아하니...

사장 자리도 성이 안차나 보군. 내 자리를 줘야 하는 건가? 하하..”

 

태규는 그제야 감사한 척 고개를 숙였다.

바로 그때,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지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신도들이었다.

 

그래, 역시... 지하에 있었다...’

 

태규에게 불현 듯 망령의 물건을 없앨 묘수가 생각났다.

 

끝나지 않는 지배 8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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