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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돼지를 위해
게시물ID : panic_97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복날은간다(가입:2011-12-17 방문:780)
추천 : 90
조회수 : 5773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8/01/13 11: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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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관심사였던 경제 대국의 대통령 선거. 투표 결과가 집계되기 직전, 두 대통령 후보가 마지막으로 생방송 무대를 가졌다.

단상에 나란히 선 후보들을 향한 취재진의 첫 질문이 시작되려던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공간의 일그러짐이 일어난 것이다.

" 뭐야! "
" 어어어! "

후보와 취재진의 중간에서 일어난 그 현상은 현장을 혼비백산으로 만들었다. 베테랑 경호원들이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가고, 황급히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던 그때, 공간에서 무언가가 등장했다. 그것은, 책걸상을 두고 앉아있는 젊은 청년이었다.

" 아? "

당황한 모양새의 청년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급히 달려든 경호원들이 청년을 찍어누르자마자, 비명을 지르는 청년의 입에서 마구잡이로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 뭐예요?! 왜 이러세요?! 여긴 어디예요?! 이게 무슨 일이야?! 뭐야 여긴?! 진짜야 이거?! "

가벼운 옷차림의 청년에게 위험요소가 없다는 것은 빠르게 파악되었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는 '순간이동 현상'은, 이어진 청년의 한 마디로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 뭐야 이거 설마? 설마, 지금 2018년이에요?! 2118년이 아니고?! "

청년은 혹시 이곳이 영화 촬영장이냐며 믿을 수 없어 하다가, 자신은 테러범이 아니라며 놔달라고 소리쳤다. 자신은 100년 뒤의 세상에서 왔다며, 그 총을 빨리 치워달라며 기겁했다. 
청년의 등장이 등장이었던 만큼, 그 말을 마냥 무시할 순 없었다. 자세히 보면 책걸상의 디자인과 소재, 청년이 입고 있는 옷차림도 현재의 지구에서는 보기 힘든 느낌이었다.

이때까지도 생방송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며 전 세계에 송출되고 있었고, 용기 있는 한 취재진이 소리 높여 외쳤다.

" 한 번 얘기나 들어봅시다! 위험한 것 같지도 않은데! "

그의 말 덕분인지, 경호원들은 제압의 단계를 조금 낮췄다. 여전히 청년에게 총구는 겨눠지고 있었지만, 양손을 들고 제대로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청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말했다.

" 저는 대학생이고요! 방금까지 도서관에서 혼자 리포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이 번쩍하더니, 이렇게 된 겁니다! 아, 제가 사는 곳은 2118년이고요, 만약 여기가 정말로 2018년이라면 저는 100년 뒤의 미래에서 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
" 그게 정말입니까? 어떻게 미래에서 왔다는 겁니까? 미래에는 타임머신이 개발되었습니까? "

취재진의 질문에 청년은 크게 고개를 저었다.

" 타임머신이요? 설마요!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죠! 2118년에 타임머신 같은 건 없어요! 저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
" 2118년 이란 건, 정말입니까?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

청년은 급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 지금 대통령 선거 날이죠? 오늘은 역사적으로 아주 유명해요! 동 시간대에 아주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죠! "
" 그게 뭡니까? "
" 최초로 지구 밖의 생명체가 확인된 날입니다! 오늘 밤 발표가 있을 거예요! "
" 지구 밖의 생명체? 우주? "

그것은 확실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한쪽에서는 급히 어딘가로 연락을 하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 아직 투표 집계가 안 됐나요? 선거 결과도 말씀드릴까요? "

청년은 정확한 비율까지 술술 털어놓았고, 그 결과는 얼마 안 가 사실로 판명되었다. 실제로 청년이 미래에서 왔다는 게 증명된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당선이라는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그 인사는 짧았고, 생방송의 포커스는 청년에게로 맞춰졌다. 그리고 청년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갑자기 번쩍 소리쳤다!

" 아! 제가 왜 이곳으로 보내졌는지 알 것 같아요! 인류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 거구나! "
" 선택? 어떤? "
" 지금 당장 한 아기를 죽이지 않으면, 멸종해요! "

청년의 입에서 다급하게 튀어나온 멸종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 멸종?! 인류가 멸종한다는 말입니까? "
" 아! 아니요! "

청년은 고개를 흔들었다.

" 돼지가 멸종해요! 100년 후의 세상에는 돼지가 없어요! "
" 아~ 돼지 "
" 돼지? "

사람들은 안심하면서도 놀랐다. 세상에 돼지가 없다니?
청년은 자신과 함께 왔던 책걸상으로 향하며 말했다.

" 제가 쓰고 있던 리포트가 돼지의 멸종에 관한 리포트였어요. 2018년에 태어난 한 아이의 특수한 체질이 바이러스를 퍼트리게 되고, 그로 인해 지구상에서 돼지가 멸종하고 말았어요. 그 아이를 지금 당장 죽인다면, 인류는 돼지의 멸종을 막을 수 있어요! "

청년은 책걸상에서 집어 든 리포트를 흔들며 소리쳤다.

" 시간이 없어요! 미래에는 돼지가 없다고요! 2018년에 흔하게 즐기던 삼겹살, 족발, 베이컨 이런 게 다 전설 속에서나 전해진다고요 여기는! 그러니까 그 아이를 지금 당장 죽이면, 엇? 어어어-? "

말을 하던 청년의 몸이 거세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어떻게 하기도 전에, 청년이 왔을 때처럼 공간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 이런! "
" 아! "

청년과 책걸상이 사라진 자리, 청년이 흔들던 리포트가 팔락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급히 관계자가 리포트를 회수했다.
생방송은 급작스럽게 종료되었고, 동시에 전 세상의 모든 뉴스가 이 사태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 2118년에서 온 남자! 예언! ]
[ 충격! 돼지의 멸종! ]
[ 돼지를 멸종시킬 아기는 어디에? ]

그날 밤, 나사에서 우주 생물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발표가 나오며 사태는 정점을 찍었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돼지의 멸종에 관해 떠들었다. 세상에 하나의 화두가 던져졌다.

돼지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인간 하나를 죽여야 하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겨우 돼지 때문에 어떻게 사람을 죽여? "
"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존엄성이 있지! "
" 입장 바꿔서 누가 나보고 죽으라고 하면 절대 못 죽지. 인류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 돼진데. "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 돼지가 멸종된다면 인류가 입을 피해는 상상 이상입니다. 그로 인해서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겁니다. "
" 당장 우리 생활에 돼지가 쓰이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말입니다. 화장품 재료에도 돼지가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
" 돼지가 사라지면 농가가 망하고, 정육이 망하고, 식당이 망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그 사람들의 생계는 중요하지 않습니까? "

여론은 복잡했다. '어떤 이유에서도 인간을 희생시킬 순 없다'는 얘기는 순진한 원론이었고, 당장이라도 그 아이를 찾아 죽여야 한다는 거센말들이 점점 늘어났다.
굳이 축산업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그랬다.

" 솔직히 돼지가 없는 세상은 상상이 안 가는데. 삼겹살 없이 소주를 뭐랑 먹나. "
" 당연히 희생해야지! 하루에도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깟 한 명 더 느는 게 뭐라고 난리지. "
" 한 종의 멸종 vs 인간 하나. 어느 쪽이 더 무게가 있는지는 뻔하지. "
" 이 논란 자체가 좀 되게 인간의 이기심이네. 돼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한 거 아닌가? 돼지를 위해서라도 뭐 "

사실상, '현실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보면 정답은 하나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언론에서도 대놓고 공식적인 살인을 말할 순 없었다. 도덕적이지 않으니까. 옳은 반대는, 정말 옳으니까. 

현실적으로 어떠할지는 몰라도, 여전히 찬반의 모양새는 남아 있었다. 한데 그때, 정부의 공식 뉴스가 나왔다.

[ 미래 리포트에 나오는 '그 아이'를 찾아냈습니다. 현재 보육원에 있는 것으로 밝혀진 그 아이는-. . . ]

그 아이가 고아라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를 안심을 느끼게 했다. 뒤늦게 자각하고 놀랐을지 모르더라도 말이다.

언론에는 아이를 두고 여러 가지 방안이 나왔다. 미리 조사를 해서 치료해보자던가, 완전히 격리해서 키워보자든가, 우주 정거장에서 생활하게 하자라든가...그러나 결국, 결론은 하나로 보였다. 인류에게는 시간도 없었고, 정답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음이 있을 뿐이었다.

.
.
.

세계 어딘가의 한 축사에서 공간이 흔들렸다. 그곳에서 갑자기 나타난 돼지 한 마리는, 놀란 다른 돼지들을 향해 울었다.

꿀꿀꿀! 꿀꿀! 꿀꿀꿀! 꿀꿀! 꿀꿀! 꿀꿀꿀! 꿀꿀!  (난 미래에서 왔다! 당장 저 아기 돼지를 죽이지 않으면, 그 후손이 인간이란 종을 멸종시킬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돼지들은,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꿀꿀! (이 아기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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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아니라, 책 소개입니다. 이번에 나온 제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aladin.kr/p/kUjok <회색인간>
http://aladin.kr/p/VUjKa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http://aladin.kr/p/AUjoJ <13일의 김남우>

그리고 정말 죄송한 부탁을 드리자면; 시간이 남으실 때 제 책에 대한 서평이나 평점을 남겨주시거나, 주변 도서관에 제 책을 신청해주신다면 정말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귀찮지 않게, 시간이 남으실 때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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