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식물2

대학에 들어간 남자는 전공으로 식물학과를 택했다. 이때 남자는 식물이었던 기억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고 인간으로서 열심히

살았다. 그는 식물에 대해 공부하면서 식물들이 다른 생물체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식물들은 계절이 바뀌면

스스로 꽃을 피우고 지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냈고 끊임없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른 생물체

들이 몸통에 올라와서 열매를 따먹거나 잠을 자기도 한다. 남자는 식물이었던 때의 기억을 약간 떠올려 보았다. 아주

희미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당시 그는 교과서에 나온 식물의 활동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본인이 식물이었을 때

꽃이라는 것이 피고 열매라는 것이 나고 또 그것을 다른 생물체가 가져가거나 먹거나 하는 줄도 몰랐고 산소를 만들어 내는

사실도 몰랐다. 그가 식물이었을 때 수백 년이라는 엄청난 시간 동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주 단순한 정보 하나였다.

남자는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인간으로 살다 보니 시간의 개념을 아주 명확하게 가지게 되었는데, 식물들은 보통 동물들

보다 5배 이상 오래 산다. 불에 타거나 물에 휩싸이는 등 불가피한 위험이 없다면 식물의 수명은 매우 길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자기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일체 알지 못하고 단 한 가지의 정보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매우 궁금했다.

그는 연구를 시작했다
.

어느 날 그는 집안의 화초가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남자는 화초가 불쌍하여 화초에 영양제와 좋은 흙을 주었고 빛이

잘 보이게 했으나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남자는 죽어가는 화초에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그때 남자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아주 익숙한 뭔가였다. 남자는 화초에 다가가 이번에는 소리 내어 화초에

말을 걸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남자의 머릿속에 똑같은 뭔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아주 미묘한 느낌이었다. 화초를 보고 사람으로서 느끼는 연민 슬픔 등의 것이 아니었다.

또한 예전의 기억을 토대로 뭔가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 상황과는 무관한 뭔가를 인지하였다. 남자는 자신의 연구와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아 화초를 연구했다.

시간이 지나자 화초는 결국 죽어버렸다.

화초가 죽을 때까지 연구를 한 남자는 한 가지를 알아냈다.

화초는 남자의 말에 반응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남자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화초가 가지고 있는 어떤 생각을 읽게 된 것이다.

남자는 이것을 본인이 이전 생에 식물이어서 화초의 속을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남자는 진짜 이유를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똑같은 것이었다.

화초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인지하고 있었던 한 가지 정보와 남자가 예전에 식물이었을 때

수백 년간 가지고 있었던 한 가지의 정보가....

남자는 진실을 알고 엄청난 희열감을 느꼈다. 이것은 인류의 식물학에 엄청난 발견이다.

학회에서 별것도 아닌 연구결과를 발표해 교수직에 오른 인간들을 놀라게 할, 세상을 놀라게 할 엄청난

발견인 것이다.

남자는 연구를 계속했다. 비록 화초는 죽었지만 남자는 화초로부터 느낀 그 이상한 느낌을 몸으로 기억했다.

남자는 새벽까지 연구를 하다 잠에 들었다.

눈을 뜬 남자는 자신이 어떤 숲에 있음을 알아챘다.

그런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말도 할 수 없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 익숙한 뭔가였다.

남자는 본인이 이전 생애 식물이었던 때를 꿈꾸고 있었다. 남자가 이 사실을 깨닫자 갑자기 화초로부터 받은

그 이상한 느낌을 다시 받았다. 아주 강력했다.

말로 표현은 못하지만 뭔지 감이 왔다. 자신은 이전에 식물이었기에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꿈에서 깼다.

그는 바로 일어나 여러 가지를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