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홍도령의 진실 - 하
게시물ID : panic_977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깨동e
추천 : 18
조회수 : 157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1/18 20:29:17
옵션
  • 창작글
갑분이를 시작으로 한 비극은, 조선팔도 처자들 씨를 말려버리겠단 기세로 매일같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디.

어느날은 우물터에서, 또 어떤날은 빨래터에서, 또 어떤날은 동구밖에서 얼굴이 시퍼렇게 휘딱 뒤집어져 눈도 채 못감고 그리 발견되는디.

아랫마을 말순이, 윗마을 꽃분이 찌끄먼 얼라부텀 시작혀서, 다 늙은 노인네까지. 아주 그냥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대상은, 젊고 어린 처자가 아니라, 일단 치마만 두르고 밤에 나갔다 허면 다음날 그리 되었건기야.

*

두레촌이 발칵 뒤집히게 된건, 귀하디 귀한 최진사댁 고명딸 담비아씨의 실종사건 때문이었어라.

부처님전에 빌러간다 실헌 노비놈 두놈 붙여 밤에 길 내세웠건만, 노비놈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담비아씨가 타고 갔던 빈가마만 휑 하니 부처님전 가는 길목만 지키고 있더라는 것이여.

두레촌은 일대 아수라장이 되었고, 이 한 마리조차 놓치지 않겠다는듯 온동네가 발칵 뒤집어져 수색까지 벌어지는 소동이 일어나도 담비아씨 터래기 하나 발견 안되더라 이거였어라.

"그럼 그동안 왜 안잡아 들였다?"

"어이구. 나랏님 일 바쁘신데 우리겉은 천것들 끄장 신경 써주실수 있간디?"

"사람 목숨에 천것이 어딨고, 귀헌것이 어딨댜. 애초에 딱하니 그놈 잡아 경을 치뤘으면 이런일도 안벌어질거 아닌..."

"어이고, 어디가서 경을 치룰 말 말어. 꽃순네는 그 주댕이로 경을 치루겄어."

오늘도 빨래터 아낙들의 수다로 시간이 갈줄 모르는디, 그띠 빨래터 물길따라 뭐시 허연기 둥둥둥 떠내려 오는지라.

"어이구. 저게 뭐시당게?"

제일 먼저 발견한건, 곱단이 어매였어라. 꽃순어매가 빨래방맹이로 이리이리 그 허여멀건한 그걸 건져 보는디.

"아이고매야. 아이고매야."

온동네 아낙들이 기절초풍 혼비백산. 아이고 이를 어찔꺼나, 부처님전 빌러간다 맴씨 좋은 우리 담비아씨 손구락이 발견된거 아니여?

빨래터를 사내놈 거시기 잡듯 떡하니 잡아서, 이 잡듯 뒤졌댜. 반나절만에 부처님전 빌러간다 길나선 우리 담비아씨 온몸이 생선 토막치듯 탕탕 토막쳐져 그리 발견되었는디, 그기 조선 최초의 토막살인사건이다. 이거지라.

*

"아, 그려 관아에서도 난리가 났다지비?"

"똘막이 자네는, 가만히 좀 듣고 있어."

뜨끈한 국밥 한그릇씩을 앞에두고 봇짐 짊어진 사내들의 수다판이 질펀허게 벌어지고 있는디.

"안녕하십니까."

말쑥하게 채려입은 허여멀건헌 사내한놈이 거기 끼어 들더란기여. 

"자넨 누구신가?"

"아랫마을 홍도령이라고 합니다. 과거시험 보러 한양 가는길에, 본의아니게 이야길 듣게 되어서..."

"막돌이 자네. 이야기 계속 해보드라고."

얼큰허니 술이 올라, 시뻘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돌쇠가 이야기를 재촉하는지라.

하여튼간에, 이야기는 그리 계속 이 어지는디, 그기 수인사 시작혀서 소금쟁이들허고, 홍도령이 한양으로 길 떠난지 얼마안되 일어난 일이었지라.

주막을 찾지 못헌날에는 하늘을 이불삼고 땅을 비게삼아 그리 몇날몇일 걸었으니께.

거기가 아마 말똥고개 넘어갈띠. 그띠였을겨. 소금장수 박씨가 밤에 잠을 자는디, 옆에 자고 있던 홍도령이 안보이더라는거지.

"어이고, 그래서?"

"아이고. 말좀 끊지말고 좀 들어보시라니께!"

뒷간도 마렵고 해서, 살째기 뒷간에 볼일보러 나가는디, 아니 똥수간에서 뭐가 낑낑 똥매려운 강아지 소리가 나더라 이거여!

이기 처음엔 바둑이새끼 똥수간에 빠졌구나 싶어서, 주모를 깨웠지비. 작대기를 들고 똥수간 똥통을 휘휘 젓어보는디, 그기 느낌이 다르더라는기여.

주막이 휘딱 뒤집어졌지. 결국 관아에서 사람이 나와 똥수간에 똥을 다 퍼내고 발견한기, 거기 말똥마을 막단이었지라. 똥독에 올라 달포하고 사흘을 앓고 깨꼬닥 했다지라?

홍도령은, 그 이후로 머리털 하나 못찾겠더란거지. 

그렇게 홍도령이 사라지고 난 이후 어느날은 호랭고개, 또 어떤날은 진달래촌에서 또 어떤날은 그렇게 한양가는길 쭉 따라 그냥 계속 그러는기여.

*

조선팔도에 나랏님말곤 다 알던 이야기가 결국 나랏님 귀에 들어가고, 궐이 발칵 뒤집어 졌다지? 그기 아마, 96번째 사건이 벌어진 날이었을기여.

"짐은, 허수아비인가?"

머리를 조아린채 납작 엎드린 신하들을 한심하다는듯 용상에 앉은 왕이 질책하고 있었다.

"내 나라, 내 국민들일세. 일이 이렇게 진전되기까지 자네들은 도ㄸ체 무엇을. 왜!"

"국가에 법도가 그러한지라..."

"언제까지 법도와 이치를 따져가며, 그리 할겐가. 천민으로 태어났으면 평생을 천민으로 살다 가축처럼 죽어도 된다는 말인가?"

"황공하옵니다. 마마."

"달포내로 당장 잡아들이게, 그렇지 못하다면 내 달포 후 자네들 경을 칠것이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마"

*

하여간 한양으로 가는 길목길목마다, 아녀자들은 밤길 나서길 자제하란 방이 내붙었다지? 그리해도 꼭! 청개구리같은 아들이 있긴있었나비라. 

그렇게 꼭 99번을 채우고, 한양가는 마지막 길목 둘막고개서 일어난 일이여.

"사또, 왜 아직도 안 주무시는 겝니까."

"오늘은 이상하게 잠이 안오네. 자네는 무슨연유로 아직도 퇴청을 아니했던가."

"그게 관아 곳간 장부정리를 좀 하느라 퇴청이 늦었사옵니다."

아니 글씨, 다른데선 소문이 퍼지면 자기 앞길 막힐까봐 다들 이 사건을 쉬쉬 허고 묻어버리려는디 둘막고개 사또님은 또 그게 아니였던기여.

"달밤이 참 밝구려, 간만에 동네 시찰을 한번 다녀올까 하는데. 자네생각은 어떠하신가?"


*


쥐 죽은듯 조용한 동네어귀. 이웃마을 잔치집 품을 팔고 얻은 잔치음식을 머리에다 이고 바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막단이. 

고기 먹고 싶다고 울던 동생 생각에 맴이 급해서 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그 뒤를 살금살금 밟고 있는 허여멀건한 사내 하나가 맹수가 사냥감을 훽하니 낚아채듯, 낚아 채더란기여.

그렇게 막단이를 낚아채 어디론가로 어디론가로 그냥 질질 끗고가는디,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반항도 못하고 정신을 놓고 그리 질질 끌려 가더라는기여.

때 마침 동네 시찰 마치고, 관아로 복귀하려던 사또가 그걸 보게 된거지.

"자리에 서라!"

허여멀건한 사내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배시시 번지기 시작했다.

*

"아이고, 그래서 그 뒤는 어찌 되었단가?"

아무리 뭔 심이 좋아도 칼든 사내 둘이랑 붙어 이기긴 힘들지라.

그리 조선 팔도를 뒤흔든, 희대의 살인꾼 홍도령 이야길세. 이게 후세말론 사이코패스라던가?

아, 그 이후론 어찌 되었냐고? 홍도령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이걸 있는 그대로 후세에 알리면 낯부끄럽다 하여 거짓말을 좀 섞었지라.

"병든 노모 살리려고, 빌고 빌었는디 산신령이 그러더랴, 흰개 백마리 잡아 맥이면 느거매 산다고.

근디 개한마리는 커녕 개뿔도 살돈이 없는 홍도령이 시름에 빠져 앓는디,

산신령이 호랭이로 변하는 주문을 알려주더랴, 호랭이로 변해 흰개 도둑질하다가 마지막 100마리째 잡아 맥이려고 하던 그날

주문을 잃어버려 평생 호랭이로 살아야 했던 효성 깊은 홍도령이라고.

아, 막단이는 어찌 되었냐고?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을 놨댜. 없는 살림에 그리 되니, 그를 사또께서 안쓰럽게 여겨서 막단이네에 매달 쌀 열됫박, 보리쌀 스무됫박 곳간서 내주는디 그걸로 묵고 사는거지. 뭐."


----

조선설화 이런거 읽어보고 있는데,
뭔가 구어체로 문체를 바꿔보면 어떨까 싶어
마지막 마무리는 구어체로 바꿔봤어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