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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맛집
게시물ID : panic_980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런
추천 : 10
조회수 : 21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02 10: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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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당신의 가게를 맛집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오늘로 개업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개업당시는 사람이 붐비다 못해 대기하는 사람까지 생기곤 했다.

그로 인해 민원도 자주 들어왔고, 비록 잦은 민원에 짜증은 났지만 그 피로감과 행복감은 늘 반비례였다.


TV에 우리 집이 맛집으로 선정 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네에서 꽤 잘나가던,

블로그나 SNS로 알아서 술술 퍼져나가던 그런 집이었다.


맛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릴 취재하러 왔고

우리 집의 주 메뉴인 탕수육 레시피를 몹시 궁금해 했다.


창고 한켠에 있던 한약재와 몸에 좋아보이는건 뭐든지 때려넣어서

평소보다 더 과하고 멋지게 만들어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는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탕수육이란 이름하에

문정성시를 이뤘다.



또 다른 TV프로그램이 우리를 비추기전까진 말이다.

TV로 흥한자 TV로 망한다고 하던가.



위생이 어쩌고저쩌고.. 우리가게는 처절하게 털렸다.

약 2개월여 간의 영업정지기간 동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깨끗하다고 늘 자부하고 있었지만

주방장이 종종 뒤로 나가서 담배를 피고 발로끄던게 화근이었다.


결국 오염도가 높아서 영업정지가 되었지만 주방장을 탓할 순 없었다.


웃으면서 다시 힘내보자고 외쳤지만 주방장은 돌연 일을 관두겠다고 해버렸다.



떠나가는 이를 어찌 붙잡을까.


가는 이에게 월급과 더불어 퇴직금과 함께 미처 챙겨주지 못했던 위로금까지 건네어가며 다음을 기약했다.


오픈을 하루 앞두고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던 나는 문득 독특한 플랜카드를 보았다.



-당신의 가게를 맛집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빨간글씨로 적힌 궁서체의 큰 현수막 아래엔 휴대폰 번호가 자그마하게 써져있었다.




'또 보나마나 바이럴마케팅 따위로 돈이나 받으려 하겠지..'

그래도....한번 가볼까?



플랜카드에 적힌 전화번호를 재빠르게 눌렀다.


벨소리가 두어번 울리자마자 친절한 여성의 목소리로 화답했고 곧 나에게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문자가 찍혀진 주소지로 가니 적막함이 감도는 골목길 끝 쪽 우측에 작은 유리문이 하나 보였다.


창고로 써도 무방할 수준의 건물이었다.


사람의 왕래가 많이 없는 건지.. 문을 열고 닫음에 끼기긱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사무실에 앉아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아, 전화주고 오신 분이시죠? 앉으십시오."


한눈에 봐도 허름해 보이는 -갈색으로 된 쇼파는 여기저기 가죽이 찢어지고 늘 앉는곳은 푹 패어 보이기까지 했다.- 쇼파를 가리키며

나에게 무엇 마실 거냐고 물어보았다.


아무거나 달라고 한 뒤 나는 자리에 앉아 초조하게 그를 지켜봤다.


책상에서 이런 저런 서류를 빼고, 손에는 리모컨과 밀가루 봉지를 갖고 나에게 다가왔다.








내 가게는 다시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었다.


사람들은 신들린 듯이 음식을 먹어치웠고, 이젠 내가 주방장이 되어 손님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내가 개발한 특제 소스는 이전과는 확연이 달랐다.



하지만 손님들이 많아진 탓에 쉴틈없이 움직여온 내 몸은 여기저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즈음 나는 아르바이트생을 한명 고용했고, 자잘한 일들부터 시켜나갔다.


특제소스만큼은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절대 손을 대지 못하도록 신신당부했다.




단체손님 30명의 예약이 잡혔다.

일이 꼬이려면 또 이렇게 꼬이나 싶게도, 홀 서빙 직원이 잠수를 타버렸다.


나는 결국 주방과 홀을 왔다 갔다 하며 직접 음식을 날랐고,

아르바이트생은 내가 하던 일의 보조를 넘어 직접 조리까지 하게 되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특제소스만큼은 반드시 내 손을 거쳐야 했다만.. 오늘은 도저히 눈코 뜰세 없이 바쁘다보니 

내가 반쯤 완성시켜놓은 소스를 가리키며


"거기 왼쪽 케찹통에 들어있는 가루 한 숟갈 넣어."라고 멀리서 외쳤다.

아르바이트생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는걸 듣고 

소스에 추가 데코를 하고 통에 담아 갓 튀겨진 탕수육과 함께 가져나갔다.


5분도 되지 않아 비명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있던 60대 손님이 젓가락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여기까지 입니다."


"햐~ 이사람보게. 사람이 죽을 뻔했습니다!! 고작 그딴 얘기로 합리화하지 말고!!"

-죄송합니다만....저도 정말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그 마케팅업체가 주의사항 몇 가지만 알려주고.. 이 주소를....
저는 정말 요리밖에 한게 없고 의심이 가는건 그 뿐입니다.


"아니!! 그럼 그 주소지에 그 가게가 있어야 될 거 아닙니까."

-여기 찍혀진 주소대로 갔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하물며 그 사람이 그런 가루를 줬다고 그걸 믿고 씁니까?"

-저도 의심은 됐습니다만... 정말 장사가 잘되니 저도 모르게 그만...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나는 빠짐없이 전부 실토했다.


내가 받았던 문자의 주소지를 토대로 경찰은 이미 다녀온 뒤였다.


허름했던 가게 안은 이미 모든 짐이 빠져나간 뒤였고, 내가 들었던 설명들은 모두 내 상상쯤으로 치부해버리고 있었다.


나는 분명 설명과 함께 밑져야 본전이라며 금액을 지불했었다...







"이게.. 나노칩이라는건데... 여기 이 리모컨을 드릴게요. 리모컨이 본체역할입니다. 패턴은 단순해요.
초록색 버튼. 이걸 누르면 5분마다 한 번씩 반경 5km내에 칩을 먹은 사람에게 신호가 가요.
그 신호를 받으면.....귀소본능알죠? 꼭 그것처럼 뇌에다 신호를 전송해요, 이쪽으로 가야한다. 라는 식으로요.
빨간 버튼은 정지버튼이니까, 꼭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걸 누르셔야 됩니다."


내 앞에 놓인 리모컨 한 개와 나노 칩이라고 말하는...500g 사이즈의 가루 한 봉지를 건네받았다.


"나노 칩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그냥 신호를 일정주기마다 리모컨으로 쏘아대요. 칩은 몇 개를 먹어도 상관은 없는데, 이게 아무래도
주파수를 쏘는거다보니까 다량으로 먹어서 좋을 건 없으니, 아껴서 조금씩 티스푼으로 음식에 투입 해봐요.
이틀정도는 열심히 신호를 보낼 건데, 그 뒤로는 액체 같은 것엔 녹아서 없어지니까 뭘 먹었는지도 몰라요.
가급적 5km내에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 가게를 차리시고 요 가루를 음식에 투입하다보면 배고픈 시간대에 사람들이 모여들거에요."





그리고 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케찹통에 들어있는 가루를 넣으라 지시했으나

아르바이트생은 어떤 통인지 제대로 듣지 못하고 항상 뒤에서 '내가 가장 조심스럽게 다루고 감춰놓는' 그 가루를 꺼내서

골탕이나 먹어보란 식으로 한숟갈 크게 퍼서 집어넣었다.



공교롭게도 내 음식을 먹은 환자는 인공심장을 이식한 환자였고

내가 리모컨을 찾으러 갈 시간도 없이 그 손님은 심장의 오작동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뒤였다.








경찰은 피의자 아무개씨의 진술을 토대로 조서를 꾸려나갔으나,

부검 진행에서 유가족들의 맹렬한 거부로 인한 증거불충분.

피의자의 일관된 진술. 조사과정에서도 딱히 식중독과도 결부 짓기 어려워

조사는 진전이 없었다.


신문의 1면을 장식할 뻔도 했던 이 사건은 결국 흐지부지하게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마무리 지어져버렸고


다른 기사만이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oo대학병원. 인공장기 메커니즘이 담긴 연구기록 일부 유출로 당혹"
"유출은 시인. 내용은 지극히 일부. 중요한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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