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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 이야기 2
게시물ID : panic_980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리마리
추천 : 34
조회수 : 18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08 10:15:49

별거 아닌 이야기지만 마무리는 지어야하기에 남은 내용 들고 왔습니다.


길고 대단한건 아니어서 이번 게시글로 끝날 듯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럼 다시 엄마의 시점으로 이어가겠습니다!





2. 두번째 이야기


지난 게시글의 첫번째 이야기처럼 난리가 난 후로 시간이 좀 흘렀다.


나는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이모할머니(확실하게 맞는지는 모르겠어요.집성촌에 계셔서 먼 친척같았고 호칭을 뭐라 하셨는데 기억이 안남)를 만나러 갔다.


사는 이야기를 하다 문득 포크레인 삽에 타고 있던 여자에 대해 생각나서 오래 전에 이런 꿈을 꾸었다고 말을 했다.

엄마는 갓난아기인 자신을 버려두고 집을 나간 할머니에 대해 일말의 애착도 없어서 대화를 피하는 모습을 항상 보였기 때문에 꿈 내용은 엄마를 의식해서 이야기를 안했다.


그냥 꿈속에서 '옥색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빨간 댕기를 넣어 쪽진 머리를 하고 얼굴이 이러저러하게 생긴 여자가 나왔다'라고만 말했더니 그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가 하는 말이 "얘 그거 네 할머니야"



이모할머니가 10살?13살?이렇게 어린 나이에 내 할머니를 봤던 적이 있는데 거의 항상 옥색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차림이었다고 한다.

빨간 댕기를 섞어서 쪽진 머리를 하는 것은 양반집 출신이 그렇게 한다며, 얼굴에 대한 묘사를 들으니 딱 네 할머니라고 말해준 것이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옛날 이야기 쪽으로 흘러갔고 나는 이모할머니에게서 우리 집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 옛날 이야기

엄마의 아버지를 전쟁이 나기 전 외국 유학도 보낼 정도의 지역의 유지라 그런지 유전인지 뭔지, 역시나 바깥 살림도 몇채 두었던것 같은데...


그 옛날에 엄마의 집안 어르신들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

그러자 묘자리를 알아본다고 지관(풍수지리를 연구하고 집터,묘 자리를 알아보는 사람)을 불러서 알아보게 하는데 당시에 지관을 얕잡아보고 천하다고 무시하는 태도가 있었던 것 같다.


지관은 묘자리 알아보라고 부르니 왔는데 본처가 낳은 자식들이 지관을 무시하면서 두들겨 패면서 우롱을 했다고 한다.

지관이 묘 자리를 알아봐주긴 했는데 당한 핍박에 본처가 후처에 억눌리게끔 자리를 봐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선 "100년은 본처가 후처보다 못하게 살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 당시에 마을을 떠들석하게 한 사건이어서 마을의 어르신들은 다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라고 한다.



어린 시절에 얼핏 들어서 희미한 기억에 남은 정도인,설화같이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고 엄마 쪽의 일이니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여겼다.

우리 엄마며 엄마의 자식들보다 두번째 할머니가 낳은 배다른 이모,삼촌들이 더 법조계며 고위공무원이며 외국 유학이며 잘 살고 있긴 하지만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시집도 가고 하다보면 후처라는 것이 더더욱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이게 웬걸?

살다보니 상관이 없는게 아니었다.


큰언니가 결혼한다고 데리고 온 형부도 후처(정확하게 말하면 아들 본다고 씨받이)가 낳은 사람.

둘째 언니가 결혼한다고 데리고 온 형부의 어머니도 후처.

동생이 결혼한다고 데리고 온 여자의 어머니도 후처(이혼 후 재혼).


내 시어머니는 본처였지만 아주버님의 아내 되는 형님도 후처, 남편 동생의 처가도 후처.

결혼하고나서 처음 세들어 살던 집주인도 후처, 그 후에 다른 집으로 이사가서 세들어 살던 주인도 후처,심지어 이웃집도 후처.


어떻게 나와 연을 맺은 주변의 사람들이 다 이혼이나 재혼이나 사별이나 뭐든 두,세번째 부인이었던 것.


기가 막힐 노릇이다.



4.마지막 이야기

이모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이야기했던 이후로 몇년이 지난 무렵 자다가 꿈을 꾸었다.


꿈 속에 나는 좀 낯선 한옥집의 방에 앉아있었는데 어딘가에서 두런두런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들어보니 내가 앉은 방의 미닫이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였다.


문에 가까이 다가앉아 귀를 기울여보니 낯설지 않은 목소리고,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것 처럼 조용조용한 어조라 나는 살짝 문을 열어서 내다보았다.


흰 소복을 입은 두 여자가 등잔불을 켜놓고 마주 앉아있었는데 두분 다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나의 외가의 어르신과 친가의 어르신이었는데 두분 다 인품이 좋으셔서 누가 실수해도 소리높이는 일 없이 찬찬히 타이르고 화내는 일도 없이 사람을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어린 내가 정말 좋아하던 집안의 어르신들이셨다.


그 두분이 마주보고 앉아서 담소를 나누시다가 문득 하시는 말씀.


"이제 10년 남았네"


"응 잘됐네 잘됐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잠에서 깨었는데 집안의 어르신들이 나와 그런 말씀을 하시니...대체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10년. 10년 뒤면 옛 이야기에서 지관이 말했던 100년이 끝나는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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