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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죽음의 잡주
게시물ID : panic_981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원(가입:2018-03-08 방문:19)
추천 : 21
조회수 : 231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3/08 21: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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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K기업의 주식이 반토막 났을 때 윤식은 이거는 신이 내려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K기업은 미래에 가장 가능성이 많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리 크지는 않지만 실제 성과도 있었다. K기업 그야말로 앞으로 촉망받는 갓주이자 돈이 열리는 돈나무였다. K기업의 주식을 살펴보기 시작한지 어연 1, 윤식은 K기업의 주식이 언제 떨어지려나 저 밑의 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미국의 주가 폭락과 함께 K기업의 주식도 같이 폭락했고 윤식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장 윤식이 가지고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윤식이 보유한 여러 잡주들을 팔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은 1500여만 원 정도였다. 반등해서 주가가 제 위치에 오르면 1500만 원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에 겨우 1500만원 번다고? 1억은 넣어야한다고 윤식은 생각했다. 1억을 넣고 1억 벌기. 아니, 1억 이상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윤식은 이제 갓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 하며 아끼고 아껴 모은 400만원으로 시작한 돈이 1500만 원까지 간 것도 대단한 성공이었지만 사람 욕심이야 다 그렇지 않은가? 결국 윤식은 K기업에 1억을 넣기로 하고 모자란 8500만 원은 대출 받기로 하였다. 윤식은 잘 아는 지인이 소개해준 대부업체에서 8500만원을 이자 연 24%에 빌렸다. 연이자 24%면 한달에 170만원을 갚아야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윤식은 확신했다. 두 달 안으로 주가는 회복 할 거라고... 두달치 이자 340만원은 앞으로 벌게 될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죄다 주식에 쏟아 부은 날 윤식은 꿈을 꾸었다. 알 속에 고이 잠들어 있다가 바깥세상이 밝아 오자 알을 깨고 나오는 꿈. 알을 깨고 나오자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보였고 윤식은 삐약 삐약 울었다. 삐약 삐약?

 

꿈에서 깬 윤식은 수탉이 아니라 병아리 꿈을 꿈게 왠지 불쾌했다. 시간을 보니 아침 9시가 조금 넘었다. 막 주식장이 열린 터였다. 얼마나 올랐을까? 윤식은 핸드폰을 켜고 K기업의 주식을 확인했다. 주식은 500원 단위로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왔다갔다 했다.

 

괜찮아. 기존 주주들이 패닉해서 그래. 곧 있으면 개미주주들이 엄청 몰리기 시작 할 거야.’

 

윤식이 생각했다. 마침 그날은 일이 없던 날이라 윤식은 다시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면 좀 괜찮겠지.

 

일어나니 11시 반이었다. 윤식은 주식을 확인하고픈 맘을 억지로 돌리고 목욕부터 하였다. 그리고는 점심을 먹었다. 왠지 기분이 좋아진 윤식은 스마트폰을 켜고 주식을 확인했다. 윤식은 주가 135000원에 1억을 넣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주가는 3만 원이 떨어졌다. 대폭락이었다. 뉴욕의 증시도 폭락했고 국내의 유수한 기업들의 주식도 폭락했다. 몇몇 주식 전문가들은 버블이 터졌다며 경고하는 기사들이 뉴스를 통해 터져나왔다. 윤식은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어제 135000원 짜리 주식을 740주나 샀다. 그리고 지금 2230만원의 손실이 났다. 목덜미가 서늘했다. 그 날 윤식은 집안에 줄이란 줄은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다 치워버렸다. 심지어 하나밖에 없는 넥타이까지도. 언제 목을 메달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윤식은 그날 떨칠수 없는 절망감과 공포를 소주 5병으로 잠재웠다.

 

다음날 지독한 숙취와 함께 윤식은 잠에서 깼다. 스마트폰을 켜고 주식을 확인해야했지만 두려워 켜지 못했다. 일도 나가지 않았다. 오후 4시 주식장이 마감 될 때까지 소주만 죽어라 마셨다.

 

4시가 지나고 주식 장이 마감되었다. 윤식은 이미 소주 3병을 마신 상황이었다. 윤식은 주가를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확인해야 했다. 자기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다행이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주가는 회복세를 보여 윤식이 샀던 가격인 135000원 보다 5000원 아래인 13만원까지 회복했다. 개미주주들의 강보합이 윤식을 지하 밑바닥에서 끌어 올린것이었다. 윤식은 자신이 산 가격까지 오르면 다시 되팔고 빛부터 갚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세상은 윤식을 외면했다. 다음날 주식은 더욱 떨어졌다. 관련 기사에는 K기업의 최대주주 한명이 자신의 주식 40%를 매각했다고 나왔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도 덩달아 오르며 주가를 더욱 떨어트렸고 그렇게 엄청난 희생을 만들고는 장시장은 마감했다. 윤식은 소주 한 박스를 들고 집에 왔다.

 

일주일이 지났다.K기업의 주식은 회복과 폭락을 왔다갔다하며 붕괴직전인 윤식의 정신을 광기로 내몰았다. 술 때문이었을까? 윤식은 점점 폭력적인 성향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일도 나가지 않았다. 오로지 스마트폰 화면의 주식차트만 바라보며 오르면 한잔 떨어지면 세잔을 들이켰다.

 

돈 좀 벌겠다는데 왜 다들 지랄이야! 그게 그렇게 꼽냐? 꼽냐고!’

 

윤식이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생각했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그때 막 주식이 500원 올랐다가 1000원 더 떨어졌다. 윤식은 방에 굴러다니는 빈 소주병 하나를 집어 바닥에 내리쳤다. 소주병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졌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 중 가장 큰 파편이 윤식의 이마에 꽃혔다. 술 때문에 고통에 둔감해진 윤식은 이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다 웃어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이마에 소주병 파편이 박힌 체 그대로 이마를 벽에 찧으며 자해했다. 파편이 두개골을 뚫고 윤식의 뇌를 찔렀다. 순간 섬광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들더니 윤식은 빛과 같은 속도로 깨달았다. 자신이 산 주식은 미래를 보장하는 기대주도 돈이 열리는 돈 나무도 아니었다. 그건 저승에서 온 죽음의 잡주였다. 그의 뇌가 계산기 마냥 척척 돌아가 당장 그의 손실액을 계산했다. 손실액은 1500만 원. 지금 팔면 나머지 8500만 원은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업체에 빌린 8500만원을 갚고 다시는 주식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잃은 1500만원은 수업료라 치자라고 윤식은 생각했다. 윤식은 그 자리에서 보유한 주식을 죄다 팔아치워 8500만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돈을 대부업체에 송금해 모든 채무 관계를 무사히 마쳤다.

 

뇌에 박힌 파편중 일부는 꺼내는 중간에 부서져 윤식의 뇌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윤식은 10시간이나 걸린 이 대수술 이후 과학계에서도 믿기 힘든 아주 희한한 체험들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였다. 그는 옆자리에 서있던 중년의 남자에게 검붉은 오오라가 남자를 감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윤식은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 남자가 K기업의 주식에 돈을 넣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윤식은 혹시나 해서 중년의 남자에게 K기업의 주식을 갇고 있냐고 물었고 남자는 그놈의 잡주 때문에 암까지 걸리게 생겼다고 대답했다. 버스 정류장의 중년 남자뿐이 아니였다. 도시 곳곳에 같은 오오라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대학생에서부터 슈퍼마켓 주인 아저씨까지... 그들 모두 어딘가 몸이 안 좋아 보였다. 죽음의 잡주. 그것이 사람들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윤식은 거울을 통해 자신에게도 검붉은 오오라가 보이는지 확인했다. 다행이도 오오라는 보이지 않았다.

 

근 한달동안 K기업의 주식은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더욱 많은 개미투자자들을 끌여들였고 또 많은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거리에서 검붉은 오오라를 띄는 사람들을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되었고 윤식은 이러다 거리가 온통 검붉어지는게 아닌가 싶었다.

 

윤식은 우울한 마음으로 종로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막 새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였다. 증권가쪽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선 윤식은 순간 바닥이 검붉게 물들어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당황한 윤식이 주위를 둘러보니 마찬가지였다. 검붉은 오오라는 거리뿐만 아니라 주위 건물에도 덩굴마냥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거리의 사람들은 잔뜩 인상들을 찌부리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고성을 질러대며 서로 싸우고 어떤이들은 힘이 다 빠진 듯 거리에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윤식은 거리에 주저 앉은 사람에게서 검은 오오라가 빠져나와 바닥으로 흘러 앉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 검은 오오라는 거리 곳곳의 오오라 줄기들과 합류하는 걸 보았다. 겁이 덜컥난 윤식은 증권가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근처의 보이는 고층 건물에 들어가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서 윤식은 보았다. 그 모든 검붉은 오오라 줄기들이 한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국민 연금공단 건물이었다. 그리고 국민연금공단 건물은 온통 검은 오오라에 잠식되어 거대한 검은 기둥을 만들고 있었다. 윤식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한 달 후 IMF2000년대 닷컴 붕괴 이후 최악의 버블이 터졌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에 투자한 많은 회사들이 도산했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해 거리에 나앉았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업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한 국민연금공단은 국민들에게 돌려줄 연금을 다 날려버렸다. 그렇게 다시 암흑의 시기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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