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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악마와 내기하지 마라
게시물ID : panic_981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원
추천 : 24
조회수 : 33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0 09: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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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회장님께 말씀 잘 부탁드립니다.’

 

죽은 시체도 벌떡 일어날 추위 속에서 중년의 대머리 남자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그건 걱정 마시라니깐. 회장님이 사장님 가족들도 알아서 잘 챙겨주신다고 약속하셨다고.’ 중년의 대머리 남자 앞에 선 두 남자 중 작고 삐쩍 마른 남자가 대머리 남자의 손에서 막 비운 위스키 병을 건네 받으며 말했다.

 

회장님 통이 좀 크셔야지. 안그래?’ 작고 마른 남자가 곁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덩치 큰 남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며 물었다. 덩치 큰 남자는 무뚜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머리 남자는 잔뜩 취해 상기 된 얼굴로 땅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불자 대머리 남자의 몇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럼...’ 대머리 남자가 작별을 고하고 차에 올라 타 시동을 걸었다.

그걸 바라보던 키 작은 남자는 문뜩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대머리 남자가 탄 차로 다가가 차창을 두드렸다. 차창이 내려가며 대머리 남자의 힘없는 얼굴이 드러났다.


혹시나 해서 그런데 산다 하더라도 누굴 부를 생각은 하지마. 알겠죠? 어차피 이 날씨면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얼어죽어요.’ 키 작은 남자가 말했다. 대머리 남자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그저 멀뚱히 키작은 남자를 쳐다봤다.

 

그냥 그렇다고...’ 키작은 남자는 중얼 거리며 빨리 가라는 듯 차의 보닛을 내리쳤다.

 

자 그럼 출발~’ 대머리 남자가 탄 차가 도로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차가 향하는 방향의 끝에 코너길이 보였고 코너 넘어는 절벽이었다. 이어 대머리 남자가 모는 차는 코너의 가드레일을 뚫고 절벽아래로 추락했다.

 

말했잖아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라고. 안그래?’ 한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키 작은 남자가 말했다

덩치 큰 남자는 키 작은 남자의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다. 말끝마다 자신이 항상 옳다는 투였다. 한달동안 이 작고 빼빼마른 쥐 같은 남자와 일했다. 이 남자는 분명 세상이 자신이 원하던 대로 돌아갔을테지. 그는 유능한 정치가가 되어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애썼을 수도 있었고 사업가로 큰 돈을 벌어 사회에 기부 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청부살인을 택했다. 대부분 업계의 업자들이 상대방을 해치우기 위해 상대방의 동선을 그리고 죽이는 방법을 찾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지만 이 남자는 다르다. 그는 말로 사람을 죽인다. 그냥 다가가 상대방과 몇 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세 상대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아까 만난 대머리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일어나지도 않을 헛소리를 믿고 스스로 목숨을 던져버렸다. 애초에 회장과의 약속같은 건 없었다.

 

이 남자는 악마다.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동행도 돈만 제대로 받고나면 마지막이다. 이런 사람과 같이 다니다가는 언젠가 나도 위험해질거야.’ 덩치큰 남자는 생각했다.

 

그때 조수석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던 덩치 큰 남자를 곁눈질하던 키작은 남자가 말했다.

 

이봐, 왜 그런 얼굴이야. 일이 쉽게 풀려서 좋지 않아?’

 

덩치큰 남자는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삼선교 태구 알지? 내가 얼마전에 그 녀석을 묻었거든?’

 

삼선교 태구라면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다섯이나 되는 경호원을 따돌리고 백색마마교의 교주를 살해한 이야기는 유명했다. 근데 태구가 죽었다니... 덩치큰 남자는 믿겨지지 않았다.

 

물론 내가 죽인건 아니고 죽은 태구 녀석을 내가 묻었다는 거야.’

 

말도 안 돼는 소리하지마. 태구가 죽었으면 벌써 소문이 퍼졌겠지.’

 

덩치 큰 남자가 대꾸했다.

 

진짜라니까. 나도 그녀석 죽은 모습을 보고 야~ 이게 진짜 태구 맞나 싶었다니까. 근데 그녀석이 확실해. 내가 증거로 남들이 모르는 태구녀석 비밀을 하나 알아냈지.’

 

덩치큰 남자는 잠자코 키작은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 시체가 들어오면 말이야.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시체는 염산통에 넣어버리거나 태워버리잖아. 근데 그녀석 꽤 괜찮은 옷과 신발을 보니 꽤나 값나가게 보이더라구. 싸이즈를 보니 조금만 줄여서 입으면 나랑도 맞을거 같아 옷을 벗겼지. 근데 마지막으로 그녀석 양말을 벗기고 나서 내가 뭘 발견했는 줄 알아?’

 

키 작은 남자는 히죽거리며 덩치큰 남자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자식 발이 기형이야. 새끼 발가락 옆에 발가락 하나가 더 붙어있었어.’

 

웃기고 있네.’ 덩치큰 남자가 코웃음치며 말했다. ‘태구 발가락이 여섯 개라니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야. 넌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는거야?’

 

순간 키작은 남자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거짓말이라고? 우리 내기할까?’

 

그래. 태구가 죽지 않았다는데 악마에게 내 목을 걸겠어.’

 

증거가 있는데도?’

 

키작은 남자와의 대화가 짜증나기 시작한 덩치 큰 남자는 순간 참아왔던 감정을 쏟아내며 말했다.

 

증거같은 소리. 내가 왜 니말이 거짓인지 알려줄까? 오늘 아침에 태구랑 통화했어. 이번일이 끝나고 같이 일하지 않겠냐고 그녀석이 물었지. 넌 나랑 하루종일 같이 있었었는데 그사이 니가 태구를 묻고왔다고? 뻥을 쳐도 작작 좀 쳐라.’

 

순간 키 작은 남자가 킬킬킬 웃기시작했다. 덩치큰 남자는 키작은 남자의 기분 나쁜 웃음에 목덜미의 털들이 곤두섰다. 키작은 남자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지더니 갑자기 핸들을 꺽어 고속도로에서 샛길로 방향을 틀었다.

 

어디가는거야?’ 덩치 큰 남자가 물었다.

 

증거 보여주러.’

 

두시간에 걸쳐 키작은 남자와 덩치 큰 남자가 도착한 곳은 깊은 숲 속에 자리잡은 폐가였다. 키작은 남자가 폐가의 옆쪽 돌무더기 앞에 스더니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야. 이 아래 태구의 시신이 묻혀있어. 염산에 녹여버리기에는 아까워 내가 묻어줬지.’

 

키작은 남자가 덩치큰 남자에게 삽을 건넸다.

 

덩치 큰 남자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 동안 키 작은 남자는 차에서 가져 온 소주를 병나발 불었다. 덩치 큰 남자는 사람하나가 들어가기 충분할 만큼 땅을 팠다. 그리고 삽의 끝에서 물컹 뭔가 닿았다. 덩치 큰 남자가 손으로 구덩이의 흙을 걷어내자 막 썩기 시작한 시체의 가슴 부분이 드러났다.

 

말도 안 돼.’ 덩치 큰 남자가 중얼거리며 시체의 얼굴 부분이 있는 곳을 흙을 걷어냈다.

 

순간 병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덩치 큰 남자의 이마 위로 피가 흘러 내렸다.

 

뭐지?’

 

덩치 큰 남자가 고개를 드는 순간 깨진 소주병의 주둥아리가 덩치 큰 남자의 두 눈을 쑤셨다. 덩치 큰 남자는 무서운 비명을 지르며 구덩이 안에서 뒹굴었다. 키작은 남자는 히죽거리며 피 묻은 소주병을 구덩이 안에 던지며 말했다.

 

? 태구는 안 죽었다며? 지금 너랑 뒹구는 시체가 태구의 시체가 아니야?’ 키작은 남자가 킬킬킬 웃기시작했다.

 

이어 덩치 큰 남자의 머리위로 흙이 쌓이기 시작했다. 두 눈을 찔린 덩치 큰 남자는 자신과 함께 묻히는 시체가 태구의 시체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 악마와 내기 한 이 뿔쌍한 남자에게 자비를.       



-후기-


살면서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남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꼭 피해를 입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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