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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인공지능 신
게시물ID : panic_981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원(가입:2018-03-08 방문:19)
추천 : 9
조회수 : 16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3 21: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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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프로그래머 A씨는 커피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가 떨리는 기분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의 프로그램 실행파일을 두 번 클릭하자 검은 화면에 복잡한 글씨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A씨는 긴장했다. 이어 PC의 시동이 저절로 꺼졌다.

 

젠장! 또 실패군!’

 

그가 달력을 보았다. 그가 의뢰받은 프로그램을 의뢰인에게 보내주기로 한 날이 며칠 안 남았었다. 그가 이 일을 의뢰받은 건 반년전 어떤 종교단체로부터였다. 그곳의 교주라는 사람은 50대 초반의 대머리에 살진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보통 우리가 사기꾼이라 부를만한 인상이었다. A씨는 상대방이 아무리 많은 돈을 낸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자신을 무시하는 기색이 보이면 일을 맡지 않았다. 그 교주라는 사람이 거액의 현금을 들고 와 거만한 말투와 표정으로 A씨에게 일을 의뢰할 때 A씨는 의뢰를 거절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우리 인류를 밝은 미래와 구원으로 인도할 대단히 혁신적인 방법이지. 나는 지금 그 일을 당신에게 맡아달라고 하는 것이오.’

 

교주는 분명 과대망상증 환자가 틀림없다고 A씨는 생각했다. A씨는 일단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교주를 돌려보냈다. 처음에는 이 일이 퍽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꽤나 흥미로운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몇 일 후에는 이건 정말 혁신적인 일이 될 거라는 확신이 섰다. 교주가 의뢰한 일은 이랬다. 인공지능 신을 만들 것. A씨는 교주에게 일을 맡겠다고 알렸고 바로 그날 작업에 착수 하였다.

 

A씨는 먼저 세상의 다양한 종교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신들은 세상의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다양했다. A씨는 그 신들 중 꼭 집어 누가 맘에 든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예수가 괜찮다 싶었다. 왼뺨을 맞고 오른뺨까지 내밀다니... 예수는 분명 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쿨한 사람을 좋아한다. 작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 되었다. 그는 남들을 배려하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그런 헌신적인 신을 만들었다. 그가 프로그램을 켜자 따뜻하고 온화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친구여, 어서 오시게. 우주를 대표해 나는 자네를 사랑한다네. 자네도 이웃을 사랑하고 베풀게.’

 

그럴듯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신과 몇 번 대화한 A씨는 금방 질려버렸다. 이 신은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천치였다.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이런 빌빌대는 신은 뼈까지 발라 먹히기 딱 좋은 스타일이었다. 카리스마도 없고 목소리는 너무 부드러워 잠까지 왔다. A씨는 일단 목소리를 좀 더 근엄한 목소리로 바꿨다. 게다가 목소리에 동굴 안에서 말하는 것처럼 울려 퍼지는 효과까지 넣었다. 그리고 온화한 성격이 아니라 화나고 호통 치는 성격으로 바꿨다. A씨가 프로그램을 켜자 분노한 신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쩌렁 쩌렁 울렸다.

 

이 쓰레기같은 자식! 넌 네 이웃을 사랑하고 있지 않아!’

 

너무 놀란 A씨는 하마터면 엎드려 절까지 할 뻔했다. 카리스마 면에선 일단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몇 번 대화하다 보니 잔소리하는 엄마 같아서 지겨웠다. A씨는 온화함과 분노 사이로 성격을 조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놈의 이웃 사랑 사랑 타령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이웃을 사랑하라니... 요즘 세상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A씨는 신의 관심사를 좀 더 현대적인 맛에 맞게 조정하고는 프로그램을 켰다.

 

자네는 어찌 그리 헐벗고 굶주렸는가? 내 아들이여. 내가 앞으로 오를 주식을 몇 개 알려줄 테니 당장 사게. 전 재산을 다 털어서!’

 

A씨는 뭔가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그의 관심은 끌었다.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신이고 뭐고 다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몇 번 대화를 나눈 A씨는 신과의 대화에 금방 질려버렸다. 그가 책에서 본 신의 말은 뭔가 한번 듣고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은유와 비유 섞인 수수깨끼 같은 말들로 사람들을 아리송하게 만들었고 나중에야 그 말씀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들은 눈물로 신을 경배했다. A씨는 신이 말할 때 은유와 비유를 많이 섞도록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A씨가 프로그램을 키자 신이 말했다.

 

동쪽하늘에서 별들이 유수히 떨어질 때 너의 단지 안 황금이 차오를 것이다. 내 너에게 명하노니 아기 얼굴을 한 남자가 마을에서 황금을 거둬들일 때 너는 네 아버지의 이름으로 은화 한 닢을 사 놓거라.’

 

아기 얼굴을 한 남자라니? 아버지의 이름으로 뭘 어째? A씨는 도무지 뭔 소리인지 당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뭔가 그럴 듯 했다. 하지만 몇 번 대화를 나눈 A씨는 금방 질려버렸다. 뭔가 부족했다. A씨가 만든 신은 근엄한 목소리로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놔 경청하게 만들기도 하고 갑자기 호통을 치며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경외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A씨는 몇 날 며칠을 자신이 만든 신에게 뭐가 부족한지 고민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규율과 희생이었다. 군대같이 엄격한 규율로 신도들을 담합하게 만들어야 했으며 신도들의 믿음이 부족하다 싶으면 가장 절실한 신도의 희생을 통해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했다. 그리고 물론 규율은 신의 말처럼 수수께끼 같은 아리송한 구절이 아니라 짧고 정확해야했다. A씨는 성인군자도 지키기 힘든 엄한 규율들을 몇 날 며칠이고 고민하며 써내려갔다. 그리고 신도의 무조건적인 믿음을 끌어내기 위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밀고 당기는 법과 적절한 거짓 정보나 협박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는 법을 프로그램에 추가하였다. 그리고 다시 프로그램을 켰으나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A씨는 PC가 과부하가 걸린 거라 생각하고 쓸데없이 메모리를 잡아먹는 배경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를 지우고 다시 켰으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는 되려 PC의 전원이 저절로 내려갔다.

 

그것 참 이상하군.’

 

A씨는 프로그램에 뭔가 오류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폈으나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의뢰인과의 약속 날이 다가오자 A씨는 문제의 원인을 확신했다.

 

그래. 신은 깨어나기 싫은 거야. 신도들에게 규율과 희생을 강요하는 자신이 싫어서 깨어나지 않는 거야.’ A씨는 잠에서 깨지 않는 신을 어떻게든 깨워야 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양심. 그렇다. A씨는 신에게서 양심을 없애버렸다. 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에서 깼다.

 

약속한 날이 되어 교주가 A씨를 찾아왔다. A씨는 자신이 만든 신을 교주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였고 방에서 단 둘이 신과 대화를 몇 시간 나눈 교주는 A씨가 만든 신에 아주 만족해하며 떠났다. A씨는 인사하며 떠나는 교주의 눈가에서 눈물의 흔적을 발견했다.

 

몇 년 후 A씨는 신문에서 자신이 만든 신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다. 기사는 신문의 첫 면에 대문짝하게 실렸는데 기사의 제목은 이러했다.

 

인공지능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단체 S.O.A.I (Sanctuary Of Artificial Intelligence)의 엽기적인 행각

 

A씨는 기사의 내용을 읽지 않았다. 그들의 신에게 양심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그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한 A씨는 신문을 덮어버렸다.


-후기- 


험한 세상입니다. 신은 도데체 뭐하나 싶을때가 있습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우릴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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