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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그녀와 같아지렵니다.
게시물ID : panic_98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짜솔로
추천 : 11
조회수 : 356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8/03/28 01:02:11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말씀드릴 이야기는 약 1년 전 일을 시작으로 현재의 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읽는 도중 불쾌하시거나 저를 비난하고 싶으신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죄송하게도 그런 분들은

읽기를 포기하시고 지나가 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며 글을 적어나가겠습니다.
 
 
 
1년 전 저는 조그마한 중소기업 영업팀에 근무하는 20대 중반의 회사원이었습니다.

매번 도보로 출근하는 길에 들리던 작은 편의점에서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편의점은 위치가 좋아서 그런지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일 일이 없어 힘들다는 이유로 자주 아르바이트생이 바뀌는 곳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극한 알바로 인터넷에도 소문 이날 정도로 였으니까요

취직하고 줄곧 아침저녁으로 눈도장을 찍는 곳이기에 또다시 바뀐 아르바이트생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으나

며칠이 지나도 항상 바쁜 와중에 상냥하게 웃으며 계산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사소한 말다툼으로 편의점에서 낯선 남성에게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녀는 왜소한 몸집 임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를 막아서 저를 보호하더군요

아주 어렸을 적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저를 보호하고자 막아선 그녀의 등을 보고

주마등처럼 생각이 났습니다.

아주 어렸을 적 길가에 사고로 귀엽게 죽어있는 고양이 사체를 보고 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묻어주려 했습니다.

피가 흥건했던 시체를 마땅히 옮길게 없었던지라 큰 결심하고 맨손으로 들어 올렸는데

동내에서 불량하기로 소문난 두어 살 많은 놈이 더럽다며 발길질로 저를 차더군요
 
그 모습을같은 반 여학생이 그 녀석을 막아서며 저를 보호해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소 소심했던 저는 고맙다는 말도 못했고 그 여학생과 친해지지도 못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저를 보호해 주던 여학생의 발이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소심하고 낯가리던 어렸을 때 저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체 성장했고

그런 저를 또다시 보호해주는 그녀만큼은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꼭 하고 싶어 했던 거 같습니다.

그 뒤로 영업팀에 있음에도 낯가리는 성격에 직장 상사에게 매번 혼나던 놈이 무슨 깡인지 그녀에게 쓸데없는 말이라도 한두 마디

건네게 되더라고요
 
정말 듣고는 있는지 속으론 귀찮아 하진 않을까 걱정했을 나인데 그녀에게만큼은 그런 건 상관없이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하나하나 다 적어내려가면 언제까지 글이 길어질지 모르니 결과적으로 약 4개월 만에 저는 그녀와 교제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난생처음 적극적이었고 열성적이었을 겁니다.

매일매일 하루가 행복했었습니다.

서로의 사정상 아침과 저녁에 잠깐 얼굴 보는 정도였지만 그 짧은 시간이 저에겐 너무나도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교제한지 두어 달 되었을 무렵 덩치 큰 두 남성이 저를 찾아온 일도 있었는데
 
센 님 같은 저와 근방 동내에서 유명했던 제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시기하는 녀석들인 거 같았습니다.

편의점에 앞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둥 자신들 눈앞에 띄면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말투였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겁먹고 눈을 내리깔았을 저이지만 그녀를 만난 영향인지 조금은 용기를 내어 반항했습니다.

결과는 1주일간 병가를 내고 입원해야 했지만 말이죠
 
그때 그녀가 그 녀석들을 막아서지만 않았더라면...


제가 걱정되었는지 그녀는 바쁜 와중에 1주일 내내 병문안을 와주었고

첫날에는 화가 난 그녀가 저를 폭행한 남성 두 명과 형사로 보이는 두 분을 모시고 병실에 들러 그들에게 화내는 모습도

봤습니다 그때 처음 그녀도 화나면 무섭구나 생각했죠 하하하

그로부터 약 두어 달 뒤에 그녀는 편의점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유인즉 경찰 조사까지 받았던 그 두 녀석이 정신 못 차리고 매일같이 찾아와 귀찮게 하는 것과

남자친구인 저에게조차 말하기 힘든 개인 사정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럼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한동안 연락을 못 했던 것 때문인지 저는 그녀에게 소홀해졌었고

그런 저에게 그녀는 많이 실망했을 겁니다.

연락을 못하는 상황에서도 저의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한 번은 실망했을 그녀의 화를 풀어줄 겸 연락도 없이 그녀의 집 앞에서 했던 조그마한 이벤트에

크게 감동했는지 다시 저희의 관계는 뜨거워졌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 변하더군요
 
사소한 다툼에도 헤어지자고 말하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던지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연락도 안 되는 건 물론 약속 장소에 아무런 말없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이 점차 많아졌습니다.

나에게 화가 난 건 아닌지 몇 번을 달래고 이유 모를 사과를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처음 했던 이벤트 이후로 별다른 이벤트를 안 해줘서 인지 화를 낼 때마다 소소하더라도 준비해봤지만

그녀의 화를 풀진 못했습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던 저는 여자친구 몰래 지인들을 만나며 그녀에게 분명히 있을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수많은 지인을 만나다가 여자친구와 가장 가까운 친구 B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바보같이 왜 그때까지 아무런 의심도 안 했는지...
 
한 여름에도 굳이 긴팔과 긴 바지를 고집하던 여자친구..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락을 피하고 얼굴 보기를 거부하는 여자친구를 다소 강하게 불러내어

그녀의 소매를 걷었습니다.

B에게 들었던 그대로 귀여운 그녀의 하얀 팔에 시퍼렇다 못해 보랏빛으로 물든 수많은 멍들을 보게 되었죠

그때 저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의기소침하고 내성적이었던 놈이라곤 믿지 못할 정도로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의 집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집에 들어가자 처음 보는 녀석이 TV 앞에 서서 개걸스럽게 맥주를 마시고 있더군요

저는 아무런 말없이 그놈에게 달려가 주먹질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쳐 대응하지 못한 녀석은 수차례 저에게 맞았고 뒤늦게 들어온 그녀가

큰소리로 울면서 저를 막더군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여동생을 고생시키는 것도 모자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행도 서슴지 않은

못된 녀석을 감싸더라 이 말입니다.

쓰레기만도 못한 녀석도 우선 오빠인지 온몸으로 절 막던 그녀가 조금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울며 사정하니 조금씩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에게만 사과하고 나왔습니다.

그런 뒤에 다시 끔 저희의 사이가 호전되는듯싶었습니다.

먼저 연락하고 자주 만나며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연애 초기 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죠

아마도 오빠라는 녀석이 저에게 혼쭐이 난 뒤로 더 이상의 터치는 없는듯싶었습니다.
 
다만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단둘이서 살며 당해온 폭력에 트라우마가 생긴 건지

데이트하면서 종종 그녀가 떨고 있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저는 귀여운 그녀가 조금이라도 안심하도록 애써 괜찮은척하며 좀 더 자랑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란 시간이 흘러

그녀와 저는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결혼생활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가끔 다투는 일도 있지만 같은 곳에서 밥 먹고 같은 곳에서 잠자며 둘이 함께 생활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특별히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참치를 준비해줘야지 싶었던 저는 자주 냉장고를 열어보는 여자친구 몰래

숨길 곳을 찾았고 마땅한 곳이 없어
 
웃기게도 나름 선선한 보일러실에 넣어놓고 보니 왜 그렇게 귀여운지 하하하 아무조록 여자친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연기했습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순발력 있게 대처했고 이상함을 조금은 느꼈을 그녀도 결국 포기하고

저녁밥을 준비하려 하더군요

평소 요리하는 걸 좋아하던 저의 장점을 살려 그녀에게 오늘만큼은 제가 만들어 준다 말하고

보일러 실에 있던 참치를 꺼내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저희 집 초인종 소리가 울리더군요

그때 장난기가 발동한 것인지 음식 준비하는 저에게 문을 열어주라며 베란다로 나가 몸을 숨기더군요

아마도 그녀의 친구 혹은 오기로 약속된 지인 있었는지 장난이 치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웃으며 현관문을 열어줬던 거 같습니다.

그리곤 지금까지 그 뒤에 일이 기억이 나지 않네요
 
현관문 너머로 누가 있었는지.. 무언가로 머리를 맞은 것인지 기절한 듯 그 뒤에 기억이

정말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병원에 누워있던 저는 집에 혼자 있을 여자친구 걱정에 정신이 들자마자 퇴원 수속을 밟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강도의 소행인지 열려있는 현관문 너머로 지저분하게 엉망이 된 집에 화들짝 놀라

그녀를 찾았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더군요 다만 오랜 시간 집을 비워 참치가 썩은 것인지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만 집안에 가득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겁이 난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망가져 있는 집은 안중에도 없고 애타게 그녀만을 찾으려 뛰어다녔습니다
 
그녀가 살던 집도 가보고 그녀의 지인들 그리고 B에게도 연락해봤지만 모두 다

연락 두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지금의 저는 이렇게 글로써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찾고싶습니다.

병원을 뛰쳐나오고부터 걸려오는 알 수 없는 전화들은 가뜩이나 힘든 저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사정사정하는가 싶으면 또 불같이 화내고 화내는가 싶으면 또다시 부탁하는 식의 말투로

저의 생각을 어지럽히고 있네요

입원해있던 병원에 가서 혹시나 모를 그녀의 위치를 알 수 있진 않을까 싶었으나

제가 가장 무서워할 만한 답변이 돌아올까 봐 선뜻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그녀는 전부입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 글을 끝으로 더 이상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금 전부터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도 지겹습니다.

쉬지 않고 울리는 벨 소리도 지금 치고 있는 타자 소리 또한 지겹습니다.

기억이 끊기기 전 보일러실에서 쉿! 이라며 손짓하고 숨어있던 귀여운 그녀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출처 진짜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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