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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번지의 비밀 3
게시물ID : panic_982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오징어
추천 : 24
조회수 : 17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6 17: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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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를 치면서 기다렸지만, 시간이 40분을 넘기자 슬슬 걱정이 되었죠.

어떤 사람은 집에 도망쳤을거라 하고, 

어떤 사람은 그 흉가 앞에서 기절해 있을거라 하고,

아니면 근처에 숨어서 덜덜 떨고 있을거라 하고....


그런데 저희를 더 걱정스럽게 만든 건 형님이 전화를 놓고 갔다는 것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 볼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장대비도 거기에 한 몫했죠.

혹시나 발을 헛디뎌 어디선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 흉가에 가보자는 사람은 없었어요.


솔직히 무서웠죠.

다 들 무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혹시나 누가 가보자는 말을 할까봐 두려워하며 눈치만 보기에 급급했죠.


그런데 그 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덜커덕 열리는 겁니다.

형님이 문 앞에 서 있는 겁니다.

우와..........그 땐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죠."




그는 잠시 떨리는 손으로 담뱃재를 털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무섭던지....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쫘악 돋습니다.

그거 있잖아요. 

스릴러영화 보면 범인이 빗속에서 사람 파묻고 돌아올 때 그 모습.....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검은 우비 속으로 형님의 얼굴이 반쯤 보이는 겁니다.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 입이 떡 벌어진 채 넋이 나간 사람처럼 형님을 바라보았죠.


바로 그 때 형님이 우비 속에 감춰진 뭔가를 우리 앞에 탁 던져 놓는 겁니다.

그 영정사진이었죠.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아니 그것보다는 승균이 형님이 미친 것 같았어요.

미치지 않고서는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영주 형님은 비명까지 질렀다니까요.

놀랄만도 했죠.

우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앉은 자세를 유지한 채 사진으로부터 재빨리 물러났습니다.

영정사진의 얼굴은 확인할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우비를 벗을 생각도 안하고 형님이 사무실 안으로 발을 옮기는 겁니다.

그리곤 저에게 다가와 약속한 돈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그래서 줬어?"



"형사님이라면 안주고 배기겠어요?

저는 얼만지도 모르는 제 앞에 놓인 만원권을 쓸어담아 형님한테 냉큼 건넸죠.

형님은 여기저기 돈을 우겨넣더니 다시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거예요.

더 웃긴건 뭔지 아세요?

형님이 그 영정사진을 다시 들고 나가는 겁니다.

그 형님이 어디로 가려는지 아무도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았어요.

단지 그 사무실에서 빨리 나가주기만을 바랬던 거죠.


형님이 나가자 저희는 그제서야 숨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포커판은 이미 끝난거나 마찬가지였구요.

거기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승균이 형님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수근거렸죠."




"양승균......딴 사진으로 사기친 것 아냐?"




"그 생각도 해 봤죠.

그런데 그 다음 날 그 폐가를 지나가는데 그 사진이 안보이는거예요.

형님이 가져온 게 분명했어요.

사기를 쳤다 하더라도 그 때 그 형님 얼굴빛을 본 사람은 저와 똑같이 했을 겁니다."




"그래서 황승균이 죽은 것하고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거야?"



나는 애써 그의 얘기를 무시하려 했지만 나도 이미 그 것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형님이 조금씩 이상해졌어요.

며칠동안은 모든 작업이나 회사일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갔어요.

그런데 날이 갈 수록 형님의 행동에 변화가 생긴게 조금씩 보이더라구요.

일단 술이 늘었어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두 세병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느 날부터인가 일곱여덟병을 나발 분다고 생각해 보세요.

더 이상한건 그러고도 정신이 멀쩡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었어요.

자꾸 어딘가로 사라지는 겁니다.


어떤 작업자는 승균이 형님이 한 밤중에 그 폐가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더라구요.

뭔가를 잔뜩 싸들고 말이죠.

심지어 그 폐가에서 승균이 형님이 한 밤중에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죠.


모두들 형님을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눈 마주치는 것도 두려워했죠.


그 즈음에 사람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승균이 형님이 귀신을 불러낸다는 거예요."



나는 지금의 이 상황을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살인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사람 앞에서 형사가 귀신 얘기나 듣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얘기를 중지시킬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형님이 죽은 딸내미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나는 순간 피해자의 아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주연이라는 딸 애?"


"예. 딸내미를 만났다는 거예요.

모두들 승균이 형님이 이젠 정상상태가 아님을 직감했죠.

다들 그 형님이 미쳤을거라 얘기했지만, 속으로 혹시나 진짜로 귀신을 불러내면 어떡하나하고 걱정하고 있었죠.

생각해 보세요.

그 폐가를 들락거리면서 사무실에 들어올텐데...

그것도 순간의 실수만으로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중장비를 다루는 회사인데, 귀신이 몸에 붙어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죠.


그런데 그 때 영주 형님이 뭔가 제안을 하나 했죠."




"...?"




"그 집....폐가를 부수자는거예요.

벽돌집이라 부수는건 눈깜짝할 사이예요.

그런 구조의 집은 포크레인으로 슬쩍 밀기만 해도 넘어가거든요.

처음엔 불태우자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주변의 눈도 있고...

아무리 버려져 있다해도, 소유자가 누구인지만 모르는 엄연한 사유재산인데....."



"그래서 부셨어?"



"부수자는데는 모두 동의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어요.

그걸 누가 하냐였죠.

눈치만 살피던 저희들은 제비뽑기를 했죠.

그 때 영주 형님이 걸린겁니다."



"노영주는 지게차 기사 아냐?"



"면허증 없으면 운전 못하나요?

거기 있는 사람들은 자기분야가 아니어도 중장비의 간단한 조작은 다 할 줄 알거든요. 


승균이 형님이 비번인 날을 골라서 영주 형님이 회사 포크레인을 몰고 그 폐가로 갔죠.

모두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마냥 포크레인 뒤로 졸졸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수십여미터 근처에 다다르자 영주형님만 빼놓고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어요.

영주 형님은 그 때까지도 두려운 표정이 역력했어요.

조심스럽게 영주 형님이 포크레인을 몰고 그 폐가에 다가갔죠. 

그리고 삽을 들어 굉음을 내며 옆의 창고를 막 부수고 있는데........"



태섭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짓이겼다.



"그 비오는 날 승균이 형님이 사무실에 나타났을 때만큼 놀랐어요.

거실에서 형님이 뛰쳐 나오는겁니다."



"뭐?"


"놀란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갑자기 형님이 호통을 치는거예요.

내 집에서 썩 물러가라며...

그런데 그 목소리가 형님 것이 아니었어요.

너무나도 낯선 생소한 목소리였어요.

그나마 멀리서 바라 본 저희들이 그럴 정도였는데, 바로 앞에 있던 영주 형님은 어땠겠어요?

비명을 지르며 영주 형님이 운전석에서 뛰쳐나왔죠."



"포크레인을 놓고 도망쳤단 말이야?

황승균이 그 걸로 무슨 짓 할 줄 알고?"



"다행히도 영주 형님이 키를 뽑아들고 도망을 쳤던거죠.

저희는 사무실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 때 저희를 수상히 여긴 사장님이 무슨 일인지 물었죠.

그제서야 저희들은 그간의 일을 사장님께 모두 털어놓았죠.

얘기를 모두 듣고 난 사장님은 같이 그 폐가로 가자는거예요.

사장의 명령이니 안 따를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 저희들은 그 곳으로 다시 갔습니다."



"황승균이 있었어?"



"예. 경비원처럼 어디서 몽둥이 하나를 들고 와 거기서 지키고 있더라구요."



"가서 뭐했어?"



"사장님이 형님한테 가서 말을 걸었죠.

나머지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봤구요.

그런데 웃긴 건 승균이 형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우리 직원들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면서 연신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더군요.

포크레인만 가지고 갈테니 화를 푸시라고 말을 하더라니까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승균이 형님이 몽둥이를 내려놓더니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는거예요.

귀신이 빠져나간 것처럼 말예요."



태섭은 잠시 양 팔을 쓸어내렸다.



"그 날이 언제야?"



"형님이 죽기 이틀 전이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지?"



"어떻게 되긴요? 승균이 형님을 업고 사무실로 내려갔죠.

정신이 돌아온 형님이 집엘 가겠다며 사무실을 나선거예요.

그리고 이틀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시체로 발견이 된거죠.

연락이 없음에도 우리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승균이 형님이 우리에게 연락을 할까봐 두려웠죠.

차라리 나오지 않았으면 했어요."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불을 붙이며 입을 열었다.



"너...황승균이 죽은 걸 어떻게 알았어?"



"예?"



내 예상대로 그는 놀라는 눈치였다.



"신고 접수 후 경찰이 도착한게 대략 4시 반이야.

10분도 안되서 도착했지.

내가 도착한 건 20분 후고....

그 사이에 죽은 황승균 와이프가 회사에 연락을 취할만큼 여유롭진 않았겠지.

회사 사람들은 마치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다느냥 여유로웠어.

아무리 소속감이 적다해도 무리가 있지.

게다가 현장에서 도망을 쳤던 노영주는 이미 황승균이 죽을 걸 알고 있던 사람 같더라구..."



나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누가 그 전에 다녀갔어.....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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