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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번지의 비밀 5
게시물ID : panic_982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오징어
추천 : 26
조회수 : 17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6 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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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말입니까?"



"그게 말야...

밤이 되면 이상한 주문을 읊으며 돌아다니더라구.

그 괴상한 노래까지는 들어주겠는데 말야...그 주문 소리는 정말 못 들어주겠더라구.

들으면 엄청 기분 나쁘고, 뭔가에 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소름이 끼쳤다네.

한국말인지, 월남말인지, 중국말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이상한 주문이야.

지금 뭐라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네.

흉내도 못내겠고...


그런 행동을 십년 넘게 하고 다녔으니 사람들 심정이 오죽했겠나.

그것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그 친구 마주칠까봐 밤에 돌아댕기질 못했다니까.

동네 사람들은 말도 못하고 죽을 맛이었다네.

잘못 보였다가는 그런 상태의 친구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당할지 모르니 입을 다물 수 밖에.

최씨가 죽은 뒤로는 그 주문 소리가 더 커졌어.

미친 사람이 따로 없었다니까.

시간이 갈수록 그 친구는 점점 피골이 상접하면서 사람의 몰골이 아니게 바뀌어가더라구.


그러더니 어느 날 동네가 그 주문 소리로부터 해방됐어.

그 친구가 갑자기 사라져버린거야.

살던 집도 버리고...

어차피 그 친구는 보상금을 받았으니까 떠나도 할 말이 없지만, 우째 이상하잖아."






나는 차를 몰면서 박형사와 통화를 나누었다.


"김형사님, 김홍선 사장이 어디갔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직원들은 뭐래?"


"어디 좀 들렀다 온다고 했는데 행선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있어?"


"뭐...비번인 사람 빼 놓고는 회사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태섭이 오늘 조퇴를 했다는데요?"


"어디 있는지 파악했어?"


"아뇨. 그건 아직..."


"그 폐가 등본 좀 뽑아 봤어?"


"예. oo리 산 447번지로 되어 있어요. 

20년 전에 집이 빈 뒤로는 그 주소지로 이사 온 세대가 없어요.

그냥 그렇게 쭉 비어 있었어요.

그런데 재밌는게 있어요.

10년 전에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는데요."


"누구한테?"


"김홍선씨요."


"뭐?"


"그리고 그 폐가를 매입한 시점과 회사 사업자 등록 한 시점이 비슷합니다."


"회사를 거기에 차리면서 매입했다는 거네."


"예."



도대체 김홍선이란 사람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박형사 그 회사 사무실로 가 있어. 나도 거기로 갈테니까."


"알겠습니다."



차창 앞에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뭔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사장님, 어디 갔어요?"


"아까 말씀드렸는데요. 오늘 어디 가신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여직원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나는 사장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다는 멘트만이 돌아왔다.

조퇴한 김태섭도 마찬가지였다.



"아따.. 우리 사장님 좀 그만 괴롭히쇼."


직원 중의 누군가가 나에게 명령하듯이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까칠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사장님이 얼매나 좋은 사람인디...뭐 털어봤자 아무 것도 안 나온당께요.

전에도 누가 이 건물 무허가라고 신고했다가 군청에서 나온 직원 면박만 당하고 돌아갔당께.

그만 하소."



"지금 이게 무허가 건물 조사하는 것하고 같습니까?

사람이 둘이나 그것도 이 회사 직원이 죽었어요. 댁이 경찰이라면 가만히 있겠소?"



"영주는 사고라고 들었고, 승균이 그 친구는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장님과는 아무 상관 없을겁니다."


"사장과 무관한지 당신이 그 걸 어떻게 알아요?"


"승균이 그 놈이 노름빚에 허덕일 때 사장님이 다 뒷치닥거리 해줬당께요.

승균이가 딸내미 잃은 후 일도 안하고 넋이 나가 있었을 때도, 사장님이 다 뒷치닥거리 해주고 기다려줬당께요. 

그런 분이 뭣땜시 승균이에게 해를 가하겄소? 안그렇소?

우리 직원들한테는 친삼촌같은 분인디."


"혹시 김태섭씨가 황승균씨한테 노름빚 진 것 알고 있어요?"


"승균이, 태섭이, 영주 그 자식들 끼리끼리 노름질 하는 것 땜에 사장님이 엄청 속상해 하셨습니다.

태섭이 이놈은 승균이한테도 빚지고, 영주한테도 빚지고...흐미...장난 아니었당께요.

승균이한테는 무슨 차용증까지 썼다합디다."


나는 그에게 뭔가 정보를 더 얻어낼 것 같았다.


"한달 전쯤 사무실에서 노름하다가 큰 소동이 벌어졌다는데.... 알아요?"


"무슨 소동인지는 모르겄는디...그 자식들 월급날만 가까워지면 맨 포커질이나 한당께요

그 세 놈이 똘똘 뭉쳐가지고는......월급 받기도 전에 그 날 돈 다 날리고 싸우고 지럴염병을 합디다.

한 두번도 아니고.."


"그 친구들 사이가 별로 안 좋았나 보네요?"


"처음엔 좋았지라....

근디 그 넘의 노름질이 다 망쳐놨당께라.

딴 놈은 몰라도 승균이 그 놈은 사장님 얼굴 봐서라도 그러면 안되는디..."


그는 혀를 끌끌 차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디..그 놈들은 뭔 재미로 허구헌 날 셋이서 포커를 친다냐?

포커는 세명이서 하면 패가 안 떠서 재미가 없는디...다섯이 딱 좋은디..."


"뭐라구요? 세 명이요?"


순간 나의 미간이 찌푸려짐을 보자, 옆에 있던 박형사가 입을 열었다.


"어? 김형사님. 취조실에서 김태섭이 말로는 여섯명이서 포커를 했다는데..."


이에 그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여섯이오? 고것이 무슨 말이라요? 이 사무실엔 포커 칠 줄 아는 사람이 그 놈들 딱 셋하고 나 뿐인디....

게다가 지는 그런 지저분한 아그들 판에는 안낀당께요"


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김태섭...이 새끼....어디서부터 거짓말인거야?"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콘테이너 사무실의 천장에 쌀알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고...오늘 야근은 다 날아가부렀네..야근을 해야 돈이 좀 되는디..."


남자는 천장을 한번 쳐다보더니 푸념을 늘어 놓았다.


"저 산 중턱의 폐가에 대해서 알아요?"


나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그가 경기를 일으키며 손을 가로 저었다.


"오메...형사님. 그런 흉가 얘기는 꺼내질 말랑께요.

못들었소? 거긴 귀신 나타난다믄서...

여기 사람들은 그 근처에 얼씬도 안 한단 말이오.

그랑께 왜 사장님은 이런 곳에 사무실을 차려가지고는....."


"황승균씨가 한 달 전에 저 폐가에 갔다던데 알고 있어요?"


"뭐시라? 그 폐가에 갔다고라?"


"몰랐어요? 김태섭이 그러던데...."


"워메...그랑께 승균이가 좀 이상하게 보였구만..

언제서 부턴가 말도 잘 안하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인다 했는디..."


나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물고는 자리에 쪼그려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그들은 한 달전 여기서 포커를 쳤을 것이다.

김태섭의 얘기가 상당히 구체적인 걸로 봐서 어느 부분까지는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지금 이 남자의 얘기도 어느 정도 김태섭의 말이 신빙성이 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 날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냐는거다.

정말로 황승균이 그 폐가에 갔을까?

사람들이 모두 다 이렇게 무서워하는 곳인데....

혹시나 황승균이 거길 갔다 하더라도 제 발로 걸어갔을까?

나는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확실한 건 그곳에 갔다면 분명히 뭔가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내일이면 죽은 황승균의 발인날이다.

오늘 무언가를 밝히지 않으면 이대로 황승균은 사고사로 처리되고, 사건은 종료된다.

지금 뭔가를 해야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박형사에게 말했다.


"박형사...지금 그 폐가로 가봐야겠다."


나에 말에 박형사보다 오히려 그 까칠한 수염의 남자가 더 놀래는 것 같았다.

여직원은 떡 벌어진 입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오메... 형사님... 미쳤는갑네. 뭔 짓이라요.

그 집은 귀신 나타나는 흉가랑께요."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멀뚱거리고 서 있는 박형사를 다그쳤다.


"뭐해? 차에서 후레쉬랑 우산 챙기고 출발하자구."


"예?...정....정말로 가시게요?"


"그럼..내가 지금 장난치는 것 같애? 

설마 박형사..진짜로 귀신 나타난다고 믿는건 아니겠지?"


"그..그게 아니라..."


"오메...참말로...형사님. 뭔 귀신 잡으러 가요?

그러지 말랑께요. 귀신이라도 들려오면 어쩔라고 그런다요?"


남자는 여전히 나의 행동을 만류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서 차로 향했다.

내 등 뒤에서 여전히 그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워메...형사질에 무당질까지 할랑갑네.

김양아...빨리 퇴근해 버려야 쓰겄다. 형사가 귀신들려 오면 뭔 험한 꼴 당할지 모르겄다."



이제 막 해가 기울었을 시간인데도 주위는 이미 먹구름과 쏟아지는 빗줄기가 만든 어둠 속에 묻혀가고 있었다.

우산과 손전등을 꺼내 든 나는 잠시 먼 저편을 응시했다.

사무실 뒷편의 산 중턱을 돌아가면 그 곳이 있다.

간간히 번쩍이는 번갯불이 그 곳으로 우리를 인도하듯 조명을 밝혀주고 있었다.

여전히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형사에게 나는 말을 건넸다.



"정신 차려. 우리는 귀신을 만나러 가는게 아니라 증거물을 찾으러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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