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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의 구인
게시물ID : panic_983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34
조회수 : 401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4/19 1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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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2년 정도 전의 일입니다.

여행을 가고 싶어서 알바 자리를 알아보던 때입니다.

계속 더운 날이 이어진 탓에 땀을 흘려가며 구인지를 뒤적이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여기도 저기도 땡, 전부 땡이었습니다.


닳고 닳은 장판 위에 대자로 뻗어 뒹굴며 대충 모아놓은 구인 잡지를 펄럭 펄럭 짜증을 내며 넘겼습니다.

불경기구나...절약을 위해 밤이 되기 전까지 전기는 꺼두었습니다.

어두운 방에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저녁 해의 빛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창가에 가려진 부분만이 마치 어두운 십자가 같은 그림자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전차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을 감자 다른 방에서 나는 저녁 식사의 냄새가 들어옵니다.

"컵라면이 있었지"


저는 피곤한 몸을 일으키며 어질러놓은 구인 광고 잡지를 치웠습니다.

그러다 문득...우연히 페이지가 펼쳐졌습니다.


거기엔 어떤 현(가리겠습니다)의 여관이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장소는 그야말로 제가 여행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었습니다.

조건은 여름 기간동안만이라 시급은 그다지... 라고 해야 하나 전혀 좋다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숙식 제공이라는 것에 강하게 끌렸습니다.

쭈욱 컵라면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간단한 거라도 손수 만든 요리가 먹을 수 있는 데다가 가고 싶었던 장소.


저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ㅇㅇ여관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구인 광고를 본 사람인데요. 아직 모집하고 계십니까?"

"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지직...지지직...얼...것 같....."


전화를 받은 건 젊어 보이는 여성이었습니다.

전화의 너머에선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와(아마 여관 주인?) 작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는 두근 두근해서 어째서인가 정좌까지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수화기를 쥐는 듯한 기색이 들었습니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어..그러니까..아르바이트인가요?"

"네. xx구인에서 여기를 알게 되어서,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아~. 감사합니다. 이쪽이야말로 부탁드리고 싶네요. 언제쯤이면 오실 수 있나요?"

"언제라도 전 상관없습니다."

"그럼 내일이라도 부탁드려요. 죄송하지만 성함이?"

"카미오(가명)입니다."

"카미오군이군요. 얼른 오세요."


순탄한 박자로 얘기가 흘러갔습니다. 운이 좋았다...

저는 평소 통화하면서 중요한 걸 잊지 않도록 녹음합니다.

다시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필요사항을 메모합니다.


거기서 지내면서 일할 거니까 가지고 갈 거에 보험증 같은 것도 필요해서 그것도 메모했습니다.

그 여관의 구인 페이지를 보자 흑백으로 여관의 사진이 찍혀 있었습니다.

크기는 작았지만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서 좋아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빨리도 알바에 붙고, 게다가 가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습니다.

저는 콧노래를 부르며 컵라면을 조리했습니다. 어쩐지 콧노래도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새 해는 지고 열어두었던 창문으로부터 미지근한 바람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컵라면을 후루룩 먹으며 뭐가 이상한지 알아챘습니다.


조건이 좋고, 돈을 벌면서 여행 기분도 맛볼 수 있다. 젊은 여자도 있는 것 같다.

여관이라면 만남도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뭔가 이상해.

어두워진 창문 유리가 거울이 되었습니다. 그 어두운 창문에 제 얼굴이 비춰졌습니다.

왜인지,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 굉장히 침울해 있었습니다.

창문에 비춰진, 나이를 먹은 것처럼 생기가 없는 자신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다음 날, 저는 심한 두통에 눈을 떴습니다. 오한도 심하게 들었습니다. 감기인가?

저는 비틀거리며 이를 닦았습니다. 잇몸으로부터 피가 나왔습니다.

거울에 비춰진 얼굴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눈밑에 다크써클이 먹으로 칠한 것처럼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져서 마치...


알바를 포기할까 했지만 이미 준비는 어젯밤에 마쳤습니다.

하지만 하고픈 맘이 들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ㅇㅇ여관입니다만 카미오씨는 계십니까?"

"네. 지금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던 참이에요."

"알겠습니다~. 어디 아프신가요? 죄송하지만 목소리가..."

"아, 죄송합니다. 일어난 지 얼마 안되어서..."

"무리는 하지 마세요. 여기에 도착하면 우선 온천에 들어가도 괜찮아요. 첫날은 푸욱 쉬세요. 그렇게 바쁘진 않으니까."

"아, 괜찮습니다. 그치만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집을 나섰습니다. 저리도 친절하고 상냥한 전화라니.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나니 이번엔 한기가 들었습니다. 문을 열자 현기증도 느껴졌습니다.

"어..어쨌든...여관에 도착하면..."


저는 지나가는 사람이 뒤를 돌아볼 정도로 비틀거리며 역으로 향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저는 젖어가며 역을 향했습니다.

격한 기침이 나왔습니다.

"..여관에서 쉬고 싶다...."


흠뻑 젖은 채로 역에 도착한 저는 표를 샀습니다.

그때 자신의 손을 보고 놀랐습니다. 건조해서 메말라 있었습니다.

젖어있지만 피부가 쩍 갈라져 있었습니다. 마치 노인처럼.

"큰일이다...병인가? 여관까지 무사히 도착하면 좋으련만..."


저는 난간에 매달리는 것처럼 달라붙어서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몇 번이고 쉬면서.

전철이 오기까진 아직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벤치에 쓰러진 것처럼 앉아서 괴롭게 호흡했습니다.

헉...헉....목소리는 갈라지고 손발은 저려왔습니다. 파도처럼 두통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하자 발밑 근처에 피가 튀었습니다. 저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았습니다.


피가 가득 묻어있었습니다.

저는 흐려진 시야로 지하철 플랫폼을 보았습니다.

"빨리..여관으로..."


이윽고 전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듯이 도착했고 문이 열렸습니다.

타거나 내리는 사람을 보며 저는 겨우 겨우 일어났습니다. 요통이 굉장했습니다.

비틀거리며 승강구 쪽으로 향했습니다. 몸 전체가 아팠습니다. 저 전철에 타면...

그리고 승강구에 손을 댔을 때, 차안에서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한 할머니가 돌진해왔습니다.


퍼억!


저는 튕겨나가져서 플랫폼에 나뒹굴었습니다. 할머니도 비틀거렸지만 다시 덮쳐왔습니다.

저는 할머니와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상대는 할머니인데도 저의 손엔 힘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 마요! 하지 마세요! 전 저 전철에 타야한다구요!"

"왜!? 왜인데!?"


할머니는 제 위에 올라타서 얼굴을 손으로 꽈악 잡고 바닥에 짓누르며 물었습니다.

"여, 여관에 갈 수 없잖아요!"


이윽고 역무원들이 달려와서 저희는 분리되었습니다.

이미 전철은 가버리고 없었습니다.

저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몰려든 사람들의 중심에서 앉아있었습니다.


저로부터 떨어진 할머니는 숨을 고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이것아, 들러붙어 있어서 위험했어."


그리고 할머니는 떠났습니다.

저는 역무원과 2~3가지 질답을 주고 받았지만 금방 해방되었습니다.

역에서 나온 전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몸의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도 원상태로 돌아왔습니다.

거울을 보자 혈색도 좋았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집을 나왔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담배를 피웠습니다.

진정되고 나선 역시 관두자고 생각하며 여관의 전화 번호를 눌렀습니다.

그러자 감정이 없는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전화 번호는 현재 쓰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눌러보았습니다.

"이 전화 번호는 현재 쓰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분명 이 번호로 오늘 아침에 전화가 걸려왔는데.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저는 통화 녹음을 했었단 걸 떠올렸습니다.

처음으로 되돌려서 들어보았습니다.

끼리리리릭 끼릭 딸깍


재생

"지...지직...네. 감사합니다. ㅇㅇ여관입니다."


어라? 저는 한기를 느꼈습니다. 젊은 여성이었을 터인데, 목소리가 마치 저음의 남성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구인 광고를 본 사람인데요. 아직 모집하고 계십니까?"

"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지직...지지직...얼...것 같....."


응??

저는 거기서 뭔가 얘기하고 있는 걸 들었습니다.

되감기를 하고 음량을 크게 했습니다.

"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지직...지지직...얼...것 같....."


되감기

"...지..지...지직....워...얼어.....같...."


되감기

"추워....얼을 것 같아."


아이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그 뒤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앓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으아악! 저는 땀을 흘렸습니다.

전화로부터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녹음해둔 통화 내용이 그대로 재생되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쪽이야말로 부탁드리고 싶네요. 언제쯤이면 오실 수 있나요?"

"언제라도 전 상관없습니다."


기억에 있는 대화 내용. 하지만 저는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을 터.

거기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지면 밑에서부터 울리는 듯한 노인의 목소리였습니다.

"카미오군이군요. 얼른 오세요."


통화는 거기서 끝이 났습니다. 제 몸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떨어졌습니다.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던 전 겨우 진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녹음해뒀던 통화 내용이 재생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의 통화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는 저뿐이었습니다.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네. 지금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던 참이에요."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 죄송합니다. 일어난 지 얼마 안되어서..."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 괜찮습니다. 그치만 감사합니다."


저는 전화의 전원 코드 자체를 뽑아버렸습니다.

메마른 목에 침을 삼켰습니다.

뭐, 뭐야...뭐야 이거, 뭐냐고!? 어떻게 된 거야??


제 손에는 그때의 구인 가이드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떨면서 그 페이지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그 페이지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깨끗할 터인데 그 여관의 1페이지만 꾸깃하게 구겨져 있었고

뭔가의 얼룩이 크게 퍼져있었으며 끝부분이 조금 타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거기만이 낡은 종이었습니다. 마치 수십년 전의 오래된 잡지 같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전부 타버린 여관이 찍혀 있었고 이런 기사도 쓰여 있었습니다


사망자 30 몇 명. 불은 부엌으로부터 퍼진 모양.

여관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탄 시체가 부엌에서 발견된 것을 보아, 요리할 때 불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묵으러 온 숙박객들은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불에 타서 사망.


뭐야...이거..구인이 아니잖아.

저는 말문이 막혀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습니다.

구인 잡지가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저는 마비된 머리 때문에 돌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비가 약해졌습니다. 순간의 정적이 저를 감쌌습니다.

전화 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출처 루리웹 괴담 물망초님
[출처] 여관의 구인 (미스테리/공포 카페 :: 미스터리 파인더(UFO,귀신,심령,괴물)) |작성자 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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