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대머리공포 03 <소설 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5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3
조회수 : 4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20 21:11:35
옵션
  • 창작글
3. 이념서클에 가입하다
입학식도 끝나고 각 과에서는 신입생 환영회, MT, 고등학교 동문 모임 등으로 1학년 신입생들은 3월 한 달이 다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경상도에서 올라온 의학과 1학년 박창식이 연건동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병원을 견학하러 1학년 동기들과 같이 있다. 의학과 선배의 인솔 하에 병원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다.
, 오늘 이대생들이랑 미팅 있는 거 알지? 5시에 요 앞 학림다방으로 다 모여.”
쉬는 시간에 의학과 1학년 과대표가 동기들에게 말한다. 학생들이 좋아서 히히덕거리며 응급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박창식의 눈에 뭔가가 보인다. 초췌한 얼굴의 여자가 어린 아들을 안고 응급실 의사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있다.
선생님, 제발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몇 번이나 말합니까? 원무과에 가서 접수 먼저 하라고요.”
응급실 의사가 그 아주머니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돈이 없다고 입원 수속을 안 해줍니다. 일단 먼저 수술이라도 받게 해주세요.”
다른 병원 가서 부탁해 보세요.”
이러다가 제 아들 죽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응급실 의사가 귀찮다는 듯 대답도 안한다. 낙담한 여자가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다른 학생들은 이 상황을 보고 그냥 지나가는데 박창식은 걸음을 멈춘다.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수술도 받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는 어린 생명을 지켜보며 박창식의 눈빛이 흔들린다.
1학년 의학과 동기들이 서울대 병원을 나와 학림다방으로 향한다. 모두가 계단을 올라 다방으로 들어갈 때 맨 뒤에서 따라가던 박창식은 올라가지 않는다. 박창식은 학림다방을 그냥 지나쳐 걸어간다.
서울대학교 강의실에서 법학과 1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나온다. 이정훈은 같은 과 동기들과 학생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자판기 커피를 마시다가 벽에 붙어 있는 사회문화연구회 서클 회원 모집 공고문을 본다.
한국 사회에 대해 같이 고민할 사람은 서클룸 문을 두드려 주세요.
이정훈이 공고문을 골똘히 보고 있다.
뭘 보고 있는 거야?”
법학과 동기가 이정훈에게 물었다.
으음……. , 그냥.”
혹시 저런 이념서클에 가입하려는 거야?”
법학과 동기가 이상한 눈빛으로 이정훈에게 재차 물었다. 이에 이정훈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법학과 동기가 마치 어른처럼 말을 훈계를 한다.
지금은 우리가 힘을 키워야 할 때야. 우리가 판사가 되고 검사가 돼서 그때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으면 되는거야
법학과 동기에게 이정훈이 진지하게 되묻는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으려고 지금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데 과연 우리가 판검사가 돼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정훈의 진지한 물음에 법학과 동기가 혹시 주위에서 누가 우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지 않나 두리번거린다.
남은 수업을 다 끝낸 후 이정훈의 발걸음은 학생 회관을 향하고 있었다. 교정으로 관악산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이정훈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았다.
연건동 서울대학병원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 도착한 박창식도 학생회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학생회관 4<사회문화연구회> 서클룸 문 앞에 서 있는 최지혜가 뭔가 망설이고 있는데 박창식과 이정훈이 나타난다. 그러자 최지혜가 뒤로 물러선다. 박창식이 서클룸 문을 노크하고 먼저 들어간다. 그 뒤를 이정훈과 최지혜가 따라 들어간다. 서클룸 안에는 선배들이 앉아 있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선배의 물음에 박창식이 망설임 없이 말을 꺼낸다.
공부 좀 하고 싶어 왔습니다.”
그 뒤에 사람들은요?”
이정훈과 최지혜가 거의 동시에 답을 했다.
저희도 공부......”
서클룸에서 이정훈, 박창식, 최지혜가 서로 인사를 나눈다.
법학과 이정훈이라고 합니다.”
영문과 최지혜예요.”
저는 의학과 박창식입니다.”
박창식의 과 소개에 2학년 선배가 약간 놀라는 표정이다.
의학과 학생이 우리 서클에 들어온 건 서클 생기고 처음인 거 같은데…….”
선배 얘기에 박창식이 괜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정훈이 입학식 날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며 반갑게 묻는다.
외과의사 되는 게 꿈 아니야?”
그걸 어떻게 알어?
입학식 끝나고 신림 사거리 중국집에서 밥 먹었지?”
맞아.”
바로 옆에 우리 가족들이 있어어
이정훈의 기억에 박창식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이정훈의 손을 잡는다.
또 다시 만나서 반갑다.”
최지혜가 입고 있는 비싼 옷과 구두를 보고 2학년 선배가 묻는다.
지혜는 어떻게 우리 서클에 올 생각을 했어?”
사회과학 서클 문을 두드린 세련된 옷차림에 미모까지 겸비한 최지혜에게 2학년 서클 선배가 궁금함을 표한 것이다.
제가 지난주 토요일에 명동성당에 미사 갔다가 문화 회관에서 광주 비디오를 봤어요.”
19805월 광주에서 공수부대원들이 시민들을 살해한 장면을 독일 기자가 촬영한 광주 비디오 얘기가 나오자 모두 귀가 솔깃해진다. 비디오에 담긴 내용을 얘기해주는 최지혜의 목소리가 떨렸다.
북에서 내려온 간첩들이 광주에서 시민들을 선동해서 폭동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공수부대원들이 진압봉으로 잔인하게 그냥 걸어가는 시민들 머리를 내려치고…….”
얼굴까지 상기되면서 발언하고 있는 최지혜를 이정훈이 보면서 참으로 순수한 친구구나하 생각이 들었다.
정훈이는 고향이 어디야?”
여수에요. 여수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었는데 대학 오면서 처음으로 고향을 떠났어요.”
이념서클에 가입한 이정훈, 박창식, 최지혜는 이제 세상에 대한 궁금함을 책을 읽고 토론하며 풀어나갈 것이다.
 

* ‘대머리단어는 1980년대 파쇼정권의 전두환을 의미한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