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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있어요] 오랜만에 강아지 이야기가 나와서 적어봐요.
게시물ID : panic_985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쿠마타타탕
추천 : 21
조회수 : 134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5/22 04:13:02


어릴쩍 저는 개를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부족한 형편은 아니였는데 강아지나 반려동물을 키울만한 여력이 안되셨던거 같아요. 
저희 엄마도 강아지를 좋아하셨지만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과 학교, 학원 다니는 저와 언니 동생
집에 혼자 남겨있을 반려동물이 불쌍하니까 절대 안된다며 못키우게 하셨어요.

그러다 제가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때쯤 
엄마가 항상 배고프면 분식집에서 뭐라고 사먹으라고 주신 용돈으로 
떠돌이 강아지에게 소세지를 하나 사준적이 있어요.

품종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믹스였던거 같아요. (중형! 작지도 크지도 않았어요)
근데 초롱초롱한 눈빛인 아이가 몸도 다 지친듯 걷는데

그냥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사준 천하장사를 어찌나 잘먹던지 
저는 그 친구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학원을 가야했기 때문에 잘가라고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근데 그 녀석이 자꾸 제 뒤를 졸졸졸 쫒아오는겁니다.

학원은 곧 늦게 생겼고.. 항상 버스를 타고 다녔기에 버스를 타고 가버리면 못 쫒아오니 
그 녀석도 가겠지 했는데.
집에 와보니 
집 앞에 그 녀석에 기다리고 있었어요.

학원가기전에 신호등만 건너면 갈수있는 거리에 외할머니 댁이 있었는데, 잠시 들렸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학원갈 채비를 하고 버스를 탄것인데

이 똑똑한 녀석이 제가 갔던 곳을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한거였어요.

할머니 집에 갔다가 제가 없자 우리 집에 한번 와보고
할머니도 왠 낮선 개가 왔다 갔다 하니까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제가 집에 왔을때 그 녀석에 저를 보고 격하게 반기고 있는 모습에
저도 엄마한테 땡깡아닌 땡깡으로 키우자고 얘 여기서 다른곳으로 안갈거 같다고

엄마도 나중엔 그 녀석이 기특해서 인지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예방 접종과
우리들에게 옮길 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다 하셨고

샤워도 깨끗하게  해주셨습니다.

아이가 달라보이더라구요. 더러웠던 털도 뽀송뽀송해지고

아빠는 항상 저녁 늦게 회식을 하고 들어오셨는데
아빠만 보면 살랑 살랑 아빠가 조금씩 싸오는 안주거리도( 이 녀석 주려고 가끔 가져오셨어요)
 마다하고 아빠옆에서 졸졸졸 따라다니며 아빠 양말부터 벗겨주고 ㅎ

아빠와 붙어 있을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아빠도 너무나 좋아하셨어요.

그 녀석 처음 봤을때 눈이 초롱초롱해서
이름을 초롱이라고 지었습니다.

초롱아~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와서 비비적 거리던 친구였어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을땐 몰랐는데
초롱이는 임신중이였습니다.

어린 마음에 새끼 강아지들이 태어나면 얼마나 이쁠까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강아지들은 몇달이 있어야 태어나는지도 몰랐고
그냥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초롱이를 볼때면 기특했습니다.

저희 집은 3층 주택 건물에 1층에 거주를하고 있었어요. 
맨 위층엔 이모네가 살고 계셨구요. (건무 주인이셨어요)

저희 건물에 붙어있는 공간이 하나 있는데
그 공간은 저희 가족만 쓰는 다용도 공간이였습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요즘 원룸보다 큰 크기의 주차장 비슷한 공간이였는데
(뒷마당이라고 하면 적합할거같아요)

저희집 부엌에서 내다보면 보이는 그런 공간

초롱이 집은 그 공간에 있었어요.
초롱이가 마음껏 뛰어 놀수도 있고 그늘도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올수 없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지내게 하였습니다.
(여름이기도 했고)

아 맞벌이 하시다가 엄마도 그 시기때 전업 주부가 되셨구요
집안일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초롱이가 있던 공간에 자주 계셨어요.
빨래를 널기도 하셨고 김장을 하기도 하셨고 
앞집  윗집(2층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옆집 할머니
항상 아이스 커피를 들고 건물 앞에 나와 초롱이 와도 놀고 그곳에서 수다를 떠시곤 했습니다.  

우리 동네엔 8살 또래 애들이 4명 정도 있었는데
하교후 집 앞에 엄마들이 나와있으면 아이들도 그 앞에서 서로 놀고
저는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초롱이와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아이들한테 항상 자랑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롱이가 임신을 해서 곧 새끼 강아지들이 나올거라고
아이들은 강아지들이 태어나면 꼭 구경시켜달라고 약속까지 했었는데 ..ㅎ

가을 다가 올때쯤이였나. 집에 돌아왔는데 초롱이가 없었습니다.
엄마한테 초롱이 어디갔냐고 물어보자
누군가 초롱이 목끈을 풀어놓고 그 뒷마당 문도 열어놓았다는 겁니다..

그 당시에 너무나도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 초롱이 찾으러 가겠다고 이곳 저곳 초롱이 이름을 외치며
울면서 동네방네 돌아다녔어요.

못찾고 집에 돌아와서도 쉽게 슬픔이 안가라앉더라구요.
정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엄마가 저에게 말씀하시길, 그 목끈은 앞집 꼬마 아이가 놀려고 풀었던거 같은데
그때 초롱이가 문밖으로 나가버린거 같다고.
8살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뛰어가서 잡지는 못하고

집 골목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신호등이 있는데
초롱이가 그 신호등을 건너다가 버스에 치여 죽었다고
(아무도 차에 치인 초롱이를 옮기지 않았고 집앞이였던 터라 엄마가 보셨어요)
엄마는 초롱이 목끈을 보고 아셨다고 해요.
그리고 좋은곳에 묻어주셨습니다.

초롱이가 사라진줄만 알았던 저는 그 후로 세번정도 길에서 떠도는 아이를 
데려왔던거 같아요.

초롱이가 먹던 사료가 많이 있어서 길가는 아이들만 보이면
사료를 주었죠.

그리고 초롱이 처럼 졸졸 쫒아 오는 떠돌이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초롱이 다음으로 세마리나 더 키우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데려왔던 친구가 죽고 나서
정말 저희 가족은 한동안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 처럼
우울해 했었어요. 
엄마는 이제 강아지들을 데려오지 말라며
힘들다고 하셨고 저도 그 뒤로 데려오진 않았지만 
지금도 그 아이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유기견이 되기 전에 무슨일을 당했던건지 
저와 엄마나 언니가 만지면 겁을 안먹던
두번째로 데려온 아이는 아빠나 남동생만 보면 겁먹어 소파 밑에서 나오지도 못했고..
세번째로 데려온 아이는 치료를 해주고 싶어도 치료가 불가능할정도로 아파있는 아이.
세번째로 데려온 아이는 아기때 데려와 다 클때까지 길렀는데
먼저 가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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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죽으면 저 네 녀석들이 저를 반겨줄까요..?
많이 보고싶네요.

긴글인데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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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브금은 브금저장소에서 가져왔습니다.
혀노: 죽음의 관하여 작가님이 사용하셨던 브금 - BEST FRIEND 라는 곡입니다.
사진 출처는 제가 오유 공게 누나라는 게시글에서 본 사진입니다
링크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97296&s_no=97296&kind=search&search_table_name=panic&page=1&keyfield=subject&keyword=%EB%88%84%EB%8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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