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대머리공포 05 <소설 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5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2
조회수 : 5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22 08:52:28
옵션
  • 창작글
5. 치안본부 시위진압 대책회의
 

서대문에 위치한 치안본부 건물에서 가두시위 진압에 대한 특별 강의가 열리고 있었다. 서울 시내에 배치된 전투경찰을 진두지휘하는 전투경찰 소대장 50여명 강의를 듣기 위해 회의실에 앉아있다. 오늘 강의를 하는 강사는 19805월 광주에서 광주시민들을 진압한 특전사 공수부대 출신 장교다. 그는 광화문 사거리 약도를 칠판에 분필로 그리고 있다. 그림을 다 그린 후 그의 입이 열린다.
지난 주 목요일, 광화문 사거리에서 발생한 시위가 운동권 학생들의 전형적인 가두시위 형태입니다.”
첫 말을 뗀 강사가 칠판에 그려진 광화문 사거리의 육교를 가리킨다.
시민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반정부 구호가 쓰여진 현수막을 걸어놓습니다. 여기 육교죠. 그리고 골목에 숨어있던 학생들이 도로로 뛰어나와 스크럼을 짜기 시작합니다.”
전투경찰 소대장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 다음으로 여학생들이 유인물을 뿌리고 화염병과 각목으로 무장한 전투소조 약칭 전소라는 극렬 과격 남학생들이 시위대 스크럼 앞뒤에 배치됩니다. 군사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는 대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죠? 내 말 맞습니까? 틀립니까?”
강사의 다그치는 듯한 물음에 전투경찰 소대장들이 큰 소리로 예! 하고 대답한다.
운동권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가두시위 전술을 우리 시위진압 능력이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강사의 단정적인 말에 경찰 고위 간부가 약간 짜증난 듯 끼어든다.
그래도 그날 시위주동자 새끼는 우리가 체포했어요.”
체포요?”
경찰 고위 간부의 말을 비웃듯이 강사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간다.
체포했다기보다는 시위 주동자가 도망 안 가고 체포당해준 거 아니에요? 어디 서에서 체포했나요? 내 말 맞아요? 틀려요?”
강사는 자기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할 때마다 맞아요? 틀려요?양자택일하듯 묻는다. 이에 경찰 소대장들이 섣불리 답변을 못 하고 경찰 고위 간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경찰 고위 간부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시위를 주동자는 학생운동을 그만하고 그들 표현을 빌리면 정리하고 감옥에 갔다 와서 노동현장에서 더 큰 데모를 준비하려고 잡혀준 겁니다. , 그러면 이번엔 학생운동권의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두시위는 가투, 유인물 살포는 피 세일, 여기서 피는 Paper의 약자입니다. 화염병은 꽃병, 시위 주동자가 시위를 시작하는 건 동이 뜬다......”
강사의 이야기 전경 소대장들이 열심히 종이에 볼펜으로 메모하고 있다.
시위 주동자가 경찰이 쫙 깔렸거나 시위 정보가 샜다고 판단될 때는 시위 현장에서 해산명령을 내리는데 이걸 나가리라고 합니다. 고스톱 칠 때 나가리 아시죠?”
강사가 탁자 위에 놓여있는 물 한 컵을 죽 들이키고 말을 이어간다.
운동권 애들은 가두시위 전술을 이라고 합니다. 전술이 영어로 뭐죠?”
강사의 질문에 소대장 하나가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든다.
택틱스입니다.”
영어 스펠링은?”
“T, A, C, T, I, C, S입니다.”
정확하게 답을 말했다. 강사가 흡족한 표정으로 답을 말한 전경 소대장의 얼굴을 턱으로 가리킨다.
어디 소속 누군데 이렇게 똑똑해요?”
강사의 칭찬에 그 전경 소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관등성명을 댄다.
서대문서 기동타격대 제2중대 제1소대 소대장 최성식입니다.”
아주 패기가 넘쳐요. , 그러면 일어선 김에 데모하는 애들 판별하는 방법이 뭐가 있죠? 그걸 잘 파악해야만 사전검거를 해서 시위를 원천봉쇄할 수 있습니다.”
강사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최성식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 있게 말한다.
가두시위에 나온 운동권 여학생들은 가난한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예쁜 선물용 포장 박스를 들고 있거나 치마를 입고 하이힐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평소 신지 않은 구두라서 자연스럽게 걷지를 못합니다.
오호~ 엑설런트.”
강사가 손뼉까지 쳐준다.
최성식 소대장님 같은 분만 있으면 이 나라가 안정될 텐데. 맞습니다. 고런 여자애들을 검문하면 쇼핑백 안에서 유인물, 화염병 다 잡아낼 수 있습니다. 이래서 사전 검문이 중요한 거예요. 제발 극장에 영화 보러 온 데이트족 잡아서 닭장차 태우지 말고 요런 빨갱이 년들 미리 좀 잡으세요.”
강사 입에서 빨갱이 년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면서 그의 눈빛이 매섭게 바뀐다.
“80년 광주에서도 폭도들이 건물 안에 숨어 있다가 우리한테 총질을 해댔습니다. 내가 그때 거기 있었어요. 마찬가지로 데모하러 거리에 나온 운동권 애들은 건물 안에 숨어있습니다. 여러분! 거리만 훑지 말고 건물 안까지 들어가서 2, 3층 화장실에 숨어있는 애들 다 잡아요. 잡아. 제 말, 맞아요? 틀려요?”
맞습니다!”
소대장들 입에서 맞다는 말이 튀어나오자 강사가 칠판에 그려진 광화문 사거리 약도를 지우개로 거칠게 다 지워버린다. 그리고 소대장들을 전체를 둘러보며 말을 내뱉는다.
광주는 고립된 지역이니깐 805월에 우리 공수부대가 막아냈어요. 그렇지만 서울은 달라요. 지난번 53일 인천에서 벌어진 개헌집회 폭동 기억해요? 못해요?”
강사의 표독스런 눈빛에 소대장들이 기가 죽어 말을 답변을 못하고 있다.
인천 5·3사태는 폭도들이 일으킨 폭동이에요. 2의 광주라고요. 인천에서 터진 불꽃이 서울로 옮겨 붙으면 걷잡을 수 없어요. 청와대까지 폭도들이 밀고 갈 수 있다고!”
핏대를 세운 강사의 반말에 전경 소대장들이 움찔한다. 그런 전경 소대장들의 모습을 보며 강사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번진다.
~ 다들 긴장 풀어요. 릴렉스~ 팁을 드릴게요. 시위진압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팁, 한 가지! 시위대를 절대 퇴로 없이 몰아붙이면 안 된다! 쥐들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제 말 맞아요? 틀려요?”
! 맞습니다.”
그리고!”
강사가 다시 소대장들을 긴장을 시킨다.
올해 벌어진 가두시위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진 게 아닙니다. 누군가 사전에 가두시위를 벌이려는 현장에 와서 지형지물을 다 살피고, 우리말로 하면 군사작전을 짰다는 겁니다. 놈들은 이렇게까지 하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자기 관할 지역 사람들 붐비는 곳을 상세히 살펴보신 소대장님들 계신가요? 노력합시다. 노력! 빨갱이 새끼들은 노력하는데 우리는 노력을 안 해요. 이래서 육이오(6·25) 사변 나고 광주사태 난 거잖아요.”
강사의 독설에 전경 소대장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 ‘대머리단어는 1980년대 파쇼정권의 전두환을 의미한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