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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공포11 <소설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5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3
조회수 : 5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28 09: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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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1. 학생운동세력의 비밀 아지트
 
 
 
 

* ‘대머리단어는 1980년대 파쇼정권의 전두환을 의미한다

학생들의 광화문 로터리 거리시위 정보가 경찰에 새어나간 그 시각, 잠실 연립주택 지역에 이정훈이 나타났다. 지나가는 이정훈을 향해 슈퍼마켓 주인의 여섯 살 된 손녀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이정훈도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고향 집에 있는 누나의 딸, 조카 생각이 난다. 슈퍼마켓을 지나 이정훈이 거주하고 있는 연립주택 주변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뒤를 슬쩍슬쩍 쳐다본다. 혹시 미행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이정훈이 허름한 연립주택 입구로 들어간다. 계단을 통해 4층 꼭대기 층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4에서 아래 층을 다시 한번 살핀다. 이정훈의 학생운동 조직 비밀 아지트가 이 연립주택 3층에 있다. 여기서 조직원들의 사상 학습, 유인물 작성도 하고, 비밀문건, 사회과학책 등을 보관해놓고 있다. 이 근처에는 대학교가 없기 때문에 검문 등이 없어서 소위 말하는 입지조건이 좋다. 이상한 기미가 보이지 않자 천천히 내려와 3301호로 들어간다.
301호 작은 평수의 집 내부, 한쪽 벽면에는 사회과학책으로 꽉 차 있다. 그리고 반대쪽 벽면에는 서울 시내 지도가 부착되어있다. 김영철, 최지혜 그리고 서클 3학년 후배들이 미리 와있다. 이정훈에게 김영철이 오늘 시위 상황을 보고한다.
, 오늘 야간 가투 *오다가 샜어요.”
 

* 오다가 새다 : 정보가 사전에 새어나갔다는 뜻 (사전 정보가 -> 정보가 사전에)
 

근처에 치본(치안 본부)이 있으니깐 당연히 사전 검문이 심한 거야.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이정훈이 시위정보가 샌 거 같다는 김영철의 보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이정훈이 서울 시내 지도가 부착된 벽 앞에 선다. 그리고 마포 공덕동 로터리 지역을 빨간 매직펜으로 동그랗게 표시한다. 지역과 시위 형태를 설명한다.
이번 시위는 *이슈 파이팅이 목적이야. 그래서 작전명은 5분 카레!”
 

* 이슈 파이팅 :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것
 

“5분 카레면 시위를 5분 안에 끝내자는 거에요?”
후배의 물음에 이정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깜짝 시위 같은 개념이라고 봐야지. 공덕동 로터리 가든 호텔 쪽 육교에서 PC(플래카드)를 내리면서 동(시위 주동자)이 뜨면 동 보호들이 각목으로 보호하면서 전소(전투 소조)가 공덕동 로터리에 대기 중인 닭장차(전투경찰 버스) 철망에 꽃병(화염병) 타격하고 여학생들이 시민들에게 피세일(유인물을 나눠주기)하고 후다닥해서 5분만에 끝내자고! 퇴로는 여의도 방향! 여기는 한강대교가 있기 때문에 전경들도 없어. 한강에만 뛰어들지 않으면 *달리는 애들 없을 거야.”
* 달리는 애들 : 잡히는 학생들
이정훈이 상황설명을 간결하게 마쳤다. 후배 한 명이 손뼉까지 친다.
정훈이 형은 육사(육군사관학교) 갔으면 전술 잘 짜는 장군이 됐을 거예요.”
과찬의 말씀을~ 동원 가능한 빌(인원)? 동부지역(고려대, 한양대, 외대, 경희대, 시립대 등)부터 얘기해 봐.”
여자 후배가 먼저 보고를 한다.
우리 쪽은 1백 명 정도입니다.”
서부는(연세대, 서강대, 이대, 홍익대 등)?”
가투 지역이 학교랑 거리도 가깝고 해서 2백 명 정도 동원할게요.”
남부(서울대, 동국대, 숭실대 등)2백명 가능합니다.”
서울대, 동국대, 숭실대가 소속된 남부지역에서 시위동원 가능한 학생 수가 2백명이라고 김영철이 보고하자 이정훈이 되묻는다.
남부의 관악(서울대) 애들 요즘 빌력(동원되는 인원수)이 너무 약해. 그 다음으로 북부는?”
북부(성균관대, 국민대, 성신여대 등)300명 정도입니다.”
북부 애들 없으면 가투 못한다니깐.”
북부는 에스꽝꽝 (SKK 성균관대학)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지역별 시위 동원 가능 학생들 수를 보고받은 이정훈이 결론을 내린다.
암튼 그날 소나기처럼 적들을 타격하고 퇴각할 때 안개처럼 사라져서 한 명도 달리는 사람 없이 돌아오기 바래. 혹시 질문?”
이에 여자 후배가 살짝 손을 든다.
지난번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앞 시위 건을 얘기하고 싶은데요. 웬만하면 강남에선 가투를 안 했으면 합니다.”
?”
의아한 표정의 이정훈에게 후배가 부연 설명을 한다.
터미널 앞 도로가 8차선입니다. 너무 넓고요, 그나마 시민들 호응이 있을 거 같은 호남선 앞에서 동이 뜨고 우리가 유인물 나눠주는데 시민들이 유인물을 받지도 않아요. 우리도 기분이 동네 음식점 홍보 전단 나눠주는 느낌이에요. 우리끼리 썰렁하게 구호 외치고 우리끼리만 뭐랄까?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썰렁합니다.”
약간 장난스러운 후배의 불만 어린 말투에 이정훈도 씩 웃어준다. 그러자 후배의 말이 계속된다.
전투경찰 버스도 근처에 배치되어 있지 않아 흑석동 중앙대 쪽에서 거의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나는데 우리가 먼저 지치는 거 있죠. 전투경찰 출동이 기다려지는 날도 있더라고요.”
언젠가는 강남 사람들도 우리 시위에 동참하는 날이 오겠지.”
이정훈은 담담하다. 이정훈의 택 전술 설명이 끝나고 김영철과 후배들이 이날 시위에 대해 세부적인 물량 동원 등을 회의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이정훈이 몰래 스케치북에 볼펜으로 스케치한다. 최지혜, 김영철, 후배들의 얼굴을 그려지고 있다. 사진을 찍은 듯 똑같이 그린다. 이때 위층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6시다!”
여자 후배가 시계도 안 보고 여섯 시라고 외친다. 꼭 이 시간에 오오~ 오우오우오우~ 오오~ ’ 노래 가사 팝송 노래를 누군가 크게 튼다. 디스코텍 같은 데서 춤추기 좋은 노래이지만 여기 있는 학생들에게는 전혀 흥겹지 않았다. 다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올라가서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신분 노출의 위험이 있어서 나설 형편이 아니다.
저 노래 제목이 뭘까? 지혜 언니가 알거 같은데
여자 후배가 최지혜를 쳐다보자 최지혜가 귀를 기울여 들려오는 팝송 영어 가사를 전달해준다.
“Jungle life I'm far away from nowhere On my own like Tarzan Boy……. 라고 하는데……. 제목은 나도 모르지.”
우와……. 역시 영문과는 달라요, 근데 같은 영문과인 영철이는 왜 말이 없을까?”
여자 후배의 놀리는 말투에 김영철이 웃으며 말한다.
나는 팝송 안 좋아해.”
우리 위층에 누가 살기에 이 시간만 되면 저 노래를 듣는 거지? 저번에 내가 위층 방에 사는 여자를 슬쩍 봤는데 술집 여자 같던데…….”
후배의 상상에 이정훈이 일침을 놓는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다들 하는 일들이나 계속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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